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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라는 부제의 이 책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실존에 대한 진지하게 생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철학을 전공하는 저자는 급격한 기술발달로 인해 인간과 기술의 경계가 흐릿해져 가는 현재의 시점에서, 인간의 의미와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단계를 넘어 조만간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견이 들려오고, 뇌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신체가 과학기술로 인해 새로운 '기계'로 대치되는 의생명과학으로 인해 기존에 당연시되었던 '인간'의 존재성을 저자는 다시 생각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서문에 해당하는 '책을 내면서'에서 '과학기술 일반이 인간의 창출인 이상 그것들이 인간의 품격을 고양하는 데 쓰여야 함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제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과학 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선의로 사용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함께 자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존재를 깊이 음미할 수 있는 내용, 또한 과거의 철학적 패러다임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고양할 것인가’라는 서장의 제목에서 보듯, 저자는 가장 먼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러한 전제에 입각해서, 전체 5장으로 구성된 목차를 통해서 인간의 의미와 존재에 대한 실존적인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물론 그에 대한 해답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 각자의 몫일 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1장에서는, 기존의 철학적 패러다임을 통해서 규정한 인간의 의미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와 같은 서양 철학자들뿐만이 아니라, 맹자와 장자를 비롯한 동양의 고전들도 저자의 논의에 주요한 근거로 제시되어 있다. 때로는 지오디의 <길>이나 이미자의 <내 삶의 이유 있음은> 등과 같은 노래의 가사도 저자의 논의에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장에서 인간의 존재 그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면,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난관’이라는 제목의 2장에서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의 역할에 대한 고찰을 진행한다. 다른 이들과 어울려 살아가면서 형성하는 ‘시민사회’의 허구성을 고찰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형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자유와 평등과 같은 사회적 이념과 규범들의 의미를 짚어보고 있다.
여기까지가 기존의 패러다임에 입각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찰이라고 한다면,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의 존재성을 묻는 내용이 3장의 ‘자연 존재자로서의 인간과 반성’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조금씩 흐릿해져가는 시대의 ‘인격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고 하겠다. 나아가 ‘포스트휴먼 사회의 도래와 인간의 과제’를 진단하는 4장에서는 ‘인본주의’와 ‘휴머니즘’의 의미가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아울러 노동에 기반한 인간의 활동이 이어지지 못할 수밖에 없기에, 일자리가 없어 소득을 창출할 수 없는 인간들을 위해 ‘기본소득제도’가 시급히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여기에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생명 윤리 문제’도 수립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양한 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재의 상황은 '자연 생명체인 인간의 삶 전반을 전반적으로 변혁시키는 한편, 이성적 동물로 규정되던 인간 개념 자체의 변경까지를 종용하고 있다'고 규정한다. 과거 드라마에서 보았던 '6백만불의 사나이'나 '소머즈'와 같은 기계 장치가 인간의 신체 일부를 대신한 존재를 과연 '인간'이라 규정할 수 있을까? 혹은 최소의 장기만을 장착하고 모든 신체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기계 장치를 장착한 사이보그가 등장하고, 그리하여 그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면 과연 그 방법을 택하는 것이 옳을까? 저자는 먼저 한편으로는 놀랄만한 생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이러한 전망을 제시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지막 5장에서는 ‘인간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은 기존의 패러다임이 아닌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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