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아숲길
여명으로 눈 띄우고 5시 시침 경보음에 놀라 일기예보를 들여다 보는것이 습관화 되었다.
민들레, 벚꽃, 목련, 개나리, 연산홍등 모든 꽃이 만개 된 봄여신은 어디로 하고 중부 지방은 영하 5~6도까지 추운 날씨가 될것이라는 기상예보이다.
오늘 장거리 산행 일정을 감안하여 춘추복으로 간단한 바지와 티에 바람막이 자켓을 걸치고 나온 새벽 공기는 냉기로 활짝 폈던 어깨를 움추리게 한다.
서부두 어시장 과 1100 습지공원을 한바퀴 돌고, 18임반 입구 도착한 시간은 10:00분.
계획된 16Km의 한라산 둘레길의 1코스인 천아숲길 트레킹을 잘 마무리 하기 위하여, 차분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겨 송신탑 삼거리 와 표고 재배 삼거리 방향의 초행길을 조심히 찾아 행동으로 옮긴다 .
정자 쉼터에서 우측 돌오름에 아쉬움을 남기고, 체력안배를 위하여 좌측 보림농장 삼거리 방향 삼나무 울창한 숲길을 산새 소리 리듬에 발을 맞추려 노력하지만, 빠른 리듬을 도저히 쫓아 갈수가 없다.
테드펜과 피톤치드 가득한 산길 5km 주파 소요시간은 불과 1시간. 그만큼 산세가 완만하고 산행 도로가 좋았던 탓이라 본다.
11시 천아숲길 8.8km 진입을 하며 시간을 체크한다.
산행 중 체력 보강을 위한 간식을 한 후 잠시 휴식을 계산하여 보니 3시 정도 천아상수원에 도착 가능 시간이 계산 되지만, 초행길로 장담은 할 수 없는것이다.
천아 숲길 깊어 질수록 하늘을 찌르듯 거목의 삼나무가 빼곡히 자리 잡고 환한 태양 빛을 투과 시키고, 자이언트와이어팝 나무 거대한 뿌리가 큰 바위 덩어리를 삼키고 있듯이 감싸고 있다.
간혹 산객의 낳 설은 숲길 통과를 질투 하듯 노루 와 장기가 진로 방향에 불쑥 나타나 가로 질러 건너 감에 당황 한다.
3시간 연속 도보 후인 1시가 되어 삼나무 숲 평지에 돗자리 깔고, 김밥 과 힙플라스크, 오징어포, 쬬크렛 등을 펼치고 첫 휴식 자리를 갖는다.
목이 메말라 오던 갈증을 미니엄 힙플라스크 가득 채웠던 소주 반병을 입안 가득 채워 넘긴 후 씹는 오징어포의 맛! 모든 세상의 평화와 순간의 행복이 가슴 속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다.
이 느낌을 같이 나누고 싶은 까마귀 떼들이 어느듯 날라 와 높은 가지 위에서 까악! 까악! 보채고 있다.
어느 틈에 큰 들개 한마리가 나타나 앞에 서 꼬리를 흔들고 있다.
목줄이 그대로 채워진 것으로 보아 가출 한지 오래 되지 않는듯 보인다.
김밥 두 덩어리를 개에게, 또 한 덩어리는 까마귀에게 던져 주고 보니, 시장기 보채던 내 위를 달랠 량이 푹 줄어 든 느낌이지만, 자연 속의 나눔은 필연이라는 느낌으로 만족감을 채운다.
나 와 맺은 순간 인연의 헤어짐이 아쉬운지 들개는 꼬리를 흔들며, 내 진로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동안 긴 길의 동행이 되어 가던 중 그 흔적을 감추어 버린다.
마지막 급경사 까마득 내려다 보이는 절벽에 좌우로 길고 굵은 로프가 고정 설치되어 그 줄을 움켜 잡고 내려오는 그 시간 과정이 이 여정에 가장 긴 시간으로 느껴진다.
하산이 끝났다 하는 순간 또 다시 앞을 가로 막는 큰 계곡! 집채만한 돌들이 빗물에 굴러 50여m 를 채우고 있다.
아슬아슬 그 돌들을 오르내려 천아상수원에 3시 10분 도착한다.
나머지 코스는 차량통행이 가능한 2.2km!
27일 제주민속시장이 열리는 날!
지친 몸을 장터로 옮겨, 풍물에 시선 팔려 이곳저곳 둘러 보며 제주 탁주 한 사발로 부족했던 허기를 채운다. 어느 듯 서쪽 하늘이 붉게 타오르는 하루를 보내며, "나를 돌아다 보는 길"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