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간은 흘러 올해도 두 달 만을 남겨두었네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물러설 기미가 없던 유난히도 심했던 더위가 사나흘 전부터는 한풀 꺾여 아침저녁으로는 패딩을 입어야하는 날씨가 되었습니다.
찬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내 마음도 쓸쓸해지는 건 날씨 때문이겠지요? 푸르던 계수나무 잎들도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고 달달한 계수나무 향은 더욱 짙어져 나무 옆을 지나는 저의 코를 즐겁게 하네요. 나무들이 낙엽을 떨구듯, 계절에 맞게 수분을 줄여 겨울을 준비하듯 저도 변하고 나이 들어감을 준비해야겠습니다.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조그만 돈으로도 잘 살 수 있음을 배워야 하겠고, 건강도 자신하지 말고 마음에 맞는 운동을 찾아 몸을 단련해야 하겠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므로 외로움을 타지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구처럼 혼자 놀며 외로움과 친해지는 것도 배워야겠습니다.
창밖으로 노랗고 빨간 낙엽들이 떨어집니다. 저 낙엽들이 떨어지면 그 만큼 나의 시간도 줄어 들겠지요? 나의 바람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아닐진데. 다시 한 번 저의 살아가는 이유가 무얼까 자문해 봅니다. 내가 이 땅에 와서 무엇을 위해 살았던 가? 한 평의 땅을 일구어 지구를 지켰나? 한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했나? 아니면 역사를 조금이라도 앞으로 가게 만들었나? 그리고 마지막 잎새를 벽에 그려 사경을 헤매는 존시에게 삶의 희망을 주었던 무명의 노 화가처럼 누구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였나? 그런 존재가 아니어도 괜찮다.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마음먹고 살아가고자 노력중입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잎새이니까요. 모든 결정의 순간에 죽음을 생각하니 모든 게 쉬웠다고 고백하던 누군가의 강연이 생각납니다.
계절의 순서에서 죽음과 마무리를 생각하게 하는 11월, 지구에 와서 잘 놀다 가기를 바라는 그분의 뜻대로 살기를 원하는 자연인으로서 기도했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