놋그릇의 구리 성분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유기그릇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그 효과 적정성 여부에 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등장 이후 건강과 위생 문제에 국민적 관심이 증대되면서 향균 기능이 있는 제품들을 선호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구리 성분을 포함한 구리 마스크와 구리욕조, 특히 유기그릇이 각광을 받고 있다.
유기그릇를 판매하는 식기업체 T는 ”코로나19 출현 이후 매출이 10% 증가했다“며 ”유기 품목 중 가장 잘 나가는 상품은 수저로, 그릇 등 식기류의 매출이 전체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유기 괄사 마사지기가 휴대 편리성과 향균효과로 인해 이슈가 돼 인기 제품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유기그릇 전문 판매 업체 K는 “올 초까지 매출 1.5배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놋그릇(=유기)은 놋쇠로 만든 생활도구로 구리와 주석 등의 합금으로 제작되며, 그중에서도 ‘방짜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78대 22의 비율로 섞어 자체 향균 효과를 가진다. 유기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때부터 고려, 조선시대까지 놋그릇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달청에 따르면, 구리는 조선시대에 수라상에 있는 독을 판별하기 위해 식기로 사용하는 등 살균작용이 있다.
유기는 보온 및 보냉 효과가 있어 음식을 보관하는 데 용이하다. 또, 식중독을 악화시키는 O-157 바이러스와 식중독 및 패혈증을 일으키는 비브리오 균을 살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 이유는 유기 속에 들어있는 ‘구리’(Cu) 성분 때문이다.
Elsevier가 작년 8월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구리 코팅 접촉면에서 사스-CoV-2 (COVID-19) 바이러스를 비활성화시켰다. 우리가 사용하는 강철 부품에 냉분사 기술을 사용해 구리를 그 위에 코팅함으로써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배양한 후 그 결과를 측정했다. 구리로 코팅된 제품에서는 실험 4시간 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스테인리스 표면에는 48시간 후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이 실험에서는 구리로 코팅된 표면이 스테인리스와 비교해 코로나바이러스 불활성화 기여에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구리(Cu) 함량이 높은 합금(79-89%)이 구리 함량이 낮은 합금(70%)보다 더 빠르게 장염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를 비활성화시켰다.
sfm(society for applied microbiology)가 2017년 게재한 보고서 ‘구리 접촉 시 살균 및 향균 특성’에 따르면, 연구진은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에 대한 구리의 항바이러스 성질을 실험하기 위해 22도와 50~60% 상대 습도의 구리 표면에 210여 개의 바이러스 입자를 노출시켰다. 그 결과 스테인리스 강철에는 24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50만 개의 바이러스성 입자가 존재했으나, 구리 표면에서는 바이러스 배양 6시간 만에 오직 500여 개의 바이러스 입자만이 있었다. 즉, 구리는 코로나19뿐 아니라 인플루엔자와 사스, 메르스 바이러스와 같은 기타 병원성 제제를 억제하거나 비활성화 및 감소시키며, 구리의 향균 활성화는 구리의 산화 작용 및 용해성 특징으로부터 기인한다.
두 보고서에 따르면, 구리가 코로나19에 대항하는 항바이러스효과가 있으며, 사람이 접촉하는 모든 물체에 구리, 은, 그래핀과 같은 특정 물질을 코팅해 항바이러스 효과를 얻고자 하는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림대학교 바이오메디컬학과 박진서 교수는 구리의 코로나19 효과성에 대해 “어떤 시도든 원하는 환경에서 바이러스의 수를 99% 이상 줄여야 어느 정도 항바이러스 효능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며 “만일 99% 이상 줄여도 바이러스가 일부 존재하면, 감염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러스 한 마리라도 숙주세포에 감염하면 복제 과정을 거쳐 수 없이 많은 바이러스가 생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는 국립한경대학교의 실험로 구리합금에서 황색 포도상구균을 10분 내로 사멸시키며, 구리합금소재가 슈퍼박테리아를 단 10분 내에 99.99% 사멸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국제구리협회 관계자는 “고려대학교 임상시험센터에서 관련 실험을 해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비공개자료이다”라며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실험이 국내를 포함해 특히 아시아에서는 임상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연구 결과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국제구리협회 관계자는 “구리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살균 효과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며 “색깔만 비슷하거나 실질적으로 정식 구리 함량이 67% 이상이 안되는 경우도 있는 등 국내에서는 가짜 유기가 많다”라고 밝혔다. 이어 “유기의 진품 여부에 따라 향균 효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향균 기능에는 시간도 포함되기 때문에 얼마만큼 빠른 시간 안에 그 균을 어느 정도로 소멸시킬 수 있는지가 향균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식기류의 안정성을 담당하는 식약처는 “예방 효과를 기준으로 두고 있는 자료가 없어 놋그릇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살균 효과가 있다고 보증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위 연구에서는 구리의 항바이러스 효능이 있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금속이 아닐 수 있으며,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지를 남겼다. 또 많은 다른 물질들을 이용해 유사한 접근방법으로 항바이러스 효능을 얻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아직은 구리의 코로나바이러스의 억제 효과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실험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박멸에 구리가 효과를 미치는 가의 적정성에 대한 확실한 여부는 이에 관한 더 많은 연구가 수행되고,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진: 유기수저와 놋그릇
첫댓글 Elsevier는 출판사 이름이지 저널 이름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