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앙골 2010-11-25
내가 초등학교 2학년 2학기들어 부산으로 전학하고 해가 바뀌어 3학년이 되어 여름날~~
부산에서 처음 맞는 여름이었다.
여름 방학이 시작된 7월 하순에 시내 남포동인지에 있던 남일 초등학교에서
해양 훈련을 한다고 우리학교 마당에 텐트를 쳤다.
텐트래야 요즘 우리가 흔히 보는 텐트는 아니고 군인들 야전텐트 같은 것을 쳤었다.
학교 교실을 썼으면 비도 막아주고 마루바닥이라 시원 했을 텐데 왜 맨바닥에 아이들을 재웠는지
지금 생각하니 이상하다.
남일 국민학교 아이들은 해수욕복이라는 이상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때까지 우리가 본 물놀이 복은 광목 물들여 만든 검정 부루마에 하얀 런닝이 전부였는데~~
지금에야 수영복이 온갖 다양한 모습으로 나오지만 그땐 기성복도 별로 없던 때라 아마 미국영화에
가끔 등장하는 수영복 본따 만든 소매없는 원피스를 수영복으로 입었었나 보다.
그땐 그 아이들이 입고 있는 해수욕복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그때까지 내가 살던 수영에선 해수욕복을 입고 수영하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우린 줄레 줄레 둘러서서 그애들이 입고 있는 요상한 옷구경에 여념이 없었고,
집에 와선 엄마를 졸라 대기 시작했다.
그래서 울 엄마 옆방에 살던 이선생님댁의 중학교에 다니던 ○○언니의 학교 해양훈련에 갈때 맞춰
입었다는 해수욕복을 빌려 와서 파란 스트라이프 줄무늬의 지지미천 끊어와 만드는 옷에 눈 빤짝이며
얼마나 설렜던지~~
울 엄마 솜씨는 시골 동네에선 알아주는 솜씨였고, 내 명주 추석빔은 단연 학교에서 인기였으니,
똑 딴 듯하다는 소릴 했었었다.
그런 엄마가 해 주시는 옷에 이의가 있을리 없었다.
그러나 울엄마 수영복의 용도를 잘 모르시니 내년에도 입게 하시겠다고 큼직하게 만든데다,
팬티가 보일락 말락하는 치마길이를 정숙치 못하다고 샤넬라인으로 만들어 주셨고,
며칠 후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과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수영간 날은 날 웃음거리로 만들어 주고 말았다.
처음 옷을 입었을 적엔 가슴부위에 고무줄을 세겹인가 네겹으로 넣어서 위로 당겨 입으니 그래도 안에 달린
부루마가 보일듯 말듯 했는데 물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니 무거운 바닷물에 축 늘어졌고,
가슴에 있어야 할 고무단이 허리밑에 걸쳐져 치맛단은 종아리를 덮었었다.
아이들이 웃어댓고 난 어쩔 줄 몰랐었다.
선생님께서 얘들아 우리 보트타자 시면서 지금 생각하니 근처 작은 고깃배 같은 걸 빌려 오셨고,
모래톱에 올릴 수 없으니 바닷가 바위옆에 대고 바위로 올라가서 한사람씩 배에 타기 시작했는데,
원래 물만 보면 울렁증이 있었던 난 제일 마지막으로 배로 오르려다 파도에 울렁 밀려난 배에서 곤두박질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놀란 아이들의 고함소리가 들렸고 다시 파도에 쓸려 나간 난,
죽었구나 했던 순간 물위에 둥 떠 있었다.
커다란 치마가 물위에 활짝 펼쳐진 위에 오뚝 내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은 얼마나 기뻣는지
모른다 하셨었다.
그 큰 치마가 나를 살려 주었었다.
지금 수영장에 가면서 최대한 울퉁 불퉁한 몸매를 가리기 위해 좀더 넓은 어깨끈과 좀 덜패인 가슴라인의 수영복을 찾아 헤메는 난,
그날의 수영복을 생각하면 작은 미소가 떠 오른다.
첫댓글 행복했던 어린시절 추억이네요
새앙골님은 나한고 비슷한 연배이신데
그 옛날 어머니께서 수영복을 만들어 주셨다니...
수영복에 대해서 전혀 모르시던
그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수영복 덕분에
목숨을 건졌네요
저때가 몇년도인지 궁금하군요.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수영복에 대해 아는바가 없었던 어머님의 실수가
새앙골님과 선생님을 살려셨네요.
새앙골님의 수영복을 본적 없었던 저도
수영복을 볼때면 이 글이 생각나 혼자 웃게 될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후엔 그시절이 그립지요?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해양훈련이라니...
그래서 군용 텐트에서 주무셨다니 참 이상하네요.
7월 여름이라지만 잠자리가 불편하셨겠어요.
수영복을 손수 만들어 주신 어머님덕분에 물속에 뜨셔서
모르셔서 잘못만드신 수영복이 오히려 물속에 빠지신
새앙골님을 건지실수 있었네요.
저도 수영이 허리에 좋다고 해서 자주 하는편입니다.
새앙골님 수영복입으시고 수영하실 때마다
그 어릴때 추억이 생각나시겠어요.
재미있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