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친구 중 한 명이 시댁과의 관계에서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친구는 아이가 앞에 있어도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하였고 무기력해서 아무 것도 하기 싫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떨 때는 별거 아닌 것에 크게 웃어서 조증이 생겼나 싶었다고 했습니다. 우울해서 사람 만나기도 힘들었다고 이야기하며 지금 너희를 만날 수 있는 건 그래도 좀 나아졌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성품이 본디 유한 그 친구는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 우울한 이야기를 꺼내 미안하다 했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참 다행인지를 생각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문제는 이야기해서 해결될 것도 아닌데 뭐 하러 이야기하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사자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문제가 전혀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때로는 그 문제는 해결 방안도 없고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랄 뿐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한다는 것은, 말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복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일기장에 내 고민을 적어 내려가며 누군가에 말하면서 그동안 품고 있었던 고민과 생각이 정리될 수 있다는 걸 알았고, 또 해결 방안을 찾길 바라며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말하는 것만으로도 무겁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때로는 기도를 통해, 무지개 설교를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또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동체를 허락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오늘은 특별히 남문영 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인도하심에 감사합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게 하시고 누군가는 말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들어주시는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