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데미샘 / 晩秋가 수줍어 낯 붉힌 섬진강의 始原
‘호남지방의 지붕’이라는 진안고원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임실·순창·남원을 거쳐 곡성·구례를 적신 뒤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 사이를 지나 남해로 흘러드는 강이다. 길이는 약 212km로 한국에서 아홉 번째로 길고, 남한에선 네 번째, 호남에선 으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랜 세월 남도 땅을 적시고 유장히 흘러온 섬진강의 발원지는 진안군 백운면 신원리 팔공산 북쪽 기슭을 흐르는 상추막이골의 ‘데미샘’이다. ‘데미’는 이 고을 말로 봉우리를 뜻하는 ‘더미’에서 왔다. 샘 동쪽에 솟은 작은 봉우리를 동네 주민들은 천상데미라 부르는데, 이는 섬진강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봉우리라는 뜻이다. 굳이 데미샘을 풀이하자면 천상봉에 있는 옹달샘, 곧 천상샘이 되는 것이다.
데미샘으로 가려면 신암리 원신암 마을 위쪽에서 만나는 팔선정이란 정자 앞에서부터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여기서 데미샘까지는 1.19km의 오솔길. 천천히 걷는다 해도 1시간 정도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데미샘으로 이어지는 이 오솔길은 산골 소녀처럼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맑은 계류가 졸졸졸 소리 내며 흐르는 계곡을 끼고 있는 오솔길은 숱한 세월 동안 호남의 뭇 생명들을 키워온 샘물로 안내할 자격이 충분하다. 늦가을엔 오색 단풍과 휘날리는 낙엽이 천상데미봉 전체를 뒤덮는다.
천상데미 주변에서 발원한 계류는 너덜 아래를 흘러 데미샘에서 모인다. 단풍나무와 산죽으로 둘러싸인 샘 주변은 널찍한 너덜지대다. 데미샘 주변의 짙은 숲 그늘엔 긴 의자도 여럿 놓여 있어 물 한 모금 마시고 쉬면서 늦가을을 만끽하기에 더 없이 좋다.
★ 여행정보
교통 경부고속도로→ 대전·통영고속도로→ 장수 나들목→ 26번 국도→ 진안→ 30번 국도→ 백운→ 742번 지방도→ 신암리→ 데미샘. 수도권에서 4시간 소요.
숙식 데미샘 가는 길목인 백운면 신암리에 큰바위펜션이 있다. 식당은 마땅치 않으므로 마이산 입구에 있는 시설을 이용하는 게 좋다. 마이산 남부 시설지구에 벚꽃마을식당, 금당민박 등이 있다. 식당은 대부분 민박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