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국경도시 바젤(basel)시에는 1940년대에 설립된 세계적인 의자 회사인 비트라(Vitra) 본부가 있다. 그곳엔 거리와 공원에도 의자를 조형화한 작품이 곳곳에 위치하고 아파트 외벽에도 매킨토시 의자가 환경조형물로 매달려 있다. 도시의 캐치프레이즈도 '우리 도시에서는 의자에 앉으세요'로 의자를 도시 브랜드화하고 있다. 거리 이름도 비트라 회사를 탄생시킨 미국의 디자이너 부부 이름을 딴 '찰스 임스 가'(Chales-Eames Strasse)이고 그 1번지에 비트라가 있다.
바젤은 미술관, 박물관이 무려 40여개나 있는 문화·역사의 도시이다. 또한 20세기 건축의 진화를 살펴볼 수 있는 도시로 불릴 만큼 세계 유명 건축가들의 건축물이 많다.
비트라 공장의 건축물을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하고 독창적인 건축을 만들면서 그 수천 배에 달하는 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바젤 도시의 문화적 배경에 걸맞게 건축적 문화유산으로서 도시이미지 창출에 동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비트라 공장에는 건축물 견학과 박물관 관람을 위해 세계에서 찾아오는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유명한 프랑크 게리가, '콘퍼런스 파빌리온'은 일본의 안도 다다오가 설계하였다. 비트라 소방서 건물은 서울 동대문 플라자파크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가 설계하였고, 영국의 그림 쇼와 포르투갈의 알바로 시자는 생산 공장 동을 설계하였다. 벅민스터 풀러는 '지오데식 돔'을 그리고 사소한 주유소 건물까지도 장 프루베에게 설계를 맡긴 것이다.
1993년도에세워진 수직 벽과 수평이 없어 보이는 원근법 꼭짓점으로 모여진 형태의 소방서 건물은 이스라엘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된다. 불과 660여㎡(200여평) 남짓한 작은 건물들이지만 독창적인 건축물이 모여 있어 건축 견학 투어로 유명한 장소가 되었다.
CF촬영 장소로 광고에 등장하기도 하는 유명한 건축물을 보기 위해서 방문객들은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뮤지엄 건축투어' 프로그램에 등록해야 한다. 방문객의 수입과 서점·아트숍·커피숍 운영은 문화 사업으로서 기업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하여 그 효과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이다.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Vitra Design Museum)은 세계 의자의 역사를 망라한 1천800여점을 보유 전시하고 있고, 디자인 관련 전시·출판·세미나 등 문화 사업이 전문가 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에서 시작된 기업이 그 장소에서 오랜 전통을 지켜오고 그 도시와 함께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 가는 비트라같은 기업 풍토가 부럽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기업은 떠나고 없지만 역사의 흔적과 장소의 재생을 생각해본다. 달성공원 앞길의 삼성상회 터와 초창기 역사가 남아 있는 칠성동 제일모직의 건물을 기업문화 콘텐츠로 재창조하여 기업문화관, 전시관, 박물관을 세운다면 외부 관람객이 찾아드는 명소가 될 것이다. 한국의 비트라, 그 실현을 위해서는 전통과 건축문화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기업 철학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최상대 대구건축가협회 수석부회장·영남대 겸임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