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리드 뒤라스에게 아버지는 빛 바랜 가족사진 속에 갇혀 있는 영상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작가가 되어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마르그리뜨는 "나에게는 아버지가 없다", "나는 나의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고 선언하며 아버지가 물려준 그 이름마저도 지신에게서 떼어 버렸다. 이렇듯 마르그리뜨에게 아버지란 존재와 기억은 희미했기에 이후 그의 작품에 아버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마르그리뜨의 어머니는 그녀의 나이 서른 여덟에 의지할 곳도 재산도 아무것도 없이 그 먼 이국 땅에서 어린 세 아이들을 데리고 과부가 됐다. 교사로서의 경력과 그 직업만이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지만 원주민학교 교사는 식민지공무원 서열 중 가장 낮은 신분으로 보수 또한 형편없이 적었다. 그렇기에 어머니가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고 또 돈을 벌기 위해 이런저런 일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어린 마르그리뜨는 오빠들에게 맡겨진 셈이었다. 훗날 깡패오빠로 불리는 큰아들 피에르의 포악한 성품을 어머니가 그대로 방치하고 오히려 매사에 그의 편을 들어 붐으로써 이 가정의 화목을 완전히 파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렇기에 어린 마르그리뜨가 의지할 사람은 자연히 두 살 위인 작은 오빠뿐이었다. 그는 큰오빠와는 달리 여윈 몸에 말이 없고 예민한 소년으로, 작가 마르그리뜨의 최초이면서 영원한 사랑의대상자가 되는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증오와 사랑, 격렬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충동적인 행동으로 가득 찬 이 가정의 중심인물은 물론 어머니이다. 어린 소녀 마르그리뜨로서는 ''절대적인 엄마''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실로 견디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반항하고, 때로는 온몸을 휘감는 듯한 격정에 휘말려 소리소리 지르며 욕을 하고, 주위의 모든 것을 저주하고. 그러면서 그녀 내부에서는 고독과 함께 자아의식이 싹터갔을 것이다. 어머니의 비극과 어머니가 받은 상처를 가장 예민하게 헤아릴 수 있는 딸의 입장에서, 그 어머니의 삶의 고통을 어찌 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 거대하면서도 애절한 어머니의 영상은 마르그리뜨 뒤라스의 작품세계 곳곳에서 여러 번 되살아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