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토) 맑음
오늘은 트레킹의 마지막날이다. 오늘 루클라까지 가면 걷는 것은 끝나니까. 침낭을 싸면서 이게 마지막으로 싸는 것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약간 섭섭하다고 해야 하나...?
롯지의 여주인은 연기가 나는 향로를 들고 식당으로.. 부엌으로.. 불경을 외우며 돌아다닌다. 티벳불교의 의식이다. 그리고 향로를 밖에 내놓는다. 향 냄새가 주위에 퍼진다. 냄새가 좋다. 어제 올라올 때 주변에 지천으로 있던 나무의 이파리들이 향의 원료구나.
맑은 날씨로 그동안 못보았던 롯지 앞쪽 계곡 모습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산자락들과 흡사한 모습이다.
8시 출발. 9시 20분에 체트라 4600고개에 도달하다. 여기서부터는 서북쪽으로 흰 눈과 얼음이 쫘악 깔려 있다. 이 길을 아이젠 없이 가기는 무리다. 소남은 아이젠이 없다. 내 아이젠을 소남과 한 짝씩 공유한다. 소남에게 왼쪽을 주고 내가 오른쪽을 찬다. 소남은 처음에는 사양하더니 받아 차고서는 싱글벙글이다.
서로의 마음이 통하니 좋다. 기념사진 찰칵. 왼쪽은 소남 발 오른쪽은 내 발 ㅎ ㅎ.
그리고 나의 아이젠없는 왼발을 빨래줄로 쓰던 줄을 꺼내 꽁꽁 묶다.
10시에 4500고개 도착. 여기서부터는 북향 내리막인데 완전 얼음판이다. 결국 제동이 안되는 왼쪽 뒤꿈치가 미끄러지며 세 번을 꽈당. 세 번째는 좀 크게 넘어졌는데 소남이 놀래서 달려와 자기가 신은 왼쪽 아이젠을 벗으려 한다. 괜찮다, 소남아. 다행히 엉덩이로 넘어졌어.
소남의 마음씀이 고맙다.
얼음밭을 지나고부터는 일사천리다. 12시 10분경 추탕가 도착. 야채와 계란을 넣은 네팔라면으로 점심. 김 선생님은 어제 여기까지 와서 잤단다. 그리고 발이 삐인 앤젤로는 여기까지는 못오고 요 위에 카르카텡까지 와서 잤단다. 다들 준족들이다. 코테에서 하룻만에 4600고개를 넘어 오다니..
내려올수록 더워진다. 옷을 가벼운 것으로 바꾸어 입다. 저 밑으로 루클라가 보이기 시작하고 비행기 이착륙 소리도 듣는다. 연거푸 건너는 계곡이 시원해 보인다. 이제 정말 트레킹이 끝나는구나. 좀 아쉽다.
3시에 sherpa lodge에 도착. 그동안 수고한 소남과 마지막 미팅을 하다. 실제는 14일을 일했지만 당초 계약했던 15일치를 하루에 15불씩으로 정산해준다. 그리고 팁을 3500루피 주다.
그리고 그동안 쓰던 Leki 스틱 한 쌍, 아이젠, 동계내의 상하 한 벌, 동계용 장갑, 마스크, 양말 2개 등을 주다.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소남아, 너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앞으로 10년 후 나이 30이 되면 무거운 짐 지는 것도 못하지 않냐? 영어 열심히 해서 가이드포터라도 해야지.. 아쉬워하는 소남과 작별하려니 나도 아쉽다. 뭔가 더 줄 걸..
저녁 때는 오랜만에 치킨스테이크에 창(네팔 막걸리)을 시키다. 작은 병이 없어 1리터 짜리 큰 병을 시키니 양이 너무 많다. 옆자리의 독일부부가 뭐냐고 묻길래 ‘rice wine'인데 맛보겠냐고 하겠더니 사양한다. 혼자서 500cc 이상 먹었더니 어지럽다.
11월 10일(일) 맑음
루클라에서 카트만두 갈 때는 혹시나 날씨가 안좋아 비행기가 안 뜨면 어쩌나 걱정하는게 일이지만 오늘 아침 날씨는 맑다. 문제는 당초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돌아가려니 대기자 명단으로 들어있는데 Tara항공의 대기자가 엄청 많아 불확실하단다. 롯지의 사우니가 마칼루 Air라는 회사의 비행기표를 들고 와서 이걸 사고(162달러), 타라 항공권은 카트만두에 가서 반납하는게 어떠냐고 한다. 할 수 없지 뭐..
옆방에서 잤던 독일 부부가 나를 보더니 코고는 흉내를 낸다. 그리고는 “rice wine, rice wine”이라고 한다. 아하.. 내가 창 먹고 코를 심하게 골더라 이거지? 아쉬, 미안하고 좀 창피하다. 잘 때는 코를 잠시 떼어 옷걸이에 걸어놓고 자는 방법이 없을까?
첫댓글 North Korea 최초 메라피크 등정을 추카합니다. ㅎㅎ
2년 전에 홈사장을 몇번 보았는데 아주 성실하고 친절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제이빌이 이사를 했던데 나중에 만날 기회가 있겠죠...
아.. 제이빌 이사하기 전부터 아시는군요..
홈사장이 믿을만하다고 네팔에 제법 오래 사신 분이 말씀하시더군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작년 봄 홈사장통해 한달간 쿰부히말트레킹과 ABC를 다녀왓는데 참 친절하고 믿음이 가는이였어요. 메라피크 등정 축하드립니다^^
@몽이 몽이 님도 홈사장을 아시는군요. 홈사장 한국에 한번 오라고 했는데 일이 바빠서 못 온답니다.
감사합니다.
헐~~~North Korea 마지막 반전에 빵 터졌습니다.
씨나님 덕분에 메라피크 편안하게 다녀왔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직접 다녀와야죠.
버킷리스트에 담아두었습니다. 좋은 후기 고맙습니다.
직접 다녀오신 후 후기를 남겨주시면 저도 다시한번 여행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메라피크 후기 열심히잘 읽었습니다.다음에 가게되면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네, 제가 후기를 올리는 이유 중 하나가 제가 이 카페에서 도움을 받은만큼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다음에 가실 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는 기쁩니다.
저도 준비중인데 큰도움 될것같슴다 걱정도되고 감사히 잘보고 감다
가기 전에는 걱정되는게 정상인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기 바랍니다.
소남 세르파..제가 마나슬루 라르케라를 넘을 때 만났던 친구네요. 라르케라에서 빔탕으로 하산하던 중 신설이 녹기 시작하면서 길이 많이 미끄러웠는데 그때 자꾸 넘어지고 위험해 보여서 제 가이드 니마가 중간 중간 몸도 잡아주고 간식도 함께 나눠먹었었지요. 빔탕에서 소남과 함께 온 손님이 저와 같은 롯지에 묶게 되서 키친룸에서 함께 불을 쬐며 담소를 나눴었어요. 소남의 손님이 설맹으로 너무 아파해 소남을 챙기지 못하는 것 같아 콜라를 사주었는데 꽤 수줍어하며 미소 짓던 모습이 떠오르네요.(사진은 빔탕의 롯지에서^^)
설악아씨님 글을 읽으면 가이드나 포터에게 참 잘해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자기 식구 아닌 소남에게도 따뜻하게 해주셨군요. 멋집니다.
아씨마님 k2 곤도고로라트래킹은 잘다녀오셨는지요
마님의후기 오메울망기달리고있어요
지두 내년 k2곤도고로라계획중입니다만 혼자가려니 여러모로 힘이드네여
@유라시아2 곤도고로라는 퍼밋이 나오지 않아서 넘지 못하고 갔던 길을 되돌아 왔어요. 그래도 나름 만족스러운 트레킹이였구요. 후기는 이제서야 조금씩 쓰고 있는데 개인적인 내용이 많아 블로그에 올렸어요. 블로그 친구 신청 하시면 보실 수 있어요.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나이가 18살이라고..어린 나이에 고생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짠했었는데..씨나님의 후기에서 다시 보니 너무도 반갑네요^^
그리고 추탕카로 가기 전 소남과 함께 아이젠을 나누시며 빙판 슬라이딩까지 감내하신 씨나님의 마음씀이 너무도 아름답네요. 씨나님의 후기를 읽으며 가이드와 포터, 씨나님 모두가 행복한 트레킹이였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멋지고 아름다운 글 잘 읽었어요. 늘 안전 산행 하세요^^
그리고 히말라야를 등정한 최초의 북한인이 되신걸 축하드립니다.ㅎㅎㅎ
이번에 소남은 묵묵히 아주 성실했습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는 모습이 안타까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잘 해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저는 북한인이 되어있을 수도 있지만 설악아씨님은 예쁜 남자로 되어있을 수도 있잖아요?...ㅋ
@씨나 ㅎㅎ제가 메라피크에 도전했을때 등반 퍼밋에 성별이 male로 되어 있었지요.ㅎㅎㅎ
@설악아씨 see? I already knew that!
어쨌거나 제 글을 곱게 봐주시고 칭찬의 댓글까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홈사장도 설악아씨님 칭찬하던데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다음 등정 때 많은 도움되겠군요.감사함니다.
도움이 되신다면 다행입니다. 한가지 아쉬움은 메라 지역 지도가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여기에 지도를 못 올렸습니다.
메라피크 등정을 축하드림니다
쿰부트래킹이후 가이드가병원 근처에서 일때문에 돌아가는바람에 혼자 추탕카 마지막롯지까지같다가 안개에 비까지!!! 마음조리며 돌아온 기억이나네오 항상건강하시구요 내년K2bc 곤도고로라 트래킹 계획하고있는데혼자갈려니여러모로힘드네요 메라피크등반은 못하더라도하이켐프까지라도가고싶네요
K2 베이스캠프와 곤도고롤라를 혼자 가시려고요? 저도 2011년 여름에 경험해봤는데 파키스탄은 네팔에 비해 인프라가 더 안되어 있더군요. 그렇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을 겁니다. 길기트의 메디나 게스트하우스를 접촉해보시면 정보를 더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메라피크는 하이캠프까지만 가도 훌륭한 조망을 두루 즐길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뜻하시는 바 이루시길 빕니다.
춥고 멀어 허공의 길 같은데 오르셨다니 축하합니다!!
씨나님의 열정을 쏟은 메라피크 등정 후기를 읽으며 신선한 감동 가득 채웠어요~~잘 읽었습니다^^
아침뜸님, 이렇게 엄청난 칭찬을 해 주시다니...ㅎㅎ
사실 깜깜한 새벽에는 정말 허공의 길을 가는 듯 했어요.
고맙습니다.
재밋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씨 좋은 분들이 많군요.
곤도고로패스 얘기도 있네요. 저도 2005년 산악부 재학생 4명과 함께 넘었습니다.
사진은 패스에서 가셔브럼 산군을 보며 찍은 것입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곤도고롤라 사진을 보니 밤새 힘들게 올랐던 생각이 나는군요. 제가 갔을 때는 구름이 많아서 이렇게 멋진 사진은 못찍었습니다. 좋네요..
짝짝짝 축하합니다.^^ 작년에 암푸랍차패스를 통해서 거꾸로 오르던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우리 멤버와 아는 분들이 여기 다 몰려 있군요? 저도 내년봄에 파르차모 원정준비중입니다.
홈사장에게 견적 부탁한 상태입니다. 이젠 등반전문가로 가시는군요? 애많이 쓰셨습니다.^^ 피켈맨
앗! 피켈맨님, 오랫만이고 반갑습니다.
금년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암푸랍차 패스를 넘으려고 계획했던 모든 팀들이 캔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파르차모는 어딘가요? 어딘지는 모르지만 피켈맨님의 막강한 체력으로 너끈히 해내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은 잠시 미국에 있는데 2월에 귀국하면 연락드릴테니 이멜주소 좀 주세요.
귀국하시면 연락주세요~~~ 맥주 한잔 하시지요^^ koongin@hanmail.net입니다.
등정을 축하합니다!
그동안 올리신 후기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후기 잘 보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사진을 좀 더 찍어서 올렸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나님의 상세한 후기가 앞으로 있을 산행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하나 궁금한 것은 ,저 또한 장비를 가지고 가려 하는데
아이스바일이나 피켈이 수화물검색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는지요?
제 후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매우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피켈은 수하물 검색 때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물론 부치는 짐에 넣어야 합니다만..
아무쪼록 즐거운 산행 되시기 바랍니다. 아... 또 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