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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인류학자인 프레이저의 저서 <황금가지>는 유럽과 태평양 연안 지역의 신화와 종교를 토대로, 현재의 문화가 형성된 배경을인류학적으로 탐구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레이저 생전인 1890년에 초판이 간행되었고, 이후 여러 차례의 개정을 거쳐 가족과 지인들에 의해 1936년에 전 13권의 체제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당시 서양의 기술문명에 오염되지 않고 원시적인 삶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던 부족들의 신앙이나 풍습을 조사하여, 종교를 기독교 신학의 관점이 아닌 문화의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서양의 신화와 종교에 대한 문화적 해석을 담고 있기에, 당대의 주류적인 기독교의 관점에서 어긋나는 해석도 포함하고 있어 해당 부분의 공개를 꺼리는 경우도 발생했다고 한다. 또한 방대한 분량의 저술이기에, 필요에 따라 부분적으로 발췌되어 출간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하며, 한국에서의 번역본 역시 어떠한 이본을 선택했는가에 따라 그 체제와 내용이 다소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 책은 옥스퍼드대학에서 편집 출판했던 책을 저본으로 번역한 것이며, 그 서문의 분량만 해도 40페이지를 상회하고 있다. 지금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학설이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문화가 미신과 주술에서 종교로 발전했고 다시 그것이 과학으로 뒷받침되는 과정을 밟아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선 <황금가지>라는 제목은 큰 나무에 기생하여 자라는 ‘겨우살이’를 뜻하며, 모든 잎이 다 시드는 겨울에도 밝게 빛나는 겨우살이를 신성시했던 고대의 문화적 관습에서 취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숲의 왕’이라는 제1권의 내용은 겨우살이를 쟁취한 자가 왕에게 결투 신청을 할 자격을 갖추며, 그 대결에서 이기면 새로운 왕으로 등극한다는 내용에 신화가 다양한 문화에서 발견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자연스럽게 ‘신의 살해’라는 제2권의 내용으로 이어지며, 여러 부족이나 문학작품에 남아있는 문화의 코드를 해석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프레이저의 관점에 의하면, 특정 동물을 숭배하는 토테미즘의 문화에서도 때로는 그 대상을 살해하여 부족원들이 나눠먹는 풍습으로 남아있다고 강조한다. 원초적으로 왕이나 신적인 대상을 살해하던 풍습이, 후에는 다른 사람이나 동물을 대신 바치는 ‘속죄양’으로 변하는 과정을 제3권에서 논증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책의 제목이기도 한 ‘황금가지’의 의미가 지니는 문화적 코드를 마지막 제4권에서 풀어내고 있다.
9백여면에 이르는 방대한 저작의 내용들은 저자인 프레이리가 평생에 걸쳐 조사했던 다양한 부족의 풍습과 그에 관한 이론적 뒷받침이 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즉 인류학자로서 실증에 기반한 연구라고 할 수 있겠는데, 자신의 논증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들을 조사하고 탐구하여 결론을 이끌어나가는 방식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신화와 종교에 대한 문화적 해석이 주류 종교의 교리와 어긋나게 되면, 지금도 특정 교인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여전히 기독교의 영향력이 강하게 지배했던 19세기 영국에서 활동했던 저자이기에, 그러한 신화와 종교를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작업이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연구에 철저한 실증과 그에 걸맞은 합리적 논증을 펼쳐 지금까지도 문화에 대한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획득하고 있다고 이해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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