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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의 생애와 문학 작품을 연구하여 그 결과를 소개하는 것을 일컬어 작가론이라고 한다. 자기 자신의 생애를 되돌아보는 것도 적지 않은 시일이 요구되는데, 과거를 살았던 인물의 삶을 재구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고 지난한 과정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남아있는 기록이 단편적이고 일생을 재구할 수 있는 부분적인 내용만이 남아있다면, 상당 부분 연구자의 합리적인 상상력에 의존해 연구 대상의 일생을 재구해야만 할 것이다. 고전문학을 연구하면서 지속적으로 부딪히는 문제이며, 부분적인 기록을 통해서 어떻게 작가의 온전한 삶과 문학 세계를 탐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시가 작가인 노계 박인로의 생애와 그의 문학 세계를 오랜 기간 탐구해온 저자의 결과물을 엮은 것이다. 일찍이 정철과 윤선도와 더불어 조선시대 3대 시가 작가로 알려졌지만, 중앙 정계에서 화려한 삶과 좌절을 맛보았던 두사람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인물이 바로 박인로이다. 그는 지방의 한미한 양반으로 살아가면서 임진왜란을 겪으며 의병으로 활약했고, 이후 무인의 길을 걷다가 은퇴하여 학문에 매진했던 인물이다. 어린 시절 시를 짓고 뛰어난 학문적 재능을 발휘했기에, 박인로는 마땅히 과거를 보고 문인으로서 관리가 되는 과정을 꿈꾸었을 것이다.
하지만 임진왜란은 그의 삶의 방향을 바꾸어 무인으로 관직을 역임해야만 했으며, 벼슬에서 물러난 이후에나 평소 마음먹었던 학문에 종사하며 지내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무인으로 종사하는 과정에서 전쟁의 참상을 탄식하고 평화에 대한 희망을 담은 <선상탄>과 <태평사>와 같은 가사를 창작했고, 전쟁을 겪은 이의 궁핍한 현실을 반영한 가사 <누항사>를 짓기도 했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란 뜻의 ‘선가자(善歌子)’로 알려져 전쟁의 와중에 이러한 작품을 창작할 수 있었으며, 벼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누군가의 부탁이나 명으로 다양한 시가 작품들을 창작했던 것이다. 현재 그의 작품은 가사 11편과 시조 60여 수가 전하고 있다.
박인로의 문학 작품은 여러 차례 목판으로 출간된 바 있지만, 여기에 필사본 자료까지 전해지면서 이본 관계가 형성된 작품들도 적지 않다. 저자는 오랜 기간 박인로의 생애를 추적하여 재구하고, 전해지고 있는 그의 작품들에 대해 문헌적 고찰을 진행하여 그 결과물을 모아 엮어 이 책으로 출간했다. 1부에서는 ‘노계 박인로의 생애와 문학 작품’에 대해 개략적으로 소개하고, 2부에서는 ‘노계가사 문학의 겉과 속’이라는 제목으로 가사 <태평사>를 비롯한 5작품에 대한 창작 배경과 의미 등에 대해서 적시하고 있다. 3부에서는 ‘노계 시조 문학의 세계’라는 항목으로 대표적인 시조 <조홍시가>와 <오륜가>에 대한 탐색의 결과물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노계시가의 외연’이라는 제목으로 4부에서는 그의 작품과 관련된 인물들에 관해 탐구한 결과를 전하고 있으며, 5부에서는 박인로 문집의 간행 경위와 후대의 계승 작업 등에 관해 소개하고 있다.저자는 이 책의 내용들이 ‘노계 선생이 남긴 자취를 따라다닌 긴 여정과 선생과 나눈 대화’의 결과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연구 성과를 기대하며 박인로의 생애와 문학 작품을 탐구하면서, 저자의 상상 속에서 작가와의 대화를 시도하고자 햇던 경험을 떠올렸을 법하다. 이 책에서 소개된 바와 같이 박인로의 생애와 문학 작품에 대한 기초 작업이 있기에, 앞으로 더 깊이 있는 결과물들이 작품론과 후속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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