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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남정맥 제15~16구간 (냉정고개~쇠금산~망천고개~신어산~생명고개까지)
<첫째 날> 냉정고개~황새봉~망천고개까지
...............언 제 ; 2014년 4월 19일 (경남 7~18도, 맑음)
...............누구와 : 구본영, 박종관, 박찬익, 부길만, 이정일, 황성자 (이상 6명)
...............산행시간 ; 총 6시간 30분
...............휴식, 식사, 알바 ;
<06;10~10;10> 창원행 출발~창원도착
11;00 냉정고개 출발/김해시 진례면 산본리 398-29
11;20 남해고속도로 갓길/우측
11;27 남해고속도로 굴다리 통과
11;31 국악연수원(무속전수관)입구
12;17 보현행원(우) 갈림길
12;30~12;40 339봉/폐 운동시설/양동산성 갈림길/휴
12;47 불티재/미륵암(좌)/시멘트 임도
13;13 15번 송전탑
13;27 16번 송전탑
13;31~14;00 황새봉 정상/폐 운동시설/점심/휴
14;05~14;08 내삼계곡(우) 갈림길/무명표지목→추모공원 1.3km 표지목/좌
14;14~14;16 추모공원 0.8km, 고령마을 0.4km 갈림길→능선분기점/무명표지목
14;27 덕암공원묘원/구릉내미재/좌
14;55 367봉/금음부락 갈림길
14;58~15;05 쇠금산/금음산/운동시설/휴식/휴
15;24~15;30 공원묘지~낙원공원마트/묘지/휴
15;40 27번 송전탑
15;45~15;55 공원묘지 정상/271.9봉
16;00 송전탑
16;10 성원ENT/우→신일화공 정문 통과/좌 송전탑 방향
16;29 47번 송전탑(이곳에서 좌측으로 하산해야 되는데 경운산으로 직진)
16;53 4번 송전탑
16;48~17;12 경운산/급좌
17;15 3번 송전탑
17;30 망천고개/김해시 한림면 신천리 273-6
<18;40~20;00> 신라가든/김해시 진영읍 설창리 715-6. ☎ 342-5364 (엄지교육 이인태 후원)
<20;40~> 몰디브모텔 투숙/김해시 삼계동 시내
<산행기>
산허리를 휘감는 차창 밖 세상은 온통 연녹색이다. 불과 한 달 만에 산천은 이렇게 많이 변했다. 萬化方暢도 就寢後景이라. 차창 밖을 내다보며 산천구경할 겨를도 없이 엊저녁 못다 잔 잠을 청한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영동고속도로에서 다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고향 문경을 지날 때 우연히 눈이 떠인다. 고향이란 언제 어디서나 다정하게 반겨주는 곳이고, 그리움의 대상이며, 정감이 있는 곳이다. 금의환향의 집결지이고 귀소본능의 귀착지어서 일까.
8시 25분에 선산휴게소에서 15분간 정차한다. 급하게 뛰어내려 볼일을 보고 난 다음 제자리로 돌아오니 황별표 특식이 제공된다. 취나물 쌈밥에 계란말이 덮밥, 미소국물까지 준비했다. 비닐장갑을 끼고 하나하나씩 손가락으로 집어서 맛보는 묘미도 별미지만 취나물 특유의 향에 아삭아삭 씹히는 맛도 또한 색다르다. 지난달 샌드위치처럼 좀 ‘질퍽했더라면’ 더 맛있을 텐데...... 황별이 피식 웃는다.
10시 10분, 창원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장갑생 기사분이 반갑게 맞는다. 한 달 만에 만나 이 애기 저 얘기하며 냉정고개에 도착하니 11시이다. 이제 낙남정맥도 막바지로 치닫는다. 출발 20분후에 남해고속도로 갓길에 내려와 우측으로 5~6분후 굴다리 밑을 통과한다. 그리고 국악연수원 앞을 지나면서 고개를 갸우뚱?. 괄호를 열고 ‘무속전수관’이라 쓰였다. 무당을 가르치는 곳? 무당학교? 아니면 신 내림을 받는 곳인가, 호기심을 뒤로하고 시간에 쫓겨 본 코스로 진입하는데 부교수님도 ‘무속전수관’이란 곳을 무척 궁금해 한다.
339봉에 오르니 사방이 탁 트이고 전망이 아름답다. 그런데 운동시설이 오래되어 무용지물로 이곳 주민이 그만큼 이용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인구가 줄어든 탓일까 아니면 코스 전망이 별 볼일 없는 걸까. 불티재와 송전탑을 차례로 지나 황새봉에 올라서니 전망은 좋은데 역시 폐 운동시설이다. 우린 이곳 공터에서 점심 보자기를 편다.
오후 1시 30분이다. 잡곡밥에 밤과 대추 등 건 과일을 가미한 구미호표 영양밥이다. 개개의 플라스틱 도시락을 일일이 챙기고 신선한 야채 반찬에 따뜻한 물과 커피, 빵, 과자, 녹차까지 곁들여 준비했다. “이러다간 산 꾼들 입 맛 다 망칠 것만 같다”고 박종관 회장의 충고(?)이다. 여기에 황별이 배낭을 부스럭거리며 뒤척이더니 맥주 한 캔을 꺼내들고 ‘요건 술이 아니’라나.
내삼계곡 갈림길을 지나 산 중턱으로 올라서며 어마어마하게 넓은 공동묘지를 지나는데 어떤 곳은 추모공원, 어떤 곳은 영락공원, 또 어떤 곳은 낙원묘원 등 이름도 가지가지이다. 인생사 가고 나면 저렇게 한 줌 흙으로 가는 데 추모이면 어떻고, 낙원이면 어떠하랴. 영락인들 무슨 소용이고 천당이들 별것이랴.
쇠금산 정상에서 바라본 이곳 전경은 공원묘지 천국이고 골프장, 송전탑 천지이다. 지도에는 금음산이고 정상석은 350.8m의 쇠금산으로 표기되었다. 이곳 운동시설에서 훌라후프(hula-hoop)을 돌려보는데 그래도 돌아가는걸 보면 아직은 괜찮은 편일까.
오후 4시에 가깝다. 공원묘지산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송전탑따라 속세인 성원ENT 정문앞에 내려서니 폐품처리공장, 채석장의 소음과 먼지가 진동을 한다. 우측으로 신일화공 정문을 통과하여 좌측 송전탑을 바라보고 시멘트 길을 따른다. 무심코 송전탑을 하나 둘 지나다 보니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하여 주민 한 분을 만나 물어보니 아차, 경운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알바 한 것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멋진 전경 한곳 더 보고 하산하는 편이 되었다.
약 30여분쯤 알바를 하고 가야대학교 이정표를 바라보며 大路에 내려선다, 좌측 큰 가구점 옆 SK주유소, 오일뱅크 앞에서 장갑생 기사분을 호출하는데, 여기서 박종관 회장도 전 한국삐아제 지점장(현 엄지교육 대표 이인태)을 부른다. 우린 차량 두 대에 나누어 타고 이인태 사장님의 안내를 받아 10여분 후에 진영읍 설창리의 맛 집 ‘신라가든’에서 갈비를 굽는다. 고단한 산행 뒤풀이를 한우갈비로 융숭하게 대접받고 보니 박종관 회장께 인사를 해야 할지 이인태 사장님께 인사를 해야 할지, 정말로 맛있게 먹었다는 인사를 이제야 전한다.
저녁 8시 40분, 김해시 삼계동 시내 몰디브모텔에 투숙한다. 그렇잖아도 장갑생 기사님은 그의 여동생이 이곳에 산다고 하며 동생 집에서 1박하자고 하는데 고맙기는 하지만 죄송해서 우린 모텔을 택한다. 어느새 부교수님이 맥주 3캔을 사 가져 와 간단하게 오늘의 종파티를 한다. 그러나 TV화면 어디를 돌려도 3일 전 침몰한 세월호 사건으로 제 술맛이 아니다.
지난 16일, 476명을 태우고 인천을 출발하여 제주도로 가던 세월호가 아침 8시 50분쯤 진도 앞 바다에 침몰하여 온통 나라가 패닉(panic)현상에 처해있다. 대부분 희생된 사람들은 수학여행을 떠나는 꽃다운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어서 더욱 그렇다. 요즘 모든 매체들은 실시간으로 안타까운 구조 소식뿐이다.
책임져야 할 선장과 선원들은 전부 탈출하여 구조를 받고, 승객에겐 오히려 ‘움직이지 말라’고 안내방송까지 한 뒤, 지네들만 도망쳐 나온 선원들의 행위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오늘로 3일째를 맞아 사망 실종이 302명, 배안에 갇힌 생존자는 아직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했다. 안타까움이다. 어른들의 잘못이 이렇게 큰 화를 부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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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망천고개~신어산~생명고개까지
...............언 제 ; 2014년 4월 19일 (경남 5~18도, 맑음)
...............누구와 : 구본영, 박종관, 박찬익, 부길만, 이정일, 황성자 (이상 6명)
...............산행시간 ; 총 7시간 20분(좌측으로 우회하느라 약 30분 이상 소요)
...............휴식, 식사, 알바 ;
<05;00 기상→06;00> 아침식사/전주 콩나루 콩나물국밥(새벽부터 싸움 구경)/김해시 삼계 동 1478-8 번지 ☎ 055-333-9236
06;50 망천고개 출발
07;04 시멘트 포장도로 횡단/좌
07;12 10번 송전탑
07;31 12번 송전탑
07;36 13번 송전탑
07;45 포장도로(2차선)
07;45 임도/계단
07;52 14번(40번) 송전탑/깔딱고개
07;55 임도/계단
08;12~08;28 16번(38번) 송전탑 지나서 휴식
08;37 삼거리, 직진 및 우측으로 비표/알바 조심→우리는 직진하다가 20여분 알바
08;50 33번 송전탑→산길사거리에서 우측으로 하산
09;20~09;40 나밭고개 사거리에 복위하여 예비군훈련장까지
19;10 예비군훈련장 삼거리에서 트럭 대여 이동
10;22 가야CC 정문 앞/골프장 때문에 통행 불가/우측으로 내려가야
10;35~10;45 영운리고개/가야촌 앞, 휴식/우리는 좌측으로 우회하는 바람에 훨씬 멀다.
11;33~11;43 가야골프장(신어산 서봉 아래)에서 휴식
12;40~12;50 신어산 서봉(630m)/정상석/돌탑
13;00 헬기장/은하사 1.3km 갈림길
13;10~13;16 출렁다리/사진찍기
13;18~13;30 헬기장→정자에서 간식
13;31~13;36 신어산 정상(631m)/정상석/전망 좋음
13;42 산길사거리 천불사 갈림길/직
13;48 신어산 동봉(605m)/정상석/돌탑
14;10 생명고개 도착/시멘트 포장 임도/좌/신어산장(김해시 상동면 장척로 462번길196)
<14;50~16;15> 신라농원 오리고기 식사/상동면 묵방리 213-1. ☎ 055-323-6842
<16;50~17;25> 김수로 왕릉 참관
<17;35> *. 김해에서 서울행 버스가 없어서 창원으로 이동
<18;30~10;10> 창원 고속터미널 옆 돼지국밥과 순대(저녁식사?)
<19;30~23;30> 창원에서 서울행고속버스 출발~서울 강남터미널 도착
<산행기>
5시 50분, 모텔을 나오자마자 길 건너 ‘전주콩나루국밥집’에서 아침식사를 하려는데, 청년 한 사람과 아가씨 세 사람이 밤새껏 술에 취해 손찌검 위협을 가하며 싸움을 한다. 급기야 소주병을 깨트리고 탁자까지 뒤집는다. 다른 손님들도 우리를 합하여 12~13명 정도는 되는데 누구하나 싸움을 말리는 이가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새벽부터 험악한 싸움에 끼어들기도 그렇고 그냥 보고 있자니 서빙아줌마가 경찰에 신고를 한다.(5시 55분) 급기야 싸우는 청년과 여성 셋은 기고만장하여 기세등등하다. 저런 아가씨들이 얼굴은 반반해 가지고 밤새 술을 마신 뒤 새벽부터 패싸움을 벌리다니, 얼굴만 보고 사람 속을 어떻게 알까만 장차 어느 총각이 데려 가련지 한심하다고 이구동성이다.
경찰에 신고 후 15분쯤 지나서 경찰관이 왔는데,(6시 10분) 경찰관 역시 싸움을 말리는 것이 아니라 사진만 찍고 구경만 하다가 한참 후 제풀에 꺾여 지친다음에야 이들을 순찰차에 태운다. 나중에 보니 파출소 위치도 직선거리 200여 미터쯤 될까 말까한 거리인데, 15분이나 걸렸다. 역시 늑장출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초기대응의 미숙함을 질타하는데도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은 변한 것이 없다. 종업원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우리 일행들도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시간은 6시 20분, 출발시간이 되어 식당을 나선다.
그럭저럭 새벽부터 한 바탕 험악한 싸움구경을 하고 망천고개에 내리서니 6시 50분이다. 어떤 이는 망천고개를 亡者가 저승으로 가는 고개라고 소개하지만, 설마 마을이름을 그렇게 지었을까. 아마 망천마을이란 이름은 望川으로서 ‘동리 앞에서 내(川)를 바라본다’는 뜻으로 그 만큼 전망이 좋다는 의미가 함축된 것은 아닐까.
이제 속세를 떠나 입산하는 터에 걸으며 생각하며 유유자적하려는데 시멘트 도로를 건너고 송전탑 10번, 12번, 13번을 지나노라니 민둥산 하나가 뭉개지고 있다. 요즘 도시나 시골, 어디를 막론하고 개발 논리에 밀려 아까운 산 하나쯤 뭉개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다. 속살을 들어낸 뻘건 토사 변엔 떨어지다 남은 산 벚꽃들이 겁에 질린 듯이 떨어지고 있다.
7시 45분쯤에 2차선 포장도로에 도착하여 송전탑을 따라 40여분 정도를 가파르게 치고 오른다. 목까지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러나 능선의 전경이 무척 아름다워 힘들었던 조금 전의 일을 금방 잊는다. 좌우 전망을 관전하며 무심히 산길사거리를 지나 송전탑 33번 아래에 닿으니 두릅 군락지이다. 그러나 두릅이고 뭐고 아무리 봐도 정맥코스가 아닌듯하여 부랴부랴 오른쪽으로 하산한다.
9시 30분쯤에 나전리에 도착한다. 나전(羅田)이란 나밭의 한자어이다. 나화낙지형(羅化落地形) 또는 선녀나대하강전형(仙女羅帶下降田形)의 명당 풍수설에 의해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나밭사거리에 도착하였으나 여기서 바로 산길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송전탑만 즐비한 야산을 올라야 한다.
나밭고개에서 이어지는 코스 찾기도 쉽지 않다. 무작위로 개발된 마을이 볼품도 없고 큰 의미도 부여되지 않는다면 굳이 올라갈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모아, 예비군 훈련장 앞 삼거리에서 가야CC까지 차량을 이용하기로 한다. 마침 동네 1톤 트럭 주인에게 사정하여 가야CC앞까지 트럭에 오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어쩌면 그냥도 태워줄 것만 같은 트럭 주인은 10분도 채 운전하지 않았는데 2만원을 달란다. 황별씨 ‘아침 식당에서 식대를 받지 않아 경비가 절감되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 그 경비 다 나간다.’고 울상이다.
영운리고개에는 가야CC가 낙남정맥 코스를 막고 있다. 신어산을 눈앞에 두고 골프장 좌로 선회하여 골프장내로 들어서니 골프장 전경은 좋으나 모두들 못마땅해 하는 눈치이다. 골프장도 좋지만 우리나라 고유의 정맥 코스 길은 배려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길을 막은 것은 골프장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골프 플레이어들에게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눈치코치 보아가며 조심조심 정상을 향한다.
12시가 가까워오는 신어산 서봉, 630m정상에는 정상석과 돌탑이 있고 사방은 탁 틔어 가슴까지 후련하다. 그러나 바로 발아래 골프장 정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골프장을 돌아서 오는데 30~40분 이상은 더 걸린 듯 하여 부아가 치민다. 그러나 어찌하랴. 배도 출출하고 힘도 없는데, 다음 코스인 은하사 갈림길인 신어산 헬기장에서 잠시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달랜다.
오후 1시 10분, 능성을 따라 진행하다가 잔여 벚꽃가루가 휘날리는 출렁다리 앞에 서게 된다. 자연과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이다. 이때를 놓칠세라, 황별씨의 카메라셔터가 연신 터진다. 이번에 전문가용으로 새로 구입한 신형 카메라이다. 그리고 이어서 또 하나의 헬기장을 지나 亭子에 올라서니 미호씨 또한 ‘커피마실 분~, 녹차 마실 분~, 빵 드실 분~’을 찾으며 호객행위(?)를 한다.
신어산 정상 631m이다. 옛 금관가야의 古都인 김해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신어산(神漁山)은 김수로왕의 황후였던 허광옥과 관련이 있다. 허광옥이 고향인 인도의 아유타국에서 신처럼 모시는 물고기모양의 신(神魚象)을 形象化한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신어산(神魚山)은 김해시를 내려다보고 동서로 뻗어있는 산이다. 굽이굽이 천년전설의 영험과 신비에 쌓인 산이다. 신어산을 중심으로 북동쪽으로는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며 감돌고, 남쪽에는 광활한 김해평야가 펼쳐진다. 가락국 초기에 세워진 천년고찰 은하사와 동림사가 자리 잡고, 정상에서 보면 무척산, 토곡산, 매봉, 오봉산, 금정산의 고당봉과 파리봉이 선명하다.
이어 쭉 뻗은 능성 길 따라 천불사 갈림길을 지나면서 605m의 신어산 동봉(東峰)에 서게 된다. 정신없이 달려온 코스를 뒤돌아보고 오늘의 마지막 전경을 보면서 허세를 떨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다. 서두러 하산하여 생명고개에 이르니 오후 2시 10분. 생명고개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시멘트 도로이다.
‘人家가 별로 없는 옛날, 도적들이 이 고개에 숨어 살면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많이 죽였다’하여 부르는 이름인데, 그 뜻이 참으로 비정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좌측으로 산촌의 전경을 최대한 살려 지은 ‘신어산장’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신라농원’에서 오리요리의 진수성찬으로 오후 4시를 넘긴다.
오늘은 모처럼만에 문화탐방으로 김수로왕릉을 찾는다. 김해 김씨의 始祖이며, 금관가야의 찬란한 문화를 일으킨 김수로왕의 능이다. 나라가 없던 가야지역 주민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춤추면서 ‘거북아거북아 네 머리를 내어 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먹으리라.’라고 노래를 했다. 그랬더니 하늘에서 붉은 보자기에 싸인 금빛그릇이 내려왔는데 자세히 보니 그 그릇에 황금 알 6개가 있었다. 그 알이 12일후에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제일 먼저 태어난 사내아이가 키도 9척이나 되고 잘 생겨 그를 가야국의 왕으로 모셨다. 그가 김수로왕이다.
김해시는 한 복판에 자리한 김수로왕릉과 주변 숲이 어우러져 그래도 선택 받은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오후 5시가 넘었다.
우리는 서문으로 나오다가 김수로왕비(王妃)인 허광옥 비(碑)앞에서 멈춘다. 건국신화의 허광옥은 아유타(인도 지방)에서 온 16살 공주로서 157세까지 사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백성들은 왕비를 구지봉(龜旨峰) 동쪽에 장사 지냈다. 생전에 백성들을 무척 사랑했고 백성들은 그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 왕후가 처음으로 가락국에 상륙했던 나루마을을 주포촌(主浦村)이라 하고, 왕후가 비단치마를 벗어 산신에게 예물로 바쳤던 산 언덕을 능현(綾峴), 깃발이 들고 오던 그 바닷가를 기출변(旗出邊)이라 불렀다.
허광옥이 세상을 떠난 뒤에 김소로왕은 매양 외로운 베개를 의지하며 비탄으로 지내다가 왕후가 간 지 10년 후인 15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온 나라 백성들이 부모를 여읜 듯, 왕후가 세상을 떠났을 때보다 더욱 애석해 했다. 이때 백성들은 대궐의 동북방 평지에 빈궁을 축조하여 장사지내고, 수릉왕묘(首陵王廟)라 하였다.
오후 6시, 휴일이어서 서울행 교통이 전부 끊겼다. 할 수 없이 콜벤은 창원으로 돌려 7시 30분 고속버스표를 겨우 구입한 뒤 잔여 시간에 맞추어 이 지방 특식 돼지국밥을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