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어린 학교는 부모교육을 아이들 교육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 안에는 부모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공부 모임과 여러 가지 활동이 있다. 부모에게 아이가 학교 가기를 즐거워하고 학교생활을 행복해 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 그런데 사랑어린 학교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진행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자신들도 함께 크는 즐거움으로 학교를 다니는 기분이라고 한다. 어떤 학부모는 아이 교육보다 엄마로서 자신이 더 이 학교에서 배우고 싶어 아이를 사랑어린 학교에 보냈다고 한다. 도대체 이 학교에는 학부모를 위한 어떤 프로그램이 있을까?
∮다양한 학부모 모임
학부모 공부 모임은 바가바드기타와 노자이야기, 마음공부, 한문 선생님에게 배우는 논어 배우기 등이 있다. 그 외에도 학부모끼리 따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과 오카리나를 배우는 모임, 노래하고 연주하는 아빠들의 모임인 룩셈부르크 등이 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 순천 주변의 길을 걷는다. 자가용으로 휙휙 지나갈 때와는 달리, 바람 부는 들판을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걷다 보면 알 수 없는 힘이 몸에 충전되고, 누적된 피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순천 곳곳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순천에 이토록 다양하고 멋들어진 길이 있다는 것에 놀랄 뿐이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취미에 맞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 아빠들의 밴드 룩셈부르크.
∮ 학부모 공부모임은 왜?
그들은 간디가 평생을 옆에 두고 읽었다는 바가바드기타를 읽으며 영혼과 육체가 조화를 이루는, 영성이라고 불리는 내면의 불꽃을 잘 피워낼 수 있는 삶을 꿈꾼다. 노자를 읽으며 우리의 삶 또한 혼란스러운 일상 속에 가장 적합한 길을 모색한다. 도법자연(道法自然)을 말하는 노자모임, 수기치인(修己治人)을 말하는 논어 등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공부한 것이 이제 횟수로 3년째를 맞았다. 고전을 읽고 나누며 현재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각자의 처지에서 이야기 한다. 공부하는 것이 중심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주어진 일상을 배운 바에 의해 살아 볼 것인가 하는 것이 공부의 핵심이다.
◇ 경전을 공부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을 어떻게 살 것인가, 고전의 가르침이 현재 우리 각자의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고전의 지혜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어떻게 풀라고 가르치고 있는가 하는 이야기들을 나눈다.
∮어머니 교사
사랑어린 학교는 학생, 부모, 교사 모두 배우는 사람이다. 학부모 중 재능이 있는 누구나 교사로 활동한다. 아버지 교사도 있다. 이런 학부모 교사도 가르치기보다는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한다. 어머니교사들은 기타, 풍물, 피아노, 영어, 바느질, 소리, 오카리나, 마을공부, 과학, 서예를 맡고 있다. 학원을 운영하기도 하고 과거에 교사였던 사람도 있다. 사회에서는 각자 나름의 전문가로 활동하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아마추어일 뿐이다. 아이들은 흥미로운 내용이면 귀를 기울이며 열중하지만 흥미가 없으면 금방 따분하다는 표시를 한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아이들이 따분하고 지루해 하는 반응을 보이면 마음의 상처를 입고 당황하기도 한다.
∮일어나는 모든 일에서 배우고
그러나 이런 저런 경험과 부딪침을 통과하고 나면 서로에게 비약적인 발전이 있다는 것을 안다. 싫은데 억지로 참고 앉아 있는 것보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면서 오히려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치고 다음 단계로 발전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 교사로 봉사하는 과정은 많은 어려움을 헤쳐 가야할 험난한 여정이지만 그러는 중에 자기 아이의 다른 모습을 선명하게 보게 되기도 한다. 아이를 잘 안아 주지 않았는데 다른 집 아이가 먼저 달려와 안기는 것을 보며 그 따뜻함에 자연스럽게 자기도 물들어 아이를 안게 되기도 한다. 또한 아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느끼게 되기도 한다. 다른 집 아이를 보며 내 아이를 더 잘 볼 수 있고, 우리 집 아이를 바라보며 다른 집 아이를 더 챙기게 된다. 5년째 대안학교 어머니교사를 했다는 소리샘, 예온 엄마는 아이들이 드러내는 불편한 감정과 표현이 아주 커다란 상처가 되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고단했지만 그런 과정을 통과하고 보니 바로 그 아이들이 하늘에서 보내준 천사였다.
∮정성을 다하는 연습
어머니들은 밥상모임을 통해 아이들 먹을거리를 의논한다. 거기서 의논된 반찬을 돌아가며 정성으로 준비한다. 명칭도 밥모심이다.‘나락 한 알 속의 우주’라고 했던가. 밥은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근원이며 쌀이 생기기까지 온 우주의 기운이 함께 한다. 밥을 준비하며 아이들을 떠 올리고 정성을 모아 반찬을 하고, 사랑이 배어 있는 밥상을 준비하는 과정, 우리가 무언가에 정성을 다할 때 우리는 전혀 다른 삶의 모습을 만난다. 똑 같은 삶이지만 그것은 차원이 다른 삶이다. 밥을 모시는 마음, 그 밥상을 준비하는 마음, 그런 정성을 모으는 마음으로 순간순간 살아간다면 우리는 다른 세상을 살게 될 것이다. 밥 한 알에 온 우주가 들어 있듯이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모시는 마음으로 살아갈 때 가장 아름다운 한 순간을 누릴 수 있다. 사랑어린 학교는 밥모심을 기본으로 모든 삶의 영역에서 정성을 다 하는 연습을 한다. 아직 온전하지는 않지만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그 안에 배워간다.
그러한 연습은 다만 밥 먹을 때로 끝나지 않는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살면서도 잊을 수 없는, 선명한 그 무엇이 된다. 서로가 서로를 모시는 마음, 우리 모두가 한 뿌리에서 나온 형제이고 자매라는 것을 알고 연습해 보는 것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연습이 된다.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의 목표, 그것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 그러한 과정에서 아이들도 성장하지만 학부모들은 자신들이 성장하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한다.
박경숙 기자
제494호-2011.6.8 |
첫댓글 감사 *^^*
순천땅에서 함께하는 이 걸음들이 소중합니다.
경숙씨 고마워요! 그대의 에너지와 마음씀이 늘 감사
오늘 점심을 먹으며 책을 보려다가 금새 배운대로 살아보자 싶어 밥 먹는 일에만 마음을 썼어요. 채소, 고기, 깨 한톨한톨..모든 것들이 많은 사람의 정성으로 온 것이 느껴지니 절로 모든 것이 소중하고 생명력 있게 다가왔어요. 감사의 마음이 되어 즐거운 오후. 지역 사회 주민으로 사랑어린 학교의 향기를 배울 수 있는 것이 고맙고 많이 체험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