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호씨. 오늘 박두규 사무국장과 통화를 했습니다. 광주 전남 작가회의에 보낼 시 두 편을 먼저 인호씨에게 띄우면 인호씨가 수합해서 보낼 수 있도록 한다구요. 그래서 시 두 편을 올립니다. 시는 어머니외 1편입니다. 수고하세요.
어머니 외 1편
이사온 지 7년만에 도배를 하다.
그새 불어난 짐은 책밖에 없어 아파트 복도에 쌓아두다.
옛적 어머니가 마당에 쌓아놓은 김장배추가 생각나다.
어머니,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배추값 보다는 고추값을 더 걱정하시곤 하셨지요. 서울에서 공부를 하시고 가난한 아버지를 따라 시골로 내려와 평생 몸배 바지를 입고 사셨어요. 기억납니다. 언젠가 막걸리 한잔에 취하셔서 에라 모르겠다, 하시며 몸배 바지를 입으신 채 홀로 춤사위에 젖으시던 어머니. 그때의 어머니는 지금 제 안사람보다도 더 젊은 나이셨어요. 서른아홉이셨지요. 어머니, 이제 저에게도 서른아홉은 되돌아갈 수 없는 꽃시절이랍니다.
어머니, 또 기억납니다. 흐르는 물에도 살얼음이 떠있던 너무도 추운 겨울이었어요. 우린 재 너머 산으로 나무를 갔었지요. 어머니는 갈쿠리로 솔잎을 모으시고, 저는 쓰러져 누운 소나무 마른 삭정이들을 꺾어 나무 한 짐을 만들었어요. 그리고는 산을 내려와 마을로 가는 징검다리를 건널 때였어요. 어머니는 다리 힘이 풀리셨는지 시퍼런 겨울 물 속으로 몸을 담그시고 말았지요. 그때 어머니 기억하세요? 온 몸을 바들바들 떠시며 새파래진 입술로 저에게 만들어 보이시던 그 배꽃 같은 웃음 말이에요.
그립습니다, 어머니.
꽃과 별
하늘에 초저녁별 하나 떠 있다.
들녘엔 꽃 한 송이 피어 있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순간의 어스름 속에서만
그들은 함께 있다.
짧은 만남조차 온전하지 못하다.
내가 빛나면 그대가 스러질까봐
서로 절반씩 생명을 나누어
서로 절반씩 빛을 잃어가면서
꺼질듯이 희미하게 웃고 있다.
밤이 깊어지면
꽃은 별에게 생명을 앗긴다.
별은 꽃의 영혼까지 함께 빛난다.
꽃에게 생명을 넘겨줄
아침이 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