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묵돌입니다.
어느덧 2024년도 반절이 넘게 지났습니다.
'대체 뭘 했다고 반년이 다 지났나?'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뭐 대단한 걸 해야하나' 같은 생각도 드는 요즘인데요.
어릴 때는 모두가 성장에 대해, 발전에 대해,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 역시 지금보다 더 젊을 때에는 무언가를 더 얻고, 성취하고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말하고 다니곤 했죠.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뭘 더 얻는 것은 고사하고
지금 갖고 있는 것을 잃지 않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기분이 듭니다.
가령 저는 지난 6월부터 좀 더 건강해져보겠답시고
하루 10키로씩을 매일 뛰는 짓을 했다가 무릎을 다쳤는데요.
2주쯤 지나 무릎이 다 나은 줄 알고 다시 뛰었더니
이번에는 햄스트링(허벅지 뒷부분)이 늘어나서 한 달을 쉬게 생겼습니다.
엎친데덮친격으로 오늘은 편도선이 부어 몸살까지 앓고 있으니 (이 공지도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 쓰고 있습니다)
대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런 짓을 했나 싶은데요.
...좀 뜬금없지만, 여러분. 무엇보다도 건강이 제일입니다.
재산을 잃는 것은 조금을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는 것은 모두를 잃는 것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일도 좋고, 운동도 좋지만, 언제나 건강을 잃지 않게끔
경각심을 갖고 살아야하겠습니다. 뭐 그런다고 해서 아무 일이 없진 않겠지만요. (웃음)
이번 금요 묵클럽의 주제는 <BACK TO THE BASIC>입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의 '처음'에 대해 이야기하길 좋아합니다.
첫사랑, 첫눈, 첫인상, 첫출발, 첫손가락 등등.
처음이라는 말이 붙으면 뭔가 의미심징한 단어가 되기도 하고,
한국인이 즐겨마시는 소주에도 '처음처럼' 이라는 제품이 있을 정도죠.
뭣만하면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범속한 조언을 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고요.
하지만 우리가 '처음'이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를 생각해보면
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명확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글쓰기도,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든 이 묵클럽도
아주 거창하고 뜻깊은 마음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거든요.
엄밀하게 따져보자면 처음이란
종종 느닷없이 찾아오고, 으레 얼렁뚱땅이면서, 대개는 형편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모든 '처음'이라는 것에 의미부여를 하고
잘 떠오르지도 않는 그것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내가 너무 멀리 와버렸다' 거나 '어느새 많이 변해버렸다'고 느끼기 때문이겠죠.
이쯤에서 작가답게 고전을 한 번 인용해주어야겠죠.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오는데요.
"지나가 버린 우리들의 과거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헛수고이다. 우리가 아무리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도 되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는 우리의 의식이 닿지 않는 아주 먼 곳, 우리가 전혀 의심해 볼 수도 없는 물질적 대상 안에 숨어 있다."
프루스트에게 과거란 우리가 되찾아야할 숭고한 철학이나 사상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우리 눈앞에 있는 것들, 내 삶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무언가였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우리 주변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돌아갈 수 있는
애틋하고도 아련한 과거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한 달동안, 매주 금요일마다 모여 이야기할 것은
바로 그 그러한 과거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는 아마도 아주 진지하게 갈 것입니다.
환불? 그런 게 이제와서 될리 없잖아요.
슬슬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첫 번째 모임에 대한 설명은 이 아래에 있습니다.
:: 금주의 묵픽 (Muk's pick) ::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 (이묵돌)
:: Comment ::
네. 제가 쓴 소설집입니다.
새 책이 출시되면, 매번 묵클럽에서 그 책으로 모임을 하는 것이
이제는 일종의 관례처럼 되어버렸지만
아무리해도 내 책에 관해 내가 먼저 코멘트를 하는
이 이상한 상황에는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그냥... 그냥 읽을만한 SF소설집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출판사 서평을 찾아보시거나,
아니면 모임에 오셔서 제게 직접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 읽기 TIP ::
- 총 387쪽으로 구성된 중단편집입니다. 짧은 소설도 있고, 좀 긴 소설도 있습니다. 읽는데 필요한 팁은 딱히 없습니다. 제 책에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꽤 잘 읽힌다'는 것입니다. 그냥 읽으면 됩니다. 빨리 읽는 사람은 세 시간만에 다 읽었다는데... 역시 그건 좀 대충 읽은 거 아닌가 싶어서 속상할 정도였습니다.
- 기본적으로 SF소설이기는 한데요. 아주아주 소프트한 SF입니다. 저는 원래 SF를 쓰던 작가가 아니라서, 하드한 사이언스픽션 같은 건 쓰려야 쓸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읽으면서 '이게 무슨 SF야. SF 라는 건 말이야....' 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러려니 해주십시오. 당신이 하드한 것만 골라읽는 사이에 SF라는 단어의 폭은 우주처럼 넓어져버렸다고요.
:: 모임장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23길 40 지하 카페 <공상온도>
- 홍대입구역 1,2 번 출구 6분 거리
:: 일시 ::
2024년 7월 19일 금요일. 오후 8시 ~ 오후 11시
* 3시간 진행, 도중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가급적 (특히 첫 모임에는) 시간에 맞춰 참석해주세요.
* 카페 <공상온도>의 방침상, 기존 고객 퇴장 및 대관 준비 시간으로 인해 오후 7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오니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준비물 ::
-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 (이묵돌)
(구매 링크 - 알라딘)
:: 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