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간인가 서평(바라이로 )저자프리모 레비/출판 돌베개/발매 2007.01.12.
아우슈비츠 정문ㅡㅡㅡ노동이 자유케 하리라ㅡㅡㅡ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4년 전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남편 때문에 억지로 떠맡은 가게를 365일 매여 일하며 정말이지 여기서 탈출하는 건 죽음뿐인가 했던 때였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당시 나의 삶을 비교하는 건 좀 어폐가 있을 듯하지만, 자유 박탈이라는 데서 묘한 동질감내지 위로 같은 걸 받았다. 그리고 그 느낌에 대해 내가 준형이에게 얘기했었는데 준형인 나름 그게 기억에 남았었나 보다.
얼마 전 준형이가 인터넷 글을 읽다 이 책이 거론된 걸 보고 나 때문에 알게 된 책이라며 반가워했다. 그래서 내가 둘이서라도 함께 읽어보자 권했고 난 다시 읽게 되었다. 지금과 당시의 나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충격과 감동과 깨달음을 안겨 주는 건 마찬가지다.
제목이 왜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건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유대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인간이 아니다’라고 밝힌다. 여기서 인간이란 범위는 SS대원들, 정치범들, 일반 범죄자들, 특권층들, 노예 같은 포로들을 모두 포함한다.
다만 저자가 제외시키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이탈리아 민간인 노동자인 로렌초라는 사람이다. 그는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에, 먹고 남긴 음식물과 기운 스웨터를 주었고 이탈리아로 엽서를 보내주고 답장도 전해주었다. 아우슈비츠에서 이런 마음 포근한 이야기가 실화라니 영화 속 장면을 훔쳐보는 듯하다. 그래서 그는 아들의 이름을 로렌초라고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처음 아우슈비츠(오시비엥침의 제1수용소, 비르케나우의 제2수용소, 모노비츠의 제3수용소를 포함)의 모노비츠에 도착했을 때 옷, 신발, 머리카락 등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최소한 칫솔은 돌려주지 않겠냐며 어느 선배에게 말하자 그는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며, 지금 집에 있는 게 아니다 요양원에 온 것도 아니다 여기서 나가는 길은 굴뚝으로 가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그 굴뚝이라는 게 가스실과 소각로를 뜻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수용소에서의 어려움이라면 독일군들로부터 당하는 경멸과 폭력은 물론 그 사이에 끼여 있는 비유대인 범죄자들인 특권층이나 같은 수감자 중에서도 대표 격인 카포들로부터 받는 억압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마도 독일인들은 가스실로 보내고 시체처리 하고 폭력으로 지배하는 지저분한 일들은 모두 그 중간층들에게 시켰던 것 같다.
그리고 배고픔과 추위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죽 배급을 받을 때 선배들은 노련하게 뒤쪽에서 줄을 서 건더기가 들어간 죽을 받고 신참들은 처음으로 받으니 묽은 물만 받아먹게 된다. 빵이 배급될 때는 자기 것보다 남의 것이 커 보여 서로 바꾸기도 하는데 바꾸고 보면 또 남의 빵이 커 보여 다시 바꾸기도 한다.
이런 배고픔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옛날 먹거리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그 때 결혼식 피로연에서 완두콩 수프를 세 접시 먹지 못한 애석함에 대해, 들녘과 옥수수밭에 대해, 구운 옥수수와 돼지기름과 향신료를 넣은 요리에 대해서. 하지만 이들은 배고픔을 더 생각나게 한다는 이유로 욕을 먹는다. 그러고나면 뒤이어 다른 이가 또 이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이곳은 또한 생물학적‧사회학적 실험장이기도 했다. 나이, 사회적 지위, 출신, 언어 문화와 습관의 차이 등 다양한 인간들이 생존을 위해 어떤 투쟁을 벌이는지 보여주게 된다. 그들은 뚜렷하게 (프리모 레비가 자살하기 전 내놓은 마지막 책 제목이기도 한)‘구조된 사람과 가라앉은 사람’으로 나눠진다고 표현한다.
어딜 가든 잔인하고 가혹하게 아니면 조직에 잘 적응하여 살아남는 자들은 있기 마련인가 보다. 저자의 경우는 화학자라는 전문 지식인이라는 운과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이 모든 걸 증언하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살아남게 한 힘이었다.
그는 아우슈비츠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절대 글을 쓰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는데 그건 겸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물론 다른 작품들을 봐도 단순한 목격담을 증언하는 글들이 아닌 읽으면서 밑줄을 엄청나게 그어대게 만드는 명문장들을 많이 숨겨놓고 있다.
*1944년 2월부터 1945년 1월 소련군대가 올 때까지 아우수비츠에서 보냄.
*1945년 6월 귀향이 시작되어 10월에 집에 돌아감.(이는 후속작 <휴전>에 자세히 나옴)
* 1946년 <이것이 인간인가>를 쓰고 1947년 출판됨.
옆 사람의 손에 들린 것은 너무나 크게 보이고, 내 손에 들린 것은 눈물이 날 만큼 작다. 이것은 매일 일어나는 환각인데, 사람들은 결국 이런 환각에 익숙해지게 된다.
. . .배급받은 것을 서로 바꾸기까지 한다. 하지만 다시 정반대의 착각이 일어나서 모두들 불만과 씁쓸한 실망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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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적어도 몇 시간은 배가 부를 것이므로 싸움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모두 기분이 좋다. 카포도 우리를 구타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어머니를, 아내를 생각한다. 보통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몇 시간 동안 우리는 자유로운 인간들 식으로 불행할 수 있다.
선량한 청년 크라우스는 부르주아 출신이 분명했다. 그는 이 안에서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다. 그건 첫눈에 알 수 있고 수학의 정리처럼 증명 가능하다.
인간을 파괴하는 것은 창조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쉬운 일도, 간단한 일도 절대 아니지만 독인인, 당신들은 그 일에 성공했다.
오토바이를 탄 SS가 수용소로 들어왔다. 그들의 딱딱한 얼굴을 볼 때마다 늘 그랬듯, 공포와 증오로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몸을 숨기기에는 너무 늦었고, 난로를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독일군들이 퇴각한 후 병자들만 남아서 어떻게든 먹고 살겠다고 수용소 안을 뒤져 물품을 실어나르던 중 갑자기 그들이 나타났다.[출처] 이것이 인간인가|작성자 바라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