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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편자가 직접 채록한 설화 자료들을 주제에 맞게 분류하여 엮은 것이다. 설화(說話)는 이야기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본질은 ‘오래토록 입에서 입으로 이어져 온 구전’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설화의 범주에는 대체로 신화와 전설 그리고 민담을 포함하고 있다. 지금은 명백히 구별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 하위 범주들은 애초부터 서로 넘나들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어떤 집단에서는 신화로 인정되는 이야기가 다른 집단에서는 그저 흥미로운 민담으로 치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설화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다양하고도 충만한 간접체험’을 제공해 주는 기능을 한다.
이 책의 편자는 오랫동안 설화에 대해 연구하고 다양한 저서를 출간한 바 있는데, 그 여정에서 현전하는 설화 자료를 채록하여 책으로 엮는 이 기획이 성립되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내가 알기에 이러한 채록 작업 역시 편자가 오래 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일이었다. 실상 설화나 방언을 채록하는 일은 이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은 TV와 인터넷을 통해서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 지배적인 것으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그에 밀려 이야기 문화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라고 하겠다. 이 책에 채록된 이야기의 구술자들의 나이를 보건대, 대부분 70대 혹은 80대로 확인되고 있다. 이들이 뛰어난 구술자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성장 과정에서 이야기 문화를 깊이 경험하고 체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그들이 젊었을 때에는 흔히 옛날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주요한 구술 문화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이렇게 채록된 자료들은 편자는 주제별로 다섯 개 항목으로 나누어, 다양한 이야기들을 수록하고 있다. 그리고 수록된 내용들을 보면, 아주 간단한 내용부터 복잡한 구조를 지닌 장형의 이야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런 보물 하나만 있다면’이라는 항목에서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신기한 물건을 얻게 되는 내용들이 주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과 다른 이른바 별세계를 다룬 내용들은 ‘저 너머 또 다른 세상’이라는 항목으로 묶여 있다. ‘존재는 움직여 변하는 것’이라는 항목에는 주로 동물이 사람으로 변신하는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밖에도 ‘도깨비, 여우, 호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들과 ‘신통한 인물, 특별한 사연’을 다룬 항목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설화들이 포함되어 있다.
옛 기록을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이야기 주머니(說囊)’라는 별명으로 일컫고 있는데, 이들이야말로 오늘날의 ‘이야기 주머니’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구술 자료를 그대로 수록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고, 표현이나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 자주 발견된다. 편자가 주석을 통해 일부 구절의 의미를 부연하고 있지만, 이러한 내용을 책의 제목처럼 ‘국어시간의 읽기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노력이 전제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구비문학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겠으나, 수업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문체나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야기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이처럼 직접 현장 답사를 하면서 좋은 설화를 채록하는 편자의 열정만큼은 인정해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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