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과 시간의 이야기는 생강차에서 쑥으로 이어졌습니다.
쑥은 위장과 소장에 제일 좋습니다. 생으로 짓이겨 즙을 짜서 한 잔 마시는 것이 단방으로 쓰는 방법입니다. 익모초(益母草)는 뒷정신을 맑게 하고 근골영양을 공급하며 정기(精氣)를 보합니다. 쑥과 익모초, 그리고 이들을 포괄하는 약재가 있습니다.
인진(茵蔯)입니다.
인진은 쑥이면서 약의 근본입니다.
구절팔미(九節八味)의 약에 해당하는 것들을 전부 법제해서 약장에 놓으면 약향(藥香)이 배어납니다. 그 약향과 생인진에서 나는 향이 똑같습니다.
그래서 옛 한약방에서는 인진 몇 뿌리를 구석에 걸어두었습니다. 손님이 들어오면 그 향을 맡고 "어, 약향 좋다"고 합니다. 그것이 약의 향을 대신한 것입니다.
향이 먼저입니다. 약재는 각종 향이 뚜렷해야 합니다.
인진의 약성(藥性)은 간화(肝火)를 풀어줍니다.
간화란 혈열(血熱), 즉 피에 열이 있어 생기는 증상들입니다. 인진이 그 혈열을 삭혀줍니다.
현대에서도 인진의 가치는 재확인됩니다. AIDS 환자에게 유익한 성분을 찾는 과정에서, 인진 하나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중국에서 한약재로 공식 올린 것이 인진입니다. 시험에도 나올 정도입니다.
그런데 지금 인진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인진이라 하면 대공이 쭉 올라가고 옆으로 삐죽삐죽 뻗어나가는 제비쑥을 지칭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이미 약이 변성된 것입니다. 향이 달라져버린 것입니다.
약재는 향이 뚜렷해야 합니다. 그 향이 없으면 약이 아닙니다. 변성이 일어난 것입니다.
한약이 없어지면서 향약(香藥)이 나왔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무슨 향과 무슨 향을 배합하면 무슨 향이 되고, 그것이 어디에 좋은지를 연구한 것입니다. 향약도 이미 깊은 학문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끊어진 지식입니다.
끊어진 것을 다시 알리고 복원해서 재현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정신이 있는 사람은 한 가지라도 기억하고, 직접 채취하고, 써봅니다. 그런 사람은 만 가지를 찾아냅니다. 그 정신이 있기 때문에 다른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말로만 들어 여러 가지를 적어놓은 사람은 해볼까 저걸 해볼까 하다가, 귀찮아지고 흐지무지 사라집니다.
다음 호에서는 구절초(九節草)와 전신성(全身性) 허(虛)의 이야기를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