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5주간 목요일 (2026년 7월 16일)
복음: 마태 11,28-30
- 김웅태요셉 신부-
1. 무거운 짐을 진 이들을 향한 위로와 초대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 예수님께서는 삶의 여정에서 지치고 낙담한 우리 모두를 향해 가장 따뜻하고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마태 11,28)
우리는 저마다의 짐을 지고 살아갑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노년의 건강에 대한 염려, 가족 간의 갈등, 보이지 않는 영적인 메마름과 죄책감까지,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때로는 그 짐이 너무 무거워 나 홀로 외롭게 광야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그러한 고단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멀리서 바라만 보시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오너라.” 하시며 당신의 품을 활짝 열어주십니다. 주님의 이 초대에는 어떠한 조건도 없습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이 아니라, 지금 있는 그대로, 지치고 상처받은 모습 그대로 오라고 부르십니다.
2. 주님의 멍에: 혼자가 아니라 함께 메는 사랑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다소 역설적인 말씀을 하십니다. 안식을 주시겠다고 하시면서, 동시에 당신의 ‘멍에’를 메라고 하십니다.
“나의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마태 11,29)
안식과 멍에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처럼 보입니다. 짐을 벗어야 안식을 얻을 것 같은데, 왜 또 다른 멍에를 메라고 하실까요? 여기에 깊은 영적 신비가 담겨 있습니다.
농경 사회의 멍에를 떠올려 보면, 멍에는 홀로 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메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노련하고 힘 있는 소와 아직 서툰 어린 소가 함께 멍에를 멜 때, 어린 소는 곁에서 발을 맞추며 걷는 법을 배웁니다. 큰 힘은 앞서가는 이가 감당하고, 어린 소는 그 곁에서 함께 걷는 법을 익혀 갑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당신의 멍에를 메라고 하신 것은 “이제부터 네 혼자 힘으로 무거운 짐을 지지 말고, 나와 함께 이 길을 걷자.” 하시는 사랑의 초대입니다. 주님께서 곁에서 가장 큰 무게를 함께 짊어져 주시기에, 그분의 멍에는 편하고 그분의 짐은 가볍습니다. (마태 11,30 참조)
3. 일상의 예화: 홀로 감당하려 했던 어머니의 가방
어느 날 한 어머니가 어린 아들과 함께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양손에는 무거운 장바구니가 가득 들려 있었고, 어머니는 땀을 흘리며 걷고 있었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대여섯 살짜리 어린 아들이 엄마를 도우려 힘껏 장바구니 한쪽 손잡이를 붙잡았습니다.
사실 아이의 작은 손은 큰 무게를 덜어주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엄마의 걸음을 조금 더디게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아이고, 우리 아들 덕분에 엄마 짐이 하나도 안 무겁네!”
우리가 지고 가는 삶의 짐도 이와 비슷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일을 하거나 삶의 십자가를 질 때, 내 힘으로 다 해결하려 하면 쉽게 지치고 쓰러집니다. 그러나 주님 손을 꼭 잡고 그분과 발걸음을 맞출 때, 주님께서는 우리의 작은 정성을 보시고 “내 아들아, 내 딸아, 참 잘하고 있다.” 하고 격려해 주십니다.
참된 안식은 짐이 완전히 없어지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과 함께 걷는 신뢰 안에서, 우리는 이미 그 짐을 함께 져 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체험하게 됩니다.
4.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신 분께 배우는 지혜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한” 분이라고 소개하십니다. (마태 11,29 참조)
주님께 안식을 배우는 것은 곧 그분의 온유함과 겸손함을 닮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치는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내 뜻대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거나, 남들보다 더 높아지고 더 인정받으려는 마음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주님의 겸손을 배울 때, 우리는 비로소 내 삶을 하느님의 섭리에 맡겨 드리는 영적 자유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주님의 온유함을 배울 때, 우리는 나 자신과 이웃을 조금 더 부드럽게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번 한 주간 삶의 무게가 우리를 짓누를 때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오늘의 복음 말씀을 기억합시다.
“주님, 제 짐을 당신께 맡깁니다. 저와 함께 걸어 주십시오.”
혼자서 끙끙 앓으며 짐을 지고 가려 하지 말고, 주님의 멍에 안으로 들어갑시다.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참된 안식과 평화를 주실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