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지역 동문모임을 하는데 벌써 같은 동네를 샅샅이 훑으며 30년이 훌쩍 넘었으니
신임 회장단일수록 장소 선정하는데 골머리 앓을 겁니다.
이번엔 이마트 쪽 창동역 부근에 새로 생긴 <ㅁ>중국집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메뉴판에 적혀 있는 중국요리란? 누구처럼 '삶의 지혜'를 갈켜 줄라는 모양입니다.
'흔히 남성들에게 결혼관을 묻는다면 집은 편리한 미국식, 부인은 예절 바른 일본 여자를,
음식은 중국요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까칠한 여성분 눈에 띄면 혼날지도 모를 아리송한 40년대식 '모단뽀이'의 희망 사항입니다.
들어가자마자 '손 씻고 드가세요'를 강조합니다. '으응~~? 이거슨 창동 스딸이 아닌데?'
벌써 몇 사람 와있습니다. '일찍'은 역시 년식이 좀 된 동문들 특징입니다.
단품으로 몇 가지 먼저 시켰답니다.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있자니 동파육이 들어옵니다.
실 같은 팽이를 보니 차라리 짚이나 굵은 실로 동파육을 동여매서 풀러 먹는 재미를
곁들였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꽃빵이 곁들여 나오는 건 처음 봅니다. 하긴 요즘 음식에 엄격한 격식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오~ 양장피 소스 좋습니다. 그냥 묽은 겨자 소스가 아닌 코가 뻥 뚫리는 매콤한 소스입니다.
게다가 위에 올렸던 굴소스인지 짜장 베이스 볶음인지 어우러져 깊은 맛이 납니다.
장이 없는 오향장육, 그래도 매콤한 고추기름과 함께 숨 가쁘게 냉채로써 의무를 다합니다.
참쌀 탕수육. 요즘은 밀가루가 자취를 감추고 찹쌀이 대셉니다.
아~~ 밖에서 누룽지에 해물탕을 부으면 보는 즐거움을 빼앗아 버리는 건데...
누룽지가 해물탕에 빠지작 목욕하는 모습도 못 보고 해물은 정성스럽게 가위로
난도질 당하고 그동안 누룽지는 죽이 되고...
과도한 서비스에 누룽지탕은 누룽지죽이 되어 버렸습니다.
회원 한 사람이 가져온 항주 특산 계화주.
계수나무 꽃으로 만들어졌다고도 하고 금계 국화꽃으로 만들었다고도 하고
아니다 과일로 만들었다고도 하는 곡주 특유의 짙은 향이 거의 없고
마치 브랜딩 잘된 무색의 위스키 같은...
전 공부가주나 연태고량주 같은 고량주류는 향이 그 다음날까지 가는 바람에
피하는 편인데 계화주 이거 괜찮은 술입니다.
자리가 스을슬 차가고 술도 스을슬 오르고
배가 부른데 깐풍기가 또 나옵니다. 다른 테이블에서 시킨 겁니다.
'자 이제 그만 먹고 (이 테이블에선) 군만두와 짜장, 짬뽕으로 마감하지~~'
한쪽에선 벌써 배가 찼냐고 볼멘 소리가 나옵니다.
군만두는 중국집마다 서비스 아니템으로 자리매김을 해 직접 만든다면 주인을 다시
한번 쳐다보게 만듭니다. 그만큼 번거로운 음식이지요.
한 접시 최소 8개 나올 줄 알았던 '수제'군만두. 간장종지를 중심으로 각 2개씩.
수고로움에 모든 게 용서가 됩니다.
정말 오랜만에 맛있는 군만두를 먹었습니다.
반죽에 전분이 좀 과한듯하지만 바삭한 껍질과 베어 물자마자 수제를 과시하듯 흘러 나오는 즙.
부추를 좀 더 넣어 향을 짙게 했으면 좋았겠는데...
쟁반짜장과 황제짬뽕. 뭐가 황제인진 잘 모르겠고. 맵진 않습니다.
회원들이 동시에 모이질 못하니 늦게 도착한 동문을 위해 안주를 더 시킬 모양입니다.
배가 불러도 맛은 좀 봐야겠지요?
고추잡채
누가 난자완스까지 시켰어~~~?
군만두와 양장피가 돋보이는 집이었습니다.
다만 음식이 식으며 껍질이 단단해지는 만두피는 전분 탓이겠지요?
늘어지며 도착하는 회원과 각자 개성을 찾아 주문하는 회원들 덕에
여러가지 음식 먹는 호강을 했습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첫댓글 날씨가 무척 덥습니다. 꼼지락거리기만 해도 진땀이 나고
몸은 의도와 달리 따라와 주질 않으니 과연 될까 의구심만 쌓입니다.
음식 먹는 것도 귀찮아 누가 떠 먹여주면 좋겠지만 그럴 리는 없겠지요.
그래도 생각지도 않게 괜찮은 음식을 만나게 되면 그 모든 번거로움과
의욕상실도 잠시나마 잊어 버리게 됩니다.
더운 여름 힘들지만 건강하게 지내길 기원합니다. ^^
며칠전 사우디 손님들과 고기 없는 점심을 먹느라 샐러드, 새우 까르보나라, 새우 볶음밥을 먹고 있는데
사우디 친구 하나가 중국사람들은 네발 달린 것은 모두 먹는다고 하기에 "책상 빼고" 했더니 모두 웃더군요
역시 중국 음식이 재료와 조리 방법에 있어 다양성 세계 제일 이겠죠
아재개그가 통했군요.
새우나 해산물은 괜찮은 모양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