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엔 ‘인사동’, 춘천엔 ‘요선동’
춘천시 책방 ‘마리서사’…“최근 젊은이들 증가세”
2015년 UN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독서량은 192개국 중 166위를 기록할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다. 성인 10명 중 9명의 독서량이 하루 10분도 안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인의 오랜 기억 속에 남아 있었던 헌책방들 역시 무너지고 있다. 1세대 헌책방이었던 신촌의 ‘공씨책방’이 지난해 10월 문을 닫았고, 70~80년대 무려 60~70개의 헌책방과 서점이 성행하던 광주의 헌책방 거리는 불과 7곳만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런 헌책방 수난시대에 춘천시 요선동에는 지난해 보란 듯이 헌책방이 문을 열어 눈길을 끈 바 있다. ‘박인환’ 시인이 1945년 종로에 차린 서점의 이름을 가져온 ‘마리서사’. 이 곳은 어린이 책방 ‘올챙이 서점’·인문학 전문 서점인 ‘미네르바’와 나란히 문을 열어 멀티미디어 시대 현란한 동영상의 질주에 조용한 선전포고를 하는 듯 했다. 문을 연지 약 7개월이 지난 현재, 이들 책방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3일 마리서사의 ‘신주영’ 점장을 책방에서 만났다.
신 점장에 따르면 마리서사의 책은 약 2만 권에 달한다. 헌책은 시민들로부터 기증을 받지만, 새 책들도 서울과 파주 출판단지에서 구입한다. 책은 2~3년 사이의 베스트셀러를 위주로 선정하는데 ‘에세이’·‘소설’부터 ‘자기계발서’까지 다양한 장르로 구성돼있다.
이곳에선 독서도 가능하다. 올챙이 서점은 아이들이 책 읽기를 편히 즐길 수 있도록 놀이방 매트를 구비해놓았다. 또 미네르바엔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인문학 서적을 비치해 두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시장의 특성상 상가에 젊은 사람들이 없는데, 요즘은 느는 추세”라는 신 점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 홍보 부족과 골목에 위치해 있다는 단점으로 인해 이용자가 붐비는 수준은 아니다. 책방은 이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벼룩시장과 같은 형식으로 ‘책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고 헌책을 세 권 가져오면 한권의 새 책으로 바꿔주는 등의 이벤트도 구상 중이다. 실제로 최근에 전국 주요 도시와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도깨비 책방’이 유사한 행사를 진행,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공연·전시·영화를 본 뒤 관람권을 가져오면 무료로 책으로 교환해주는 행사를 연 것이다. 온라인 서점은 도서 소진 때까지 운영을 연장하기도 했다.
책방의 앞으로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신 점장은 “문화 사업이란 손님이 하루아침에 늘지 않고, 서서히 증가 하는 것”이라며 “서울이 ‘인사동’이라면, 춘천은 ‘요선동’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이곳을 뒤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왕지수 시민기자
사진설명: 요선동 ‘마리서사’는 ‘박인환’ 시인이 1945년에 차린 종로 서점의 이름에서 따 온 것으로 책방 안에는 박 시인의 사진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