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2012-05-18
서울을 다녀온 지 몇 달이 지났고,그 후 가족들과 다시 플로리다로 여행을 다녀왔지만 여전히
서울에서 맛봤던 음식을 잊지 못하고 관련 이야기를 들춰내는 건 큰 조카가 지금 서울을 방문
해 맛있는 걸 실컷 먹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약간의 부러움에서,그리고 아직까지 다 하지
못한 서울의 먹거리 이야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서울에서 맛봤던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읊어볼까 한다. 물론
올해 초 고국을 방문했을 때 여기저기로 여행을 다니면서 맛난 것을 많이 맛봤지만 그 이야기
는 여행기로 이미 다 했으니 반복은 피하기로 하고 말이다.
우선 동생과 동대문 시장을 방문했을 때 들렀던 이태리 체인 카페에서 맛본‘허니 젤라또 브
레드’라는 게 있는데,달달하고 두툼한 식빵 위에 이태리 아이스크림인 젤라또를 얹어낸 것이
단맛을 좋아하는 내게는 꽤나 매력적이었지만 불만이라면 빵과 아이스크림의 량이 가격에 비
해 너무 적었다는 바로 그것!이었다. 이번 방문에서 느낀 것 중 하나는 한국의 음식 값 중 특
히디저트 류의 가격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높아졌다는 건데,아무래도 그건 질 좋은 유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이겠지? 그게 아니라면 무슨 이유일지 그게 궁금하긴 하지만 그냥 그거라고 믿
고싶다는
그리고 친정에 가면 꼭 빼 놓지 않고 가 보는 곳이 친정 근처‘서당골’이라는 한정식 집인데,
여긴 반찬도 푸짐하지만 특히 술을 못 마시는 나도 즐기며 홀짝홀짝 마시게 되는 좁쌀 막걸리
와 늙은 호박으로 만든 호박전과 곰취나물이 일품이다.
그리고 친정 어머니와 자주 들렀던 예전 종로2가에 있었던‘한일관’이 강남으로 이사를 갔다
고 해서 어머니와 동생과 찾아가 봤는데 음식 맛도 음식 맛이지만 구수한 둥글레 차의 맛이
아주 좋았던 기억이 난다.
또 동생과 몬트리올에서의 지인을 만나기 위해 들렀던 강남 신세계 백화점 지하의 식품 매장
에서 나와 동생은 맛나 보이는 다양한 케잌들과 쵸콜렛,떡 등 달달한 디저트를 실컷 구경하
다가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몇 개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지를 때는 정신 못 차
리고 이것 저것 사왔지만 막상 집에 돌아와 먹을 생각을 하니‘이게 모두 칼로리가 얼마야?’
싶어 슬금슬금 피하던 중 다행스럽게도 아버지께서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주셨다는.ㅎ
그리고 친정에서 가까운 수유 역 근처‘조개 구이’집에서 초등학교 동창과 조개와 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을 구워 먹고 끓여 먹고 했는데 여긴 분위기가 주로 젊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벽에 재미난 광고 혹은 이야기가 있어서 먹는 재미 외 보는 재미도 쏠쏠했던
기억이 있다.
그 외 이번 서울 방문에서 또 하나 느낀 점이라면 아무래도 서울의 대중교통이 몬트리올의 그
것보다는 훨씬 세련되고 효율성 높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는 것과 새롭게 설치된 지하철 스
크린 도어 위에 유명 시들이 적혀 있는 건 물론 지하철 노선이 살갑고 편리하게,게다가 모양
도 예쁘게 적혀 있어 보기에도 좋았지만 마음도 훨씬 따뜻해지더라~는 것이 있겠다.
그리고 며칠 후 중학교 동창들을 만나러 오랜 만에 가 본분당에서 맛 본 한정식과 근처 찻집
도 기억에 남는다. 그곳에서는 서브를 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아주 어여뻤다는 게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내 말을 들은 친구들 왈“뭐가 그리 예쁘다고? 그냥 그렇구먼~”해서‘역시 여자
는 늙어 죽어도 여자인지라 시샘 완전 끝장이네~’했던 나만의 생각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 후 광화문 근처에서 지인을 만나 맛 봤던 완전 유명하다는한방삼계탕. 정말 국물이 끝
내줬던기억이 있고,김치 맛 또한 일품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찾았던 지하철 안국 역 안에
위치한한 공방에서 가격이 어마어마한목공예품들을 구경했는데,높은 가격에 상관없이 이
런 고가품을 애용하시는 분들도 꽤 있다는 말을 듣고‘아~정말 사람 사는 방식이 다양하구나~’
했던기억도 새롭다.
그 날 찾았던 인사동에서는 지인 분들과 매생이떡국을 먹었고,또 해물전도 먹었는데,그 날
은 음식 맛보다 대화에 더 열을 올렸던 기억이 있다.ㅎㅎ
그 밖에 이천에 쌀밥을 먹으러 다녀왔고,친정 근처 백화점 식당가에서 퓨전일식을 맛 봤고,
몬트리올에서부터 벼르고 별렀던 오장동 회냉면도 빠트리지 않고 먹어봤고,역시 친정 근처
지하철 역 부근 베이커리에서 명장이 직접 만드신 빵도 맛봤고,초등학교 동창들과 맛있는
돼지갈비도 맛 보았고,떠나오기 며칠 전에는 친정 부모님과 친정 근처 유명한 중국집에서
중국인 주방장이 만드는 진짜 중국 요리도 맛 봤다.
그리고 동생이 조카들 사다 준다고 속옷 집에 들르길래 모처럼한국의 란제리 패션을 구경
할기회를 잡았는데,어쩜 한국의 속옷은 그리도 작고 앙증맞은지~색감에서나 질감에서나
캐나다 것에 뒤지기는커녕 오히려 훨씬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날은발렌
타인 날을 며칠 앞 둔 날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에서 발렌타인 데이의 흔적이 많이 엿보였었다.
그리고 드디어 떠나기 하루 전 날,우리 가족은 아주 오랜 만에‘아웃백 스테이크’를 방문해
이별의 파티를 열었는데 그곳에서는 음식도 음식이지만
무엇보다 친절한 매장 매니저님의 배려로 참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상계동 지점이었는데 늘씬하고 인상도 좋은 매니저님이 다리가 불편하신 친정 어머니를 배려해
직원용 문을 열어주고 안내도 직접 해 주는 등 아주 좋은 인상을 내게 남겨준 것이다.
한국을 떠나오던 날 우리의 인천공항에 스테이지가 마련되어 있고 멋진 외모의 테너가
그윽한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는...
그러고 보면 서비스 부문에서 아직 캐나다는 한국을 따라가려면 완전 멀었다는 느낌이 강하
다. 사회주의 국가인 캐나다,그 중에서도 유난히 프랑스의 영향력이 큰 퀘벡은‘손님은 왕’
이라는 자본주의의 이념을 낯설어 하며 종업원 편의주의에 젖어 있고,공무원들 역시 무사안
일 주의에 빠져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적당한 경쟁이 있어야 발전도 있는 법인데,경쟁의식
도 그런 시스템도 미비한 이곳은 그런 까닭에 늘 제 자리를 맴돌고 있고,혹자는 이걸 평등하
고 살기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하지만 민첩하고 효율적인 사고방식과 삶의 일상을 맛본 우리 같은 사람들은 속이 뒤집어질
만큼 이들의 느림과 무사안일이 맘에 안 든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니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그 점에 있어서 만큼은 고국에서의 그 편리함이 그립고,또 그리워지면서 동시에 고
국에서의 날들이 그리워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