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기억 지나쳐간 그리운 떨림으로
그림자 붉은 속살 바다 깊이 걷고 있다.
깨끗한 풍경을 위해 창을 닦는 물소리
사람도 서걱이며 갈잎처럼 뒤척일 때
달빛은 밤을 새워 어진 눈매 글썽인다.
스러진 날들을 꿰어 길을 놓는 해안선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에서 멈추는지
버리고 떠나와 돌아보면 꽃이 되던
온 밤내 소금기 절인 한 생애를 출렁인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누구나 조금씩은 들뜬다. 가보고 싶었던 세계, 특히 젊은 날의 뜨거웠던 사랑과 이별의 추억이 모래 알갱이처럼 쌓여있는 정동진과 같은 세상이라면. 서걱거리는 갈잎처럼 잠들지 못한 시인은 힘든 삶의 나날들이 물결로 스러지는 굽이진 해안선을 따라 걸어간다. 때로는 달빛과 함께 글썽이며 인간 존재의 근원에 관한 끝없는 명상에 잠겨 백사장이 끝난 데까지 걷고 또 걷는다.
출렁이는 삶의 파고 속에서 버리고 떠나와 이제 막 붉은 속살을 드러낸 채, 한 송이 꽃으로 환생하는 시인을 본다. 해를 본다. 전일희 시조시인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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