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며 달라지는 게 여럿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유별난 게 학교 주변 아닌가 합니다.
강남이야 말할 것도 없고 전엔 책방과 문구점과 분식집, 하숙집 정도나 있던
학교 주변이 거의 먹자 골목, 패션 거리, 원룸 마을로 변한 지 이미 오랩니다.
삼선교 한성대 입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동선 상에 있지만 차창 밖으로 보면 뭔가 있을 듯한 저의 본능을 자극하는 뭐가 있습니다.
그래서 내립니다.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골목 끝에 위치한 작은 밥집입니다.
회색 두건과 노란 두건을 쓰고 있는 나이든 아주머니 두 분이
운영하는 밥집인데 거의 동네 사랑방 수준입니다.
주 메뉴인 찌개나 볶음을 주문하고 반찬과 국 등은 셀프로 가져다 먹습니다.
이외에도 국과 쌈 등이 따로 준비돼있습니다.
제육볶음입니다. 삼겹살볶음도 있던데 서로 뭐가 다른 지 아직 모르겠고요.
안주 삼아 먹으려고 볶음으로 시켰습니다.
약간 짭니다. 다음에 가면 심심하게 해달라 해야겠습니다.
다른 날 시킨 된장찌개. 벽면을 보니 청국장이 더 크게 따로 적혀 있습니다.
"주 종목이 청국장인가 봐요."하니 잘해줄테니 다음에 와선 그걸 시켜 먹으랍니다.
노인네가 장사도 잘합니다. 힘들지 않느냐 물으니 재미난답니다.
지금 코다리 조림을 했는지 김이 나는 냄비를 들고 와 덜어 줍니다.
노인네의 꼬임?에 결국 청국장도.
이스리도 3천원을 받아 뿌듯합니다. 나뿐만 아니라 혼밥하러 온 사람들은 모두 쏘주나
막걸리 하나씩 꿰차고 먹습니다. 나가면서 거의 모두 '진정으로' 감사를 표하는 건
맛있다는 뜻일까요? 안주거리가 푸짐해서 반주 잘했다는 뜻일까요?
그 골목에 있는 또 다른 밥집입니다.
별로 늦게 간 것도 아닌데 이날 낮에 손님이 많았는지 반찬이 별로 없습니다.
반찬이 좀 빈약합니다.
청국장을 하나 시키고 반찬을 덜어오며 이스리 하나 시키니 취급 안 한답니다.
섭섭하지만 찌개가 나오는 동안 젓가락으로 밥 쨀끔 반찬 쨀끔하며 시간 죽이고 있으니
펄펄 끓는 청국장 뚝배기가 나옵니다.
반주는 못했지만 청국장 맛은 괜찮습니다. 덜 삭은 메주콩찌개 맛입니다.
반찬이 없어서 미안해 하며 깍아 주려는 남편을 가로 막으며 안 주인이 말합니다.
-바로 전 손님에겐 깍아 줬습니다- "6천원이에요!",... '내가 뭐랬나?'
밥집이라면 '밥에 간단한 반찬을 끼워서 싼값에 파는 집'인데 맛집이라는 뜻보다는
어딘지 어수룩하면서도 밥을 매개로 인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집이 밥집 아닐지?
생선과 찌개를 세트 메뉴로 내는 그 골목 안의 또 다른 밥집입니다.
낮에만 세트 메뉴가 가능하고 저녁엔 술안주 일품 요리만 된다는데
밥안주가 될 것 같아 입맛을 돋웁니다. 언제 한번 낮에 들러봐야겠습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첫댓글 혼밥, 혼술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맞게 메뉴도 개발해주면 좋으련만
아직은 효율성과 경제성에 최소 2인분 이상이어야 눈총 받지 않습니다.
혼자 들어가도 편안하고 반찬도 달라지는 그런 밥집 없쏘? ^^
반주는 맛난 안주와 더불어 천천히 즐기며 마셔야 하는데 혼밥(술)의 단점은
1인분 안주도 문제지만 두꺼비를 거의 병나발 부는 수준의 속도로 마셔야 하는 것 아닐까요 ?
그러니까 주량을 늘려야지요. =3 =3
혼자 도보여행 다니면 혼밥이 큰 애로사항이죠
1인식사 메뉴나 식당 찾기가 쉽지 않으니
종종 편의점에서 김밥 한두개에 우유 한팩으로...
초라해 보이겠지만 그래도 어디든 또 가고 싶네요ㅎ
그래도 걸을 땐 국물이 있는 걸로 식당에서.
편의점은 꼭 필요할 때만.
편의점을 애용하다보면 노숙자와 트래커가 종이 한장 차이라는 걸 깨닫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