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묵돌입니다.
저는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다가 오는 것보다는
온다고 했다가 안 오는 것에 더욱 배신감을 느끼는 타입입니다.
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두번째 모임 공지입니다.
:: 금주의 묵픽 (Muk's pick) ::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마틴 스콜세이지, 미국)
:: Comment ::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입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장군들이 전투에서 패배하고 돌아오더라도
그 패배에 대해 질책하거나 엄벌하지 않았다는데요.
원래 전쟁이라는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휘관의 역량과 별개로 '그냥 운이 나빠서' 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유명한 카이사르조차 전쟁의 승패가 상당부분 운에 달렸다고 생각했으며
자신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운을 타고 났기에 이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렇게보면 어떤 일의 결과라는 것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운명적인 산물인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저는 결과주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결과주의의 특징은 어떤 일의 결과가 그 과정을 평가하는 유일한 근거로 사용된다는 것인데
그렇게 이루어진 평가는 대개 일차원적이고 감정적이며 부조리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어떤 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형편없다고 말하거나,
중요한 시험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지난 시간이 무의미했다고 치부하거나,
좌우지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니까 훌륭하고 배울 게 많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결과를 아는 누구라도 아무 책임감 없이 뱉을 수 있는 말이라는 점에서 비겁하기도 합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거장 '마틴 스콜세이지'가 연출하고
할리우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배우 중 한 명인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아
상업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큰 성공을 거둔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붙었는데
바로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들의 인생영화' 목록에 당당히 제목을 올렸다는 것입니다.
저는 목록에 있는 작품 중 대부분을 보았고, 또 높게 평가하는 입장이지만
동시에 왜 저 훌륭한 영화들이 저런 취급을 받게 되었는지도 알 것 같은데요.
때로는 높은 작품성과 깊이있는 메시지를 가진 작품조차도
분별력없는 소비자에 의해 오독되고는 하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콜레오네의 고뇌를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에게는
<대부>가 그저 죽고 죽이는 이탈리아 마피아의 살육전에 불과하고,
재즈시대의 광기와 개츠비의 열망을 연결시키지 못한 독자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도 데이지를 욕하는 것밖에 할 수 없듯이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명백하게 '과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그저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면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같은 건
애초에 필요하지도 않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틴 스콜세이지는
바보들이 기꺼이 이 영화를 오해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처럼 보입니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대충 그런 영화입니다. 아시겠죠? (웃음)
: 감상 TIP ::
- 앞서 언급했듯 러닝타임이 무려 3시간(179분)에 달하는 영화입니다. 마니아 수준의 영화광이 아닌 이상, 이정도 길이의 영화를 보게 되는 건 흔히 있는 일은 아닌데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무려 2주에 가까운 시간이 남아있으니까요.
- 등장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하기로 유명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주연을 맡은 디카프리오는 말할 것도 없고, 매튜 매커너히와 마고 로비도 출연해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데요. 배우들의 열연을 관찰하다보면 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디카프리오만큼 '맛이 가버린 졸부'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요?
- 사실, 작품성과 별개로 마초적인 분위기가 매우 강한 영화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존윅>이나 <파이트클럽>의 마초성과는 조금 다릅니다. 딱히 주먹다짐을 하지도 않고, 피가 낭자하는 총격전이 벌어지지도 않지만. 불쾌감을 주려는 의도가 노골적인 장면이며 연출도 많고, 보다보면 정신이 아찔해지는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끔은 영화의 의도된 연출에 몸을 맡겨야 할때도 있는거죠. 공포영화를 보러갈 때는 두려워할 준비를 하고 가야하는 것처럼요.
:: 모임장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23길 40 지하 카페 <공상온도>
- 홍대입구역 1,2 번 출구 6분 거리
:: 일시 ::
2024년 8월 2일 금요일. 오후 8시 ~ 오후 11시
* 1회차 말미에도 말씀드렸지만, 카페 대관 이슈로 다음주 금요일(26일)을 건너뛰고 2주뒤 금요일에 2회차를 진행합니다. 착오없으시길 바랍니다.
* 3시간 진행, 도중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가급적 시간에 맞춰 참석해주세요. 공간이 넓지 않아 늦게 오실 경우 원하는 좌석에 앉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카페 <공상온도>의 방침상, 기존 고객 퇴장 및 대관 준비 시간으로 인해 오후 7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오니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숙제 ::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감상
- 쿠팡플레이 및 IPTV 서비스 등에서 시청가능
:: 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