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10.30)
시월의 마지막 밤을 하루 남겨놓은 진한 갈색 커피향 같은 아침에
출근을 재처놓곤 뚱땡이 마누라님게서 끓여놓은 미역국에 아침을
눈꼽도 안뗀 졸리운 눈을 하곤
아이들과 밥을 먹었다.
물끄러미 처다만 바라보는 아내의 눈총에 무거운 엉덩일
구둘장에서 떼어 화장실로 향했다.
일곱살 박이 둘째인 하림이와 홀라당 벗어버리곤 남여 공용 아니 부녀 공용 샤워를 시작했다.
밖에서 들리는 아내의 따가운 소리
밥상에서 화장실로 향하는 곳에 나와 딸이 한걸음 한걸음 마다 벗어놓은 옷가지를
보고 소리 지르는 잔소리를 못들은 척 하림이와 눈을 마주치고는 낄낄 웃으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아침샤워를 하고 드라이를 하며 다시한번 하림이와 티격태격 싸우는 소리에
마나님의 잔소리가 또한 번 시작되고
벌써 옷가지를 챙겨입은 진훈(큰아들, 아홉살)이가 지 엄마 모양으로
눈에 힘을 주고 노려본다.
캐주얼로 대충 옷을 줏어 입고나니
진훈이와 하림이가
"아빠 생일 축하해요" 하며 무엇가를 건네주곤 지네방으로 건너가 버린다.
하림이를 불러 같이 뜯어 보자며 꼬드겨
함께 뜯어 보니 차 방향제와 핸드폰 줄..
쩝쩝..
별로 반갑진 않지만 고마운 척하는
서투룬 연기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무표정한 모습으로 별로 내 생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뚱땡이님께서
봄부터 준비해 온 선물을 준다며
큰 가방 두개를 내 어깨에 걸치곤 앞서더니 따라 오라 한다.
우리의 순진남 조기사는 그렇게 핸들을 잡고
뚱땡이사모님과 먹보도련님 공주병아가씨를 모시고
직장엔 휴가를 낸채 끌려 가고 있었다.
어제 직장 체육행사와 뒷풀이 그리고 대학 은사와의 자리 등등의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았는데 말이다.
파킹을 하고 7층 짜리 건물에 들어서서 사모님이 시키는 데로
팁도 못받는 벨보이 마냥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나에게
가방을 지키며 아이들 단속을 하랜다.
장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어머니와 조카가 오고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입씨름을 하며 한시간여를 기다렸다.
그리고 손잡이가 없는 수술실의 쌍문이 크게 열린다.
벌떡일어나 어머니와 나 그리고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갔다.
내일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