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溫故知新)과 배움의 재미(김선식)
고사성어(故事成語)와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어떤 개념이나 의미, 교훈, 지혜 등이 함축된 말로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말이나 글에 자주 사용되어 간략하지만, 그 뜻을 뚜렷하게 형상화(形象化)하는 효과가 있고 또 재미도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나 일화로 부터 비롯되어 사람의 삶과 사회생활에 대한 교훈을 포함하고 있는 고사성어는 문자 그대로 ‘옛이야기에서 유래(有來)된 한자어(漢字語)’이며 사자성어는 유명한 학자의 글이나 책에서 따온 네 개의 글자로 구성된 말을 의미한다.
고사성어도 대부분 네 글자로 이루어진 것이 많지만 두자, 또는 네 자보다 훨씬 긴 말도 많아서 고사성어=사자성어라는 등식은 엄밀히 말하면 정확한 것은 아니다.
고사성어는 대부분 옛날 중국의 역사, 신화, 전설, 역사, 고전 문학작품 등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에 고사(故事)의 내력을 알면 이해도 쉽고 재미도 있고 대화나 글에서 올바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고사성어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유래한 것들도 많다. 우리말 속담도 알고 보면 우리의 고유한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생겨 나와 깊은 뜻이 함축된 재치 있는 말들이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처럼 한글과 영어를 섞어 만든 신조어(新造語, 새롭게 지어낸 말)가 있다.
정통 사자성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위선적(僞善的)인 정치가들을 비꼬는 말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이 말은 한국어의 순수함을 저해한다는 논란이 있기는 하나 현대 한국사회의 비뚤어진 도덕성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비꼬아 표현한 재미있는 말이라 하겠다.
이처럼 짧으면서도 깊은 의미가 있는 고사성어나 사자성어는 복잡한 인생사를 몇 개의 글자로 축약하여 비유 또는 표현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우리에게 유익한 교훈도 주고 또한 일상의 언어생활을 풍성하게도 해준다.
공자(孔子)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논어(論語)의 위정편(爲政編) 제11장에서 제자들에게 ‘온고이지신(溫古而知新)이면 가이위사의(可以爲師矣)’, 즉 ‘옛것을 익히고 그로부터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공자가 원래 뜻한 바는 학문이란 배우고 또 끊임없이 익히는 정진(精進)을 통하여 이룰 수 있다는 것이지만 이 말은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남보다 앞서가기 위해서는 과거에 다른 사람들이 이루어놓은 것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지금 시대 많은 기업이나 기관들이 부르짖는 혁신(革新)의 중요한 핵심 원리라고 볼 수 있다.
원래 공자는 온고지신(溫古知新)을 학문과 올바른 정치의 원리로서 강조했지만, 온고지신의 원리는 현대 학문과 과학 기술의 연구에도 그대로 활용된다. 또한 인류의 거의 모든 문화적 활동에서 알게 모르게 널리 실천되고 있다. 연구를 함에 있어 앞서 한 사람들의 연구 결과를 문헌을 통하여 공부함으로써 과거의 지식과 지혜를 습득하고 여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더 발전된 연구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야말로 온고이지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또한 학문뿐만 아니라 옛이야기로부터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바르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나이에 관계 없이 일상생활에서도 유익한 고사성어를 공부함으로써 온고이지신의 정신으로 삶의 의미를 새로운 각도에서 재조명할 수도 있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며 자신의 수양은 물론 배움의 재미도 새롭게 느낄 기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