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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990년대생’과 'MZ세대'라는 키워드로 새로운 세대의 출현과 특징에 관한 다양한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제 20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들에 관한 세대론은 일단 자유분방하며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면면을 따져보면, 20대들의 생각이나 삶의 방식은 단일한 모습으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이것은 비단 90년대 생들만의 문제가 아닌, 이른바 특정 세대의 특징을 단순화하려는 모든 논법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90년대 생인 저자 역시 ‘우리들은 같은 세대로 태어났으나 다른 세계에 살아가고 있다’고 단언한다.
실상 ‘세대론’이 지닌 획일적 범주화의 문제는 지금껏 비판적으로 논의되었지만, 특히 언론 등에서 너무나 편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저자가 말하듯이 ‘90년생들이 가진 단면은 너무 다양하’기에, 각자의 상황에 걸맞은 논거를 통해 세밀하게 관찰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차라리 저자처럼 ‘모두가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면, 다르다는 것 자체가 그 세대를 정의하는 특징’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더 솔직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각기 격리된 것처럼 생활하는 20대를 저자는 ‘갈라파고스 세대’라고 규정하고, 그 특징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없다면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 곧 공식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억지로 무언가를 범주화하지 않고, 다양한 상황을 펼쳐놓으면서 20대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주장하는 ‘갈라파고스 세대’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선 갈라파고스의 의미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듯이 갈라파고스는 오랫동안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독자적인 환경을 이루고 있다는 이유로 다윈에 의해 진화론의 배경으로 선택되었던 곳이다. 저자는 20대인 1990년대 생들이 거대한 사회의 흐름 속에서 고립적으로 보이는 모습들을 일컬어 ‘갈라파고스 세대’로 규정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관찰한 20대들의 삶의 방식과 사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20대의 특징을 규정지을 수 있는 보편적인 모습이 아니라, 개별적이고 특별한 사례일수도 있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20대들이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전형’으로 인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항목을 통해서, 1990년대 생들의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각 항목들의 맨 앞에는 1990년대생부터 1998년생까지 4명의 가상 이력서가 제시되어 있다. 아마도 저자가 생각하기에, 이러한 이력서를 통해서 90년대 생들의 다양함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 이해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각자의 스마트폰 대화창의 이미지에 담긴 내용들을 통해, 20대들의 다양한 상황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직접 마주치며 대화하는 것보다는 일명 ‘카톡’이라고 하는 문자로 소통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한 세대, 그래서 저자는 20대가 처한 다양한 상황들을 ‘카톡’의 이미지로 제시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물론 장황한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한 글보다 이미지로 제시된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쉬웠다. 그리고 저자가 속한 90년대 생들의 다양한 상황들을 제시하고, 그에 관한 나름의 생각들을 분방한 필치로 서술하고 있다.
실상 각 항목들의 제목은 지금 20대들이 느끼는 솔직한 감정일 것이라 이해된다. ‘이유도 없이 우린 섬으로 가네’, ‘어른들은 우릴 보고 웃지’. ‘내 좁은 화면 속의 바다’, 그리고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등의 제목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인식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자신들이 젊었을 때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20대의 ‘나약함’을 지적하는 기성세대들. 최근 ‘라떼는~’이라는 풍자어로 활용되는 기성세대의 ‘꼰대스러움’에 대해서, 저자는 비판하기보다 그저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기성세대들이 왜 젊은 세대와 소통하지 못하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나 역시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잠시 반성을 해보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며 때로는 가족들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이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고, 임용시험에 떨어진 자신에게 여전히 희망을 포기하지 못하는 부모를 부담스러워 하는 자식의 모습이 제시되어 있기도 하다. 지금의 20대들은 서로의 개별적 상황들을 ‘쿨하게’ 인정하고, 아니 자신과 관련이 없다면 특별한 관심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 옳을지 모르겠다. 그저 이렇게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20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을 통해 얻은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학교에서 마주치는 20대 초반의 학생들의 입장과 생각들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만나는 젊은이들을 ‘우열(優劣)’이라는 척도가 아닌,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기로 하자고 내 스스로 다짐해 본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20대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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