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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림책 작가이자 미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시골 생활을 하면서 마주치는 풍경과 생각들을 담아낸 에세이집이다. 나로서는 아직 저자의 책을 접해보지는 못했고, 주금은 생소한 이름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책을 구입하도록 만들었나 보다. 경기도 양평에 시골집을 마련하고, 시골 생활에 젖어들어가는 저자의 모습이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책속에 펼쳐지고 있다. 주변 사람들과 만나고, 또 그곳에 있는 시설들을 활용하면서 생활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연상되는 듯하다. 아마도 저자의 집에 커다란 호두나무가 있어, 그 아래 간이 테이블을 펼쳐놓으면 그대로 작업실이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새 소리를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고, 필요한 작업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처음 에세이집의 출간 제의를 받고 기쁜 마음에 집필을 시작했지만, 출간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프롤로그를 통해서 밝히고 있다. 이미 써놓은 글이 있다면 그 가운데 추리고 또는 내용을 고쳐서 묶어낼 수가 있겠지만, 새롭게 써야 한다면 막상 작업을 시작할 무렵에는 막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완성된 글들 가운데에서도 어떤 내용을 넣고 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과정을 거쳐 ‘시골에 사는 그림 그리는 일을 하는’ 저자의 글이 완성되었고, 저자의 희망대로 ‘화가의 삶을 꿈꾸고 있을 누군가에게 건네는 작은 응원’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모두 5개의 항목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가장 앞부분에 위치한 ‘오! 마이 컨트리’라는 제목의 글들에서는 처음 시골 생활을 시작하고 그곳에 적응하는 과정들이 진솔한 필치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의 ‘오늘 그린 그림’의 항목에서는 화가로서의 살아가는 가운데 느껴지는 현실의 문제들이 다루어지고 있다. 특히 동화책에 삽화를 그렷지만, 출판사가 바뀌면서 아무런 통보도 없이 삽화들도 바뀌는 상황을 겪는 것이 다반사라고 한다. 그리고 밀려드는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때로는 밤을 새우기도 해야 하는 등 ‘일중독’에 빠지게 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고백하고 있다.
‘타인과 춤을’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세 번째 항목은 작가로 살아오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그 중에서 첫 번째로 수록된 글의 제목이 바로 ‘착하기만 한 동네는 없다’이다. 서로 필요에 의해 만나 일을 같이 하지만, 그것이 끝나면 다시 특별한 인연이 없다면 만날 수 없는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그러한 삶 속에서도 누군가와의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을 저자는 네 번째 제목처럼 ‘오아시스로 가는 길’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삶이 다 그렇듯이, 늘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입기도 하고,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위로를 받으면서 사는 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 전개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에서 가장 고독한’이라는 제목의 마지막 항목에서는 혼자 사는 저자의 삶의 면모를 소개하고 있다. 시간이 허락하면 훌쩍 외국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자신의 공간인 시골집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일상을 영위하는 모습이 펼쳐지기도 한다. 아마고 저자는 이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이 지나온 삶을 수도 없이 되새겨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는 그저 추억일 뿐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순수미술가로 살고 싶지만, ‘생계를 위해 시작한 출판 일러스트레이션’이 이제 저자의 중요한 일이 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또 어떤 길이 펼쳐질지는 모르겠으나, 저자의 시골 생활을 통해서 더욱 충만한 예술적 영감들이 발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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