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야고보 사도 Saint James the Greater
(1세기–44년경 / 축일: 7월 25일)
- 김웅태요셉 신부 -
찬미예수님.
7월 25일은 성 야고보 사도의 축일입니다.
성 야고보는 제베대오의 아들이며 요한 사도의 형제로, 예수님의 열두 사도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구별하여 ‘대(大) 야고보’ 또는 ‘큰 야고보’(James the Greater)라고도 부릅니다.
불같은 열정을 지녔던 그는 주님께서 주시는 가르침과 시련을 통하여 점차 변화되었고, 마침내 열두 사도 가운데 가장 먼저 순교함으로써 그리스도를 증언했습니다.
1. 주님께 부름받은 ‘천둥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은 갈릴래아 호수에서 아버지 제베대오와 함께 고기잡이를 하던 어부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부르시자 두 형제는 배와 아버지를 남겨 두고 곧바로 그분을 따랐습니다(마태 4,21-22 참조).
두 형제는 열정적이고 때로는 성급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보아네르게스’(Boanerges), 곧 ‘천둥의 아들들’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셨습니다(마르 3,17).
사마리아의 한 마을이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자, 그들은 하늘에서 불을 내려 그들을 없애 버리기를 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꾸짖으시며 복음의 길은 보복이 아니라 인내와 자비의 길임을 가르쳐 주셨습니다(루카 9,51-56 참조).
2. 예수님의 영광과 고뇌를 가까이서 본 제자
야고보는 베드로와 요한과 함께 예수님께 특별히 가까이 불림을 받은 세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야이로의 딸을 다시 살리신 기적을 목격했고, 높은 산에서 예수님의 모습이 영광스럽게 변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또한 겟세마니에서는 수난을 앞두고 번민하시며 기도하시는 예수님 곁에 머물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야고보는 주님의 영광만 본 것이 아니라, 그분의 눈물과 고뇌도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이 체험을 통해 그는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이 높은 자리를 얻는 일이 아니라, 주님의 십자가에 동참하는 길임을 배워 갔습니다.
3. “할 수 있습니다” ― 순교로 마신 주님의 잔
어느 날 제베대오의 두 아들의 어머니는 예수님께 두 아들이 주님의 나라에서 높은 자리에 앉게 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야고보와 요한에게 물으셨습니다.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그들은 대답했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마태 20,22 참조)
당시 두 형제는 주님의 잔이 뜻하는 바를 온전히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들이 기대한 것은 영광의 자리였지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잔은 사랑과 희생, 수난과 순교의 잔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들의 미숙한 열정을 버리지 않으시고, 섬김의 제자로 변화시키셨습니다. 야고보는 훗날 자신의 생명을 바침으로써 실제로 주님의 잔에 참여했습니다.
4. 열두 사도 가운데 가장 먼저 순교하다.
사도행전은 헤로데 아그리파 1세가 교회를 박해하며 “요한의 형 야고보를 칼로 쳐 죽이게 하였다.”고 전합니다. (사도 12,1-2 참조).
이는 44년경의 일로 여겨지며, 야고보는 열두 사도 가운데 가장 먼저 순교한 사도가 되었습니다. 예수님 곁에서 영광을 구했던 ‘천둥의 아들’은 이제 주님을 위하여 자기 생명을 내놓는 충실한 증인이 되었습니다.
고대의 한 전승은 야고보를 고발했던 사람이 재판정에서 그의 굳건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고 감동하여 그리스도교 신앙을 고백했다고 전합니다. 그 사람이 용서를 청하자 야고보는 평화를 빌어 주었고, 두 사람은 함께 순교했다고 합니다.
이 전승은 순교가 원수를 미워하는 일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스도의 용서와 평화를 증언하는 일임을 일깨워 줍니다.
5.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순례 전통
스페인 교회의 오랜 전승에 따르면, 야고보 사도는 성령 강림 뒤 이베리아반도까지 가서 복음을 전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전승은 낙심한 야고보에게 성모님께서 사라고사(Zaragoza)에서 ‘기둥의 성모’(Our Lady of the Pillar)로 나타나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고 전합니다.
야고보가 예루살렘에서 순교한 뒤 그의 유해가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Galicia)로 옮겨졌으며, 9세기 무렵 무덤이 발견되었다는 전승도 이어집니다. 그곳에 세워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Santiago de Compostela Cathedral)은 오늘날까지 세계적인 순례지가 되고 있습니다.
이 전승들은 성경에 기록된 사실과는 구별해야 하지만, 오랜 세월 수많은 순례자에게 회개와 새로운 출발의 영감을 주어온 소중한 신앙 유산입니다.
6. 성 야고보의 상징과 오늘의 메시지
교회 미술에서 성 야고보 사도는 주로 순례자의 지팡이와 모자, 가리비 조개껍데기, 칼과 함께 묘사됩니다.
순례자의 지팡이와 가방은 복음을 전하는 사도의 여정과 산티아고 순례 전통을 나타냅니다.
가리비 조개껍데기는 산티아고 순례자들을 대표하는 표지입니다. 서로 다른 길에서 출발한 순례자들이 하나의 목적지로 향하듯, 모든 신앙인이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순례자임을 상징합니다.
칼은 야고보가 헤로데의 명령으로 순교했음을 나타냅니다.
성 야고보의 삶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나는 높은 자리를 바라기보다 이웃을 섬기고 있는가?
나는 주님께서 맡기시는 사랑과 희생의 잔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의 열정은 분노와 경쟁이 아니라 복음과 봉사를 향하고 있는가?
주님께서는 야고보의 성급함과 야심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 열정을 정화하시어 복음의 용기와 순교의 충실함으로 변화시키셨습니다.
우리 안의 부족함도 주님께 맡겨 드릴 때, 이웃을 섬기고 복음을 증언하는 거룩한 힘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성 야고보 사도여, “할 수 있습니다.” 하고 응답했던 당신처럼 저희도 주님께서 맡기시는 사랑과 봉사의 잔을 기꺼이 받아 마시게 하소서.
시련과 어둠 속에서도 십자가를 피하지 않고, 끝까지 주님을 충실히 증언하게 하소서. 성 야고보 사도,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A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