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 생각: 마편초의 의리(義理)! ◈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세간의 말이 있습니다. 은혜도 모르고 은공도 모르는 사람을 빗대어 한 말이죠. 반면에 결초보은(結草報恩)이란 말도 있고, 백골난망(白骨難忘)이란 말도 있습니다. 이처럼 상반된 말들이 혼재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기 때문일 겁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사람이냐는 것이겠지요. 신앙적인 말로는 초발심(첫 마음)을 유지하라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을 듯합니다.
Return to Eden, 에덴으로의 복귀! 하나님과의 처음 만남으로 돌아가는 건 신앙인이 반드시 가져야 할 신앙 숙제이지 싶습니다.
모세에게 권능의 지팡이를 주시고 다시 빼앗아 가신 분, 사울의 눈을 멀게 하고 다시 뜨게 하신 분, 인생의 부침(浮沈)을 통해 약속의 무지개를 야곱에게 허락하신 분, 다니엘을 사자굴에 넣었다 꺼내주신 분, 모두 한 분인데, 왜 이리도 오락가락하시는 걸까요? 그만큼 인생은 복잡다단하다는 것과 고난과 희망은 한 형제자매라는 뜻일 겁니다.
하얀님이 지난 초봄 작은 포트에 버들마편초 씨앗 수백 개를 심었습니다. 10cm 정도의 모종이 약 4~5천 원씩 하니 언감생심 맘대로 사서 심을 수 없어서였을 겁니다.
지금은 교회 마당이 마편초꽃으로 풍성해졌습니다. 봄에 포트에 뿌린 씨앗이 발아하여 싹을 내고, 그 싹이 자라 옮겨 심을 정도로 컸기 때문이죠. 아직 어린 것들이 많지만, 유난히 꽃대를 올려 보라색 꽃을 피운 마편초가 여럿인 탓에 교회를 오가는 사람들의 눈과 발을 붙잡는 걸 보면서, 마편초에게나마 어찌 은혜를 갚을까 생각 중입니다.
마편초는 심은 자에게 꽃으로 의리를 보여주었습니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햇볕을 갈무리해주면 잘 자라줄 것이라는 믿음을 꽃이라는 의리로 보여준 것이죠.
난 믿는 사람이고, 주님께서 내게 보여주신 의리를 믿음으로 갚기를 소망합니다. 마편초가 꽃으로 의리를 보여준 것처럼, 난 믿음으로 하나님께 의리를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비가 그치니 모악산 정수리에 구름이 걸리고, 마당에는 잠자리가 납니다. 장마가 지난 뒤 그토록 기다린 햇살이 뜨거워지면, 또 간간이 흩뿌리는 비를 그리워하겠지요.
해를 그토록 간절히 기다리던 때와의 의리도 잊은 채 말입니다.
여러분, 믿음이 의리(義理)라는 말에 수긍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