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 생각: 엄마의 가지런한 반찬통과 설거지 연가(戀歌)! ◈
월요일 아침, 늙으면 아침잠이 없다는 말을 몸으로 증명이라도 하는 듯 요즘 집 안에서 생활을 하는 곰곰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어둠이 벗겨지기도 전에 예배당 안으로 들어간다. 예배당 안으로 들어간다는 건 일이 시작되었다는 것, 예배당에서 나와 60미터 물 호스를 끌고 마당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엄지와 집게손가락은 잡초를 뽑는 것으로 분주하다. 그렇게 두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핸드밀로 간 원두를 드립 페이퍼에 담고 커피를 내리는 순간 마당 중앙에 설치한 쉘터 안은 브라질 세하도의 시트러스(citrus)향(레몬, 오렌지, 자몽 등 과일 특유의 상큼하고 시원한 냄새)으로 가득하다. “아침, 한잔의 커피는 커피가 아니라 감성입니다.”라는 현수막까지 달아놓고 오가는 사람들을 유혹해도 끔적도 않는 사람들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오롯이 내 것이어서 행복하다.
간간이 카페를 찾는 사람들을 정중하게 돌려보내면 어느덧 점심시간이 넘어선다. 톡톡이가 짖는 것으로 봐서 어린아이나 노인을 동반했던지 모자를 쓴 사람일 것이다. 창밖으로 내다보니 여성 세 명이 카페로 들어서고, 역시 그중의 한 명은 노인이었다.
모악산 근처가 직장이어서 오가다 지켜본 예쁜 카페, 어머니와 생신 점심을 먹고 평화동에서부터 버스를 타고 일부러 왔다는 말에 에어컨을 빵빵 틀고 앉으시기를 권했다.
송*라, 송*정 자매, 5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계시는 82세 생신의 어머니와 들꽃을 찾았다는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커피를 뺀 ‘아포카토’를 주문했으니 그냥 아이스크림만 달라는 뜻이고, 바닐라 아이스라떼 한 잔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치즈케이크 한 조각... 난 시원하게 준비해놓은 아리산 우롱차와 하트 표시를 머금은 라떼로 두 자매에게 감사를 전했다.
어머니가 냉장고 안에 전화기나 사진기 같은 생활용품을 넣는 일은 빈번해졌어도, 냉장고 속의 반찬통 정리와 설거지만큼은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여전하시다며, 평생 손에 익은 일들 앞에서는 치매도 어쩔 수 없는가 보라는 딸은 눈가를 촉촉이 적신다.
웃음이 점점 사라지고 눈의 초점은 희미해도 너무 정확하게 기억하시는 것들 앞에서 어머니 젊으셨을 때의 인생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다시 눈가는 촉촉해진다.
두 자매를 만난 월요일이어서 무척 행복했다. 주보에 만남 이야기를 써도 되냐는 말을 시집을 들고 오는 것으로 응하신 그녀에게 난 생신 선물이라며 ‘바늘귀를 꿰다’를 읽어드렸더니 두 딸은 푸~하고 한숨을 푹 내뱉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엄마를 뵈러 오면 꼭 다시 들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양산을 펼쳐 한낮 더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큰딸 뒤로 노랑 꾀꼬리 한 마리 너울너울 날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