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 생각: faraway(저 멀리, 나를 찾아서) ◈
‘한반도 관통 태풍’이란 첫 타이틀을 단 ‘카눈’이 지나갔다. 매스컴에서 하도 떠들어대는지라 마당에 설치해둔 쉘터도 걷고, 의자와 테이블은 물로 태양광등도 모두 정리해서 온실 안으로 들여놨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국이 가볍게 태풍을 넘기게 되어 감사하다.
이어진 비로 창밖만 보고 있자니 시 한 수가 떠오른다.
사서 걱정/이기봉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화단에 물 줄 일 없으니 더 더 더 하다 가도
비가 그치면 잔디 깎고 풀 뽑을 일이 막막해서 헛기침만 한다
그래도 창밖으로 바라보는 비는 좋다. 하수구 물 빠짐만 원활하다면 그렇다.
멍때리는 것도 잠시 곰곰이가 뒷다리를 핥는 건 자기도 비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는 의미, 자리를 피해주니 뒷발은 소파를 딛고, 앞발은 창틀에 올려 창밖 세상에 몰입한다.
놈은 그러든 말든 텔레비전 리모컨을 집어들었다. 넷***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저 멀리, 나를 찾아서(faraway)’란 제목에 눈이 가서 엉덩이를 붙였다.
49세의 여인, 아내이자 엄마요 딸인 주인공(나오미 크라우스)은 젊은 여자와 눈이 맞은 남편과 엄마 알기를 119대원으로 인식하는 딸, 제멋에 사는 아버지를 무작정 떠나 며칠 전 돌아가신 엄마가 자신에게 남긴 집을 찾아 크로아티아로 무작정 향하는 이야기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광, 그리고 자신과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비로소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잔잔하면서도 느낌 있게 다가오는 영화였다.
다 보고 나니 혼자만 보는 건 큰 잘못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게다가 어떤 이유이든 자아(自我)를 상실한 채 살아가는 중년의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라는 생각에 조바심마저 났다.
*감독- 바네사 요프 *제목-faraway(저 멀리, 나를 찾아서/우리말 제목)
*출연- 나오미 크라우스/고란 보르단외
*특징- 독일, 크로아티아, 튀르케이 세 나라의 정서와 문화가 사람들 속에 어우러져 더욱 빛이 나면서, 세상의 그 어떤 편견은 필요 없다는 걸 보여주는 무채색 영화!
꼭 보시기 바란다. 꿉꿉하고 재미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면 더더욱...보고 나서 누군가와 한 잔은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