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없는 합평은 문학의 쓸모를 확인해주기에 족했다. 하마터면 '시란 무엇인가'란 수렁에 빠질뻔 할 정도였으니까.
합평은 가끔 미투의 기억을 불러온다. 한 검사의 성폭행 폭로에 이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 유명인을 도마 위에 줄줄이 올렸는데, 문학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중 시인 고은의 이야기. 최영미 시인이 성폭력 사실을 밝혔고, 고은은 그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으나 1,2심 모두 패했다. 그러다 작년에 고은은 가해자로서 한마디 입장 표명없이 '전 지구적 시인'이란 이름이 붙은 신간을 슬쩍 출간한다.
문학은 종교역할을 대신하여 인간을 이타적 존재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이 시를 읽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을까. 나는 고은의 시를 통해 절망을 대하는 태도를 읽었고 그의 행동주의 철학에 감명받은 적이 있었다.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진정한 힘을 지닌 몇 안 되는 시인으로 여기기도 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버리지는 않았으나 기대감은 많이 식은 편이다. 게다가 그의 신간을 낸 출판사의 말은 시인과 시를 결코 분리해 생각할 수 없도록 하였다. '진실을 가리는 부당함에 굴종하지 않는...' 이 말은 최영미 시인에게 해야 할 말이 아니던가.
미투에 대한 여러 쟁점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다양한 쟁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반성없는 '전 지구적 시인'에 대한 신뢰는 거둘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신뢰는 상대적이니까 말이다.
우리의 합평 역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면 모두에게 활짝 핀 꽃으로 다가오리라 믿는다.
첫댓글 제가 늦게 참석하는 바람에 서재원 고문님 합평회때 언뜻 얼굴은 뵜는데 일찍 나가셔서 인사도 못드렸습니다
부득이한 일이 있어 일찍 자리를 비우게 되었네요. 올 처음 합평이라 빠질 수 없어 참석은 했었고요.
아주 좋은 장소에서 솔직하니 아낌없는 의견들을 나누게 되어 출발이 신선했습니다. 코로나 시절을 돌이켜보면 밤새 토론을 이어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시란 무엇인가? 밤새도록 이야기해도 좋은 주제입니다.
저는 많은 농삿일이 발목을 잡아서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때론 농부에게 시는 사치인가? 하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
농촌에서는 자신의 삶이 농촌 공동체 모든 사람들에게 완벽하게 투영되고 공개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가식과 거짓은 통용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삶과 성격과 성향을 숨길 수 가 없답니다.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다면 그 쓴 글도 대접받지 못하고 폄하되기가 일쑤이지요.
그래서 저는 제 삶이 늘 조심스럽습니다.
'지 깜냥에 시라고?' 하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고향에서 어느 듯 60여년의 세월을 산 시간이 있기에 그동안 저와 함께 삶을 살아 온 공동체 분들은
제 성격과 성향을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좋은 기회를 놓쳐서 못내 아쉽습니다^^
서재원 전 회장님 글 잘 읽었습니다. 잠시 생각의 시간을 가져본 기회의 글이네요.
회원님들 모두 건승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