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 사람에게 맞는 방향
살고 있는 주택이나 상가 사무실 개개인에게 맞는 방향이 있는지요?
이사를 할 때 좋은 방향, 안 좋은 방향이 있는지요?
이사를 하고 불행한 일이 생기거나, 이사를 하고 집안이 흥해지는 일이 있는지요?
궁금합니다.
▒ 답
결론적으로 말하면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왜냐? 근본도리에선 없습니다만,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생각보다 나쁜 일이 생기기도 하고, 생각보다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것이 이사하고 연관이 되어서,
이사를 잘못해서 불행해졌다던지, 이사를 잘해서 다행이라고 해석될 수는 있기 때문입니다.
큰 집에 들어갔을 때 누구는 귀신이 없다 하고, 누구는 귀신을 보았다 하는데
정말로 그 집에 귀신이 있는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고 마음이 그려낸 현상입니다.
법(法)에는 본래 옳고 그름, 맞고 틀림, 깨끗하고 더러움, 선과 악이 없습니다.
모두 다 우리 마음이 그려내는 것입니다. 모두가 다 '일체유심조'입니다.
여러분.. 개집처럼 아주 좁은 데서 귀신 봤다는 얘기 들어보셨습니까?
아주 대낮처럼 환할 때 귀신 봤다는 얘기 들어보셨습니까?
귀신 나오는 집은 대개 아주 크고, 캄캄하고, 아주 낡고 그런 집이죠?
여기 서너평 정도 공간에서 혼자 자면 아무 문제 없지만
이 넓은 강당에 불끄고 혼자 자려면 두려움이 생길까요 안 생길까요?
그럼.. 불 끄면 귀신 있다가, 켜면 어디로 도망갑니까?
이런 것은 다 우리들 심리현상.. 마음이 짓는 바입니다.
어둡다는 거, 넓다는 거.. 그런 거하고 두려움은 아무 상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걸 머리로는 이해를 한다 해도, 막상 그런 상황에 딱 처하면 나도 모르게 두려움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치적으로라도 알고 있으면 그런 두려움에 끌려가지 않고 정신을 차릴 수가 있죠.
이렇게 직시(直視)하는 연습을 몇 번 하다보면, 차차로 그런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간혹 다른 종교 믿는 분이 법문을 듣고 좋다고 하면서 개종하겠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제가 물어봅니다. '집안이 어때요?' '다 기독교 집안입니다.'
'그러면 당신이 불교로 개종하면 집안에서 생활하기 어려울 거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굳이 개종할 게 뭐 있습니까? 그냥 마음공부 하면 되지..'
그렇게 지나갑니다. 그렇게 문제없이 살다가.. 또 개종얘길 합니다.
'이제 뭐 그런 거 구애받지 않습니다.'
그럼 제가 또 물어봅니다. '만약에 불교로 개종하고 교통사고라도 크게 당하면 어떤 마음이 들까?
어릴 때부터 하나님 믿다가 불교로 돌아서니 하나님이 나를 벌하시나? 이런 생각이 들까 안 들까?'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하지 마십시오.'
사실 개종하는 거와 교통사고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그런 생각을 일으킬 수는 있습니다.
불법(佛法)을 확연하게 알아버리면, 제법이 공(空)한 도리를 확연하게 알아버리면, 설령 죽는다 하더라도
이런 문제를 연결시키지 않게 됩니다. 그 정도 되면.. '예, 이제 계(戒)를 받고 개종하십시오.'
가족 관계에서의 갈등, 사회적인 불이익, 어떤 일이 생겼을 때의 두려움.. 이런 게 있다는 것은
아직 불법을 제대로 몰랐다, 확연히 깨닫지 못했다.. 하는 말입니다.
그런 상태에선 굳이 개종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 후회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부처님 법(法) 공부를 하는 건 더 행복해지려고 하는 것이지, 더 괴로움을 안자고 하는 게 아닙니다.
성경 말씀도 마찬가지죠?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진리를 깨달음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지, 점점 더 교리에 옭아매고 속박하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십시오.
그런데.. 이제 우리가 오랜 문화풍속이 있기 때문에, 그렇든 안 그렇든..
이사를 갈 때 달력 보고 무슨 말날, 소날.. 하면서 좋은 날 보잖아요?
명절도.. 설날도.. 똑같은 날이지만 특별히 정해서 '설'이라 하고 인사를 하고 그러잖아요?
사실은 다 똑같은 날입니다. 다 우리 마음이 지은 거죠.. 우리가 그런 풍습을 따르듯이..
이사갈 때 날을 보는 풍습이 있으면, 굳이 거부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것이 도(道)입니다.
어차피 갈 거.. 이왕이면 다들 좋다는 날 가면 좋아요 안 좋아요? 좋죠..
근본도리에서 동서남북도 없고, 대장군도 없고.. 이렇게 말해주면 그런가 하면서도
질문하신 분은 뭔가 좀 켕기는 게 있을까요 없을까요? 있겠죠..
그래서 이사 가서 물이라도 한 그릇 떠놓고 뭘 하고, 반야심경이라도 하고.. 그래야 개운하겠죠?
그러나, 그런 건 다 형식이지, 본질은 아니다 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생각에 너무 끄달리진 마세요.
※ 귀신을 만난 대담한 스님 http://cafe.daum.net/santam/IaMf/94
순박한 우리 순이 http://cafe.daum.net/santam/IWGz/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