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인 심성의 체는 일체 언어문자를 여의고 모든 만상에 초연해서, 일체의 시중(時中)의 모든 것을 선이라고 한다. 본지풍광(本地風光)은 항상 활발자재하게 쓰기 때문에 바람이 불고 움직이고 고요하고 시끄럽고 하는 일체의 모든 모양이 다른 물건이 아니라 모두 그대로 심성(心性)일 뿐이다.
모든 만상은 심성(心性)을 달리 모양을 만들어서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이것은 그동안 법문을 계속해 나오면서 말씀을 많이 드렸지만, 여러분이 실제로 체득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들으면 그냥 그림의 떡이다. 여러분이 항상 자신의 심성을 깊이 깊이 생각해서 조금씩이라도 '나의 심성의 모양(心體)이 원래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체험을 해서 맛을 봤다면 아마 이 말을 들으면 계합이 돼서 심지가 열린다. 그렇게 심지가 열리면 확신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변하지 않는다. 확신하기 때문에 다른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 근데, 확신이 가지 않고 항상 멍멍하니 이건가 저건가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 우리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의식이다. 이런 중생의 의식상태를 벗어나야 된다. 벗어난다는건 그걸 버린다는 게 아니고, 그 의식 상태를 바로 보고 깨닫는다는 것이다. 바로 보고 깨달으면 거기에서 바른 견해(正見), 바른 눈(正眼)이 생긴다. 그래서 일체의 모든 것에서 의심할 바가 없고 모든 곳에서 척척 계합이 된다. 어떤 때는 알 듯한데 또 어떤 데에 가서는 전혀 모르겠고 이러면 이게 계합이 안 되는 차원의 의식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중생의 의식에 머물러 있으면 어렵다. 말로만 배우고 생각으로 헤아려서 되는 게 아니다. 아주 추운 겨울에 옷을 홀랑 벗고 뼛골 깊이 사무치는 추위를 견뎌본 사람은 겨울을 얘기하면 척 알아듣는다. 뼛골 깊이 사무쳐서 맛을 보지 않은 사람은 뼛골 깊이 사무치는 그 심중을 이야기하면 그냥 그림의 떡 보듯이 보고 만다. 그래서, 남이 죽을 병이 걸려 아픈 것은 자기 자신이 고뿔 하나 걸린 것 같이 본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상대방이 죽음의 고통을 느끼는 심중 자체를 똑같이 느껴줄 수 있다면 그 사람하고 차원이 다르지 않아서 그분에 대한 걸 똑같이 이해를 하고 안다. 그런데 그걸 겪지 않고 몸이 건강한 사람이 있다. 예전에 같이 공부를 선방 스님이 있었는데, 이분은 생전 아픈게 없이 건강했다. 그래서 선방에서 스님들이 아프다고 약을 먹는다든지 하면 아주 싫어했다. 미워하고 괄시를 하고 무시하고 항상 그랬는데, 어느 때 본인이 한 번 병이 걸려 죽다가 살아난 뒤로부터는 아픈 사람한테 욕도 안 하고 괄시도 않했다. 그러니까 이 공부는 뼈저리게 죽을 고비를 넘겨서 본인이 공부를 해가지고 깊이 자신에 대한걸 체득을 해봐야 된다. 숨이 넘어가는 죽음의 순간을 겪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은 죽음에 넘어가는 맛을 아는데, 안 해본 사람들은 모른다. 이게 무슨 뜻이냐? 지독한 정진을 해야 된다는 거다. 그래서 수덕사의 혜암스님은 이가 다 빠졌고, 효봉스님은 엉덩이가 다 물러 빠졌고, 고암스님은 머리가 터져서 넘어진 걸 대중이 병원에 싣고 가서 살렸다. 그런 고비를 맛을 보고 고암스님이 깨달은 오도송이, 禪定三昧壺中日月(선정삼매호중일월) 凉風吹來胸中無事(양풍취래흉중무사) 선정 삼매는 단지 속의 일월 같고 시원한 바람이 부니 가슴속엔 일이 없네.
이것이 깨달은 당처에서 자기가 겪은 걸 그대로 드러 내는 소리다. 좌선에 머물지도 않고, 마음을 얻거나 잃는 것이 없이 일체 모든 때 그대로가 모두 선인 때에 이런 한 마디가 나오는 것이다. 옥 가운데는 주야로 해와 달이 항상 드러나고, 썩은 오장물 속에서 금오가 크게 소리를 지르더라. 진흙소가 유리밭을 갈아 엎고, 옥마(玉馬)는 샘의 달과 물을 한 입에 다 삼켜버렸다
[泥牛耕破琉璃地(니우경파유리지) 玉馬飮乾明月泉(옥마음건명월천)] 깨달아야 이 말이 나오지, 이런 말을 무슨 생각으로 헤아려서, 귀동냥해서는 소용없고 본인들의 안목이 열려야 된다. 여러분이 그냥 토요일마다 오는 것도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듯이 할 수 없이 나오잖나. 그 심정을 봐서는 그냥 많이 먹고 자빠서 자라고 하면 좋긴 한데. 그런 심정 가지고 뭐가 되겠는가? 돌로 된 뿔이 철산을 뚫더라(石角夜穿山). 이런 말을 들으면 척 계합이 되는 동시에 자기 심지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