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농촌에서 주로 사용하는 24절기중에
마지막 절기가
소한(小寒)의 집에 가서 얼어죽었다는 대한(大寒)인데
그로 부터 보름이 지나면 입춘(立春)으로
한 해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첫 절기가 됩니다
입춘이 되면 얼어붙었던 대지가 풀리고
그 대지에 뿌리를 둔 초목들이 다시 싻을 틔우며
서서히 새로운 활동을 시작합니다
올해는 그 입춘이 한 해(음력)에 두번이나 들어 있다 하여
계묘년과 함께 쌍춘년(雙春年)으로도 불립니다
음력 정월(1월 14일)과 섣달(12월 25일)에 들어있는
이 두번의 입춘은 봄을 두번 맞이한다 하여
청춘 남녀들에게는 길한 해로 희자되고 있습니다
봄을 두번 맞이 한다는게 어디 청춘 남녀들만의 즐거움이겠습니까마는
해가 바뀌면 나이 보태는게 부담이 되는 늘그니(노인)들에게는
마냥 즐거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요
어쨋거나 좋은 일이 두번 겹치는 것을
겹경사라고 흥분하는 우리네 심성으로는
약간 의미있는 해가 아닐까싶네요
먹구름 띠가 덮인 동녁
그 구름의 추이를 지켜보다가
날씨가 좋을 것 같은 조짐이 보여 산행준비를 합니다
산행 준비래야 물 한 병과 약간의 간식이 전부이지만...!
아직도 검은 하늘 한귀퉁이를 서성이고 있는 스무닷새의 반달은
밤새 어두운 세상을 지켜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침밥을 먹고 KBS 1TV '인간가족'을 보자마자
자전거를꺼내 길 나섬을 시작합니다
잠시 후 태양이 머물고 있는 삽교천에 도착하니
얼어붙은 빙판이
햇빛에 반사되자 눈부신 광채로 다시 하늘을 되 비춥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주변을 한바퀴 둘러보니
영인산을 비롯하여 반대편의 아미산과 합덕 시내를 돌아
도고산을 거쳐 광덕산과 설화산, 배방산까지 주욱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영인산
아미산
합덕시내
도고산
삽교호
한국 가요계의 거물이라는 조영출 선생이 태어 난 영인은
토정 이지함이 현감을 지냈던 곳이고
측우기를 발명한 귀화 중국인 장영실(莊英實)이
일가를 이루고 살았던 고장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불렸던 옛노래의 작사가인 조영출(조명암)이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아마 그가 월북작가이기 때문일겁니다
그가 작사한 노래중에 '진주라 천리길'등도 있지만
국민 MC 송해가 애송하던 '아주까리 등불'도 있습니다
오늘도 찾아온 산은 영인산인데
늘상 다니던 영인사 골짜기나 관음사 계곡이 아니고
군수물자를 실어 나르던 시멘트 포장도로인
옛 미군 통신부대의 출입로입니다
지나가다 보면
언덕바지에 소를 키우는 상성리 마을의 왼쪽 능선이지요
뒤돌아서서 약간 비켜진 곳을 바라보면
얼음이 풀린 영인저수지와
2024년으로 개통이 미뤄진 서해 전철을
길게 떠받치는 교각들이 눈구경을 시켜줍니다
하얀 백설이 덮인 등로는
맑고 깨끗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네요
사실 이 곳에 닿기 전 오른쪽으로 진입하는 암장길이 있는데
다른 곳에 정신을 팔다 보니 그 입구를 놓치고 그냥 여기까지 올라왔습니다
하여 오늘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동선에 약간 차질이 생겼지만
그렇다고 굳이 그 입구를 찾기 위해 되내려 가는 것은 싫어
다음을 기약하고 먼발치에서나마 암장구경을 하며 갑니다
어젯밤에 내린 싸락눈을 밟으며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무도 밟지않은 하얀 눈 위에 내발자국을 남기며
싸박거리며 걷는 맛이란 온 몸에 감동을 줄만큼 신선한 충격입니다
푸른 솔가지에도 하얀 눈꽃이 핀 듯 겨울 정취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굳게 잠긴 철문을 통과하여 구들장길로 연화봉을 오릅니다
그때 문득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이 눈에 띄네요
햇빛을 받아 보석같이 빛나는 나뭇가지 사이로
산림 복원지구의 정자와 상투봉을 당겨 봅니다마는 시답지 않습니다
하얀 백가루를 뒤집어 쓴 연화봉 영광의 탑
신기한 상고대가 달린 것만큼 아름답지는 않아도
나름 보고 즐길꺼리는 충분합니다
깃대봉 가는 길
깃대봉 철쭉의 눈꽃
폭설로 덮인 눈천지가 아닌 송이마다 앙증맞게 얹힌 하얀 눈꽃이
푸른 하늘 아래 오묘한 아름다움으로 피었습니다
깃대봉
가을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는 참나무 옆에서 주변 조망을 한동안 즐깁니다
다시 연화봉 영광의 탑으로 되내려와
푸른 하늘을 꿰뚫으려는 듯한
영광의 뿔탑을 이렇게 저렇게 들여다 봅니다
박물관을 지나 산림복원지구의 정자로 접근 하구요
누각에 올라가서 내려다 보는 신창 들녁입니다
요즘 새로 신축된 합덕의 아파트 건물도 들어오고
들판을 관통하는 곡교천의 휘어진 물길도 잡힙니다
미세먼지도 줄어들고 탄소도 희박한 양호한 날씨라지만
강렬한 햇볕에 수분 입자가 낱낱이 드러나니
반갑잖은 연무가 끼어
조망은 그리 또렷하지 않습니다
발목을 조심하기 위해 오늘도 생략해 버린 닫자봉!
연못쉼터로 내려왔습니다
영하 3.2도의 날씨로 연못이 아직 꽁꽁 얼었고
초겨울 같으면 영하의 날씨라고 수선을 떨겠지만
바람이 없으니 볼만 약간 시려울 뿐 등에서는 촉촉하게 땀이 배였습니다
상투봉 길목에 핀 죽설화(竹雪花)
아름답지 않은 것도 꽃으로 보면 아름답게 보입니다
잔디광장으로 들어서서 배방산과 태화산을
멀지만 가깝게 봤습니다
망경산과 겹쳐진 설화산은 가까이 하지 않았네요!
더운 아프리카의 초원에 사는 초식 동물인 기린 모자가
추운 겨울 나라에 와서 고생을 하는군요 ㅎ
영인 들판이 훤히 넘겨다 보이는 청단풍 쉼터도 지나고!
주차장을 통과하여~!
헐려 나간 관리소 건물 밑의 산수유 열매는 대충 훑어보며 지나갑니다
숙박동을 지나 관음사 계곡으로 빠집니다
두텁게 쌓인 낙엽 위에 흰눈이 덮여 길은 미끄럽지 않고 편안합니다
휴양림 대문과 그옆에 늘어선 철망을 통과여 향교길로 들어서니
어느덧 12시가 다가옵니다
버스 시간때문에 서둘러 내려왔더니 약 30분의 여유가 생겼지요
학교 마당에 서있는 보호수인 장대한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여민루 앞에서 산행을 종료합니다
산행거리래야 고작 7.5km에 2시간이 살짝넘은 산행이지만
오늘도 한바리 했다는 성취감과 느긋함을 안고
버스에 올라 삽교호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풀어 달립니다
허기진 배를 해결해 줄 내가 사는 아늑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