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분재 盂蘭盆齋 법어
오늘은 시방 법계에 산재한 일체 유주무주 영혼 불자들이 고통을 여의고 법락을 얻어 수의왕생(隨意往生)하는 불가에서는 가장 뜻 깊은 날이옵니다.
오늘을 백중(白衆)이라고도 하고 백종(百種)이라고도 하고 백종(魄縱)이라고도 하고 백중(百中)이라고도 하고 심지어 백종(白踵)이라고 까지 하는 여러가지의 이름이 있는 날이며 또한 자자일(自恣日)이니 우란분(盂蘭盆)이니 하는 유래 깊은 의미를 가진 날이기도 합니다.
백중(白衆)이란 말은 대중(大衆)에게 고백(告白)한다는 뜻입니다.
사월 십오일부터 이날까지 만 석달 동안 결제(結制) 기간이기 때문에 그 동안에는 묵언(黙言)으로 지내는 것이 거진 원칙으로 되어 하고 싶은 말이든지 묻고 싶은 말이든지 무슨 말이든지 일체를 참고 견디어 오다가 오늘 해제(解制)가 됨에 따라 그 동안에 쌓였던 하고 싶은 말들을 한꺼번에 끄집어내어 대중에게 고백한다는 뜻입니다.
결제중(結制中)에 모였던 소감이나 공부에 대한 의심의 질문이나 전부를 대중 앞에 털어놓아 그 쌓였던 의문과 느꼈던 의사를 숨김없이 들어내고 또한 잘못된 것을 참회 반성하는 날이라고 하여 불가에서는 백중(白衆) 곧 대중에게 고백한다는 뜻으로 쓰여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백종(百種)이라고도 쓰여 지는데 이것은 불가와는 관계없이 이때쯤 되면 백가지 햇곡식이 거의 익어 이 처음 나는 햇곡식으로 술도 빚고 떡도 빚고 과일도 차려 조상사당에 천신(薦新)한다고 하여 백종(百種)이라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백가지 종자의 새 곡식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백종(魄縱)이란 업에 얽혀 고통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영혼들이 부처님의 법력에 의하여 해방된다고 하는 뜻에서 백종(魄縱) 곧 혼을 놓아 준다는 말이 붙게 되는 것입니다.
곧 혼이 해방(解放)된다는 말입니다.
또 백중(百中)이라고 흔히 쓰는데 이것은 일 년 가운데 가장 중심되는 절기(節氣)라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백종(白踵)이란 말도 있는데 이것은 발뒤꿈치가 희여졌다는 말입니다.
농부들이 봄부터 일하기에 바빠 새벽 일찍 들에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오게 되므로 흙 묻은 손발을 깨끗이 씻을 겨를이 없다가 이때쯤 되면 농사일도 거의 끝이 나고 한가하여 발뒤꿈치가 희어졌다고 하는데서 백종(白踵)이란 말이 오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자자일(自恣日)이란 말은 스스로 뉘우친다는 뜻입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결제중(結制中)에 자기가 대중과 같이 살아오면서 잘못된 점을 반성(反省) 회오(悔悟)한다는 뜻입니다.
자기의 허물을 대중(大衆) 앞에 숨김없이 들어내어 참회하고 다시는 또 그런 허물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이 세상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가장 소중한 것이 반성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루하루의 생활에 잘못이 있었나? 또는 없었나? 어찌하면 보다 나은 인간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을 살펴서 어딘지 잘못된 곳이 있다면 그것을 시정하는데 힘을 기울어야 향상이 있고 또한 도야(陶冶)가 있고 발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자일(自恣日)이란 꼭 이날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어느날 어느 때라도 항상 자기의 각하를 반성 참회하는 것이 출가자의 본분인 것이며 불자의 사명일 것이며 나아가 인간의 도리일 것입니다.
그런데 특별히 이날을 자자일(自恣日)이라 한 것은 위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석 달 동안 결제중에 무엇인가 잘 못된 것을 발로(發露) 참회(懺悔)한다는 뜻이 들어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란분(盂蘭盆)이란 말은 번역하자면 구도현(救倒懸)이란 의미인데 넓은 이 법계에 살고 있는 유주(有主) 무주(無主) 영혼들이 육도중(六度中)에 떨어져 한없는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오늘 부처님의 위신력과 대중의 지극한 정성으로 이고득락(離苦得樂)케 하여 그 고통의 굴레에서 해탈되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대한 전고(典故)로는 목련경(目蓮經)이라는 책에 보면 목련존자가 출가하기 이전 아버지의 이름은 부상(傅相)이오, 어머니는 청제(靑帝)라는 부인이었는데 가산이 풍부한 장자(長子)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상장자(傅相長子)가 병을 얻어 죽은 다음 남은 가산을 삼등분하여 일부는 생활비로 쓰게 하고 일부는 죽은 아버지의 망령을 위해 매일 오백승재(五百僧齋)를 지내 천도(薦度)하는데 쓰게 하고 남은 일부는 목련 자신이 가지고 타국으로 장사하러 가기로 작정한 다음 목련은 어머니에게 아버지 천도를 신신 당부한 다음 먼 길을 떠났다고 합니다.
삼년이 지나간 다음 목련이 돌아왔으나 그동안 청제부인은 아버지의 천도재(薦度齋)는 하지 않고 매일 같이 살생 음주와 방탕(放蕩)으로 날을 지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죄(罪)로 인(因)해 청제부인은 아비무간 지옥에 떨어져 만사만생(萬死萬生)의 고통을 받게 되었으며 목련은 그 뒤 출가하여 석가세존(釋迦世尊)의 십대제자(十大弟子)중 신통(神通) 제일의 덕 높은 스님이 되셨습니다.
그러나 항상 어머니가 생전에 악행을 많이 하였으므로 반드시 지옥에 떨어졌을 것이라 걱정하여 이 뜻을 석가세존(釋迦世尊)에게 품고(稟告)하였든바 신통 위신력으로 지옥을 순방하여 어머니 소재를 알았으나 구출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을 다시 우리 세존께서 이날을 택하여 수많은 스님들을 청해 공양을 베풀고 재(齋)를 지내 청제부인의 영혼을 이고득락(離苦得樂)케 하였음은 물론 시방세계(十方世界) 일체애혼(一切哀魂)이 다 같이 고륜(苦輪)을 벗어나 해탈(解脫)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이것이 우란분재(盂蘭盆齋)의 내용이며 또한 연유(緣由)입니다
그리하여 오늘을 백종(魄縱) 또는 구도현(救倒縣)의 날로 정해진 것입니다. 이것 역시 하필 오늘이 아니라, 어느때라도 우리들은 항상 선망(先亡) 부모와 일체영혼(一切靈魂)을 위해 재계(齋戒)와 정진(精進)과 발원(發願)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출처 : [常用 佛敎儀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