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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토르 빙하, K2 bc...「베가님」 스크랩 83. K2 여정의 끝...아스꼴리...사다르-칸 집 초대...벅찬 마음에 잠못이루다.
베가 추천 0 조회 120 15.03.25 13:5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거센 비아포 강(Biafo River)위 아슬 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나무 다리에 닿았다.

오늘은 왠지 더 성난 모습으로 강물이 흘러가는것만 같다.

 

 

 

 

비아포 강과 브랄두 강이 만나는 환상적 풍광이다.

올라갈때도 이 비경앞에서 한 바탕 모델놀이를 하고 갔는데....ㅎㅎ

오늘은 강물의 만남 보다는 연속적인 수직 암산 중간에 아찔하게 나 있는 절벽길에 꽂혀 렌즈가 그곳에 머문다.

 

 

 

 

 

그런데 왠지 오늘은 카메라의 주인공이 멋진 풍광이나 우리 트래커가 아니라 스텝인 임티아스와 헤마옛인것 같다.

뷰 포인트가 나타날 때마다 먼저 달려가 폼을 잡는 것은 임티아스와 헤마옛이었으니.... ㅎㅎ

이제서야 귀여운 28살 임티아스로 보이고, 그 즈음의 헤마옛으로 보인다.

 

 

 

 

 

 

 

이제 절벽 사면길은 끝인가...??

또 엄청난 돌길이다.

어디서 굴러 떨어진 돌인 지, 수많은 돌들과 커다란 바윗돌들에 맞딱뜨리니 순간 아찔한 생각이 들어 주변을 살펴본다.

비가 연일 오고 바람까지 분다면 한순간 쓸려 내릴...약한 흙지반이 무너져 그 사이 박힌 돌들이 강물처럼 흘러 쏟아져내릴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언제 이 지형이 변해 버릴 지 모를 구간이 아닐 수 없다.

 

 

 

 

고로폰을 떠나 한참 만에 그늘을 찾았다.

집채만한 바위 밑이다.

 

 

 

 

뒤늦게 도착한 포터들까지...모두 바윗돌 아래 앉아있자니 마치 집앞 처마에 나와 앉아있는 듯한 모습이 연상된다.

왠지 모르게 그냥 그 모습이 보기 좋다.

한 가족같은 느낌....ㅎㅎ

물과 간식을 나누어 마시며 잠시 쉬었다.

 

 

 

아까부터 산새에 푸르른 감이 돌더니만, 저만치에 장대한 농경지가 보인다.

아스꼴리다!

 

 

 

이제서야 드디어 K2여정이 끝나간다는 현실감이 파악 든다.

아닌게 아니라 이에 신바람이 극으로 치달은 헤마옛이 한바탕 춤을 추더니 장난 끼를 발동한다.

이에 질세라 임티아스까지 합세한다.

아니지, 나까지지.

ㅋㅋ

 

 

 

 

 

 

 

 

 

우리는 여유로움과 아쉬움에 연속 발길을 멈추고 화보촬영을 했다.

 

 

 

 

이제까지 나의 카메라 포터를 겸해주었던 임티아스는 카메라를 내게 던진 채 헤마옛과 앞서 걷기 시작했다.

 

마치

이제는 모든 여정이 끝났다는 듯이....

아니, 자기들을 맘껏 찍어달라는 듯이...

앞서 또 눈앞에 나타난 절벽 낙석길을 걸었다.

 

아닌게 아니라...

나는 이들 뒤를 따라 걸으며

험준하지만

그래서 매혹적이기도 한

뷰포인트를 걸어가는 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임티아스와 헤마옛을 보내고 뒤를 바라보니,

양산까지 쓰고 절벽 길을 걸어오는 이풀과 그의 카메라 포터가 또 한 폭의 그림같다.

 

 

 

 

 

 

눈앞에 아스꼴리의 푸르른 농경지가 펼쳐 보이지만 워낙 광활한 지역이라 보이는 것의 착각이 심해 아직 우리 캠프지까지 가려면 멀기만 하다.

포터들이 막바지에 또 쉬고 있다.

가까이 다가보니, 도저히 있을것 같지 않은 돌들 사이로 물길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잠시 쉬며 또 화보촬영을 했다.

다른때 같으면 우리보다 한참을 먼저가서 주방과 식당 텐트를 치고 식사를 준비해야 함으로

그림처럼 우리 곁을 지나쳤던 혜마옛이 오늘은 아주 여유만만 띵호와다.

 

 

 

 

 

 

 

오늘 이 여정을 끝으로 파키스탄 여행이 완전히 끝나는 알쏭은 아직 3부의 일정이 남은 우리보다 아쉬움이 훨씬 심해

계속 뒤쳐지며 아주 천천히 걸었다.

조금이라도 이곳을 더 느끼고 싶어서란다.

 

길도 훤히 드러난 외길이지만, 그녀의 물병을 임티아스가 가지고 있는 지라, 임티아스는 물길이 있던 그곳에서 알쏭을 기다리기로 하고

나와 헤마옛은 먼저 포터들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

 

 

 

우리가 아스꼴리를 출발해 이런 길을 지났나싶은 거대한 바윗돌들이 널부러져 있는 길에 닿았다.

이건 뭐 산사태가 나도 여간 큰 산사태가 아닌것 같은....

얼마나 큰 암산의 일부가 떨어져 내려 이런 거대한 동강이를 낸 걸까...싶은.

 

 

 

 

 

 

 

컨디션이 좋아 키가 큰 헤마옛의 빠른 발걸음에 조금도 뒤쳐지지 않고 양팔을 흔들며 성큼 성큼 걸었다.

드디어 아스꼴리 마을이 보인다.

 

 

 

거대한 암산 아래에 올망 졸망 돌집으로 가득하고...

잘 가꾸어진 농경지가 푸르른 들판으로 쭉쭉 솟은 미류나무와 함께 판타스틱하게 보이는...

매혹적인 마을-아스꼴리...

 

 

 

이곳 사람들은 이렇듯 대규모 밀농사를 짓기도 하지만,

이곳이 K2와 가셔브룸 산군, 그리고 그외에도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와 암벽등반의 메카인 트랑고 타워의 출발지이자

기착지이기때문에 외국 원정대원들이나 BC를 가는 트래커들에게 가축과 식량을 팔고 또 포터로 고용되어 생계를 이어간다. 

 그래서 그런 지 아름다움과 함께 왠지 풍요로움도 느껴진다.

 

 

 

 

 

마을 입구에 다달아 어린 꼬마를 만났다.

사탕등 챙겨넣은 간식은 다 포터들과 나누어 먹었고...

글쎄 뭐 줄게 없을까...뒤져보니, 다행히 오늘은 컨디션이 너무 좋아 먹을 일이 없었던 에너지 바 하나가 남아있다.

꼬마에게 주고 기념 사진도 한 컷 찍었다.

 

 

12시 반....

드디어 캠프지에 1등으로 도착했다.

모두들 나와 콩코르디아에 도착했을때 처럼 포옹으로 나를 맞았다.

갑자기 가슴 한 켠이 울컥하며 16일간의 여정이 스크린 처럼 지나친다.

'한 여름밤의 꿈이었던가...'

정말 한바탕 꿈을 꾸고 나온것 처럼 순간 모든게 아득한 느낌이다.

 

****************************

 

날씨가 환상이라 빠유에서와 마찬가지로 물이 따듯함을 느낄 정도다.

머리도 감고 오늘 입은 흙먼지 투성이 옷도 세탁해서 널었다.

 

 

 

 

그리고는 사다르- 칸의 초대로 그의 집을 방문했다.

가지고 있는 것들중에 와이프에게 줄만한 선물을 챙겨들고, 첫날 도착해 아스꼴리 뮤지엄을 찾아가던 마을 골목을 따라 그의 집에 들어섰다.

넓은 거실엔 카펫도 깔려있는 깔끔한 집이었다.

이들의 삶의 방식인 비닐 식탁이 바닥에 깔려지고 스텐 접시에 비스켓과 삶은 달걀, 쿠키와 생강티를 내 놓았다.

커피잔을 원정대원에게 선물을 받은걸까....??

아니지, 도자기 잔을 원정대원들이 가지고 올 이유가 없지.

아마 스카루두에 나가 구입해온 것일게다.

바닥에 깔린 카펫과 스텐 접시, 도자기 커피 잔등에서 제법 삶의 여유가 느껴진다. 

 

이 마을에서의 포터대장인 사다르의 지위는 꽤 여유롭고 높은것 같아 보인다.

그의 기막힌 미모의 와이프를 보는 순간 더 확고해졌다고나 할까...

그래도 제법 나이가 들어보이는 칸에 비해 너무나도 어린 21살의 아내.... 

아이들 역시 기막히게 이뻤다는...칸도 인물이 좋고 엄마도 기막힌 미인이니 뭐 당연한 건가~

 

그녀에게 마련한 작은선물을 주니 어찌나 좋아하던 지....

하긴 그녀에겐 너무나도 귀한 물건일 지도 모르는 것들이긴 하다.

K2여정에 전혀 쓸일이 없었던 BB화운데이션과 비누, 생리용품과 캔디, 에너지 바를 챙겨 주었으니까.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들의 일상에서 삶은 계란과 쿠키, 비스켓은 정말 손님에게나 대접하는 귀한 음식들이다.

이 음식이 얼마나 먹고 싶을까...

아니 외국인이 찾아 든 신기함과 호기심 때문일까....

꼬마가 창문에 매달려 우리를 들여다 보고 있는 모습이 안스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그 모습에 아주 어렸을 적 내 생각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창호지에 침붙인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어 방안을 들여다 보았던....ㅎㅎ

 

 

 

 

 

파키스탄에서 정말 조심해야 할 일이 군부대나 다리, 그리고 여자들을 사진 찍으면 절대 안된다는 거다.

그러나 훈자쪽은 비교적 개방이 되어 여자들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남자들은 아이들을 비롯해 사진 찍기를 무척 좋아한다.

정말 파키스탄 여인들은 너무나 이쁘고 아름다워 카메라에 담고 싶어 안달증이 날 정도다.

이 꼬마녀석은 내가 카메라를 멀찌감치서 대니 모르는 지 가만 있는다.

참 이쁘다~

 

 

 

 

 

 

칸집에서 돌아와 4시에 간식으로 김치 칼국수를 끓여 먹었다. 여전히 주방장은 나다.

이풀이 가지고 온 건조 칼국수에 건조 김치를 넣고 천연조미료와 고추가루를 좀 더 넣어 끓이니 아주 맛이 좋다.

 

칼국수를 먹은 뒤 미르자가 사온 완두콩을 까며 담소를 나누었다.

이들의 음식에도 콩이 들어가는 지, 준비한 재료에 콩이 있길래 콩밥을 해달라고 해서 먹은 뒤

또 해달라고 하니, 벌써 다 먹어 없다해 아쉬워 했더니, 그걸 기억하고 마을에 들어가 미르자가 사온 것이다.

어쨋든 이 대단하다는 K2여정을 끝내고도 모두 쌩쌩한 기운으로 어느 누구 하나 텐트에 들어가 누워있는 사람없이

콩을 까며 수다를 떨고 있으니, 우린 이 모습을 얘기하며 웃고 또 웃었다.

아니, 여정 첫날의 우리를 보고 임티아스가 내뱉은 1-day란 말때문에....

안치영 대장에게 빠유까지 오느라 죽을뻔 했다고...앞으로 여정이 이보다 힘드냐고 물었을때 난감해 하며 '네~' 라고 답했던 안치영 대장의 표정을 떠올리며

우린 박장대소 했다.

 

"아니, 지금쯤 우리 코피를 흘리고 있어야 되는거 아닌감~"

누군가가 내뱉은 이 말에 우린 즉각 이벤트를 벌였다.

K2여정의 끝....그 후유증-코피터짐...

ㅋㅋ

 

 

 

이풀이 닭 2마리를 2500루피(30,000원정도)를 주고 샀다.

임티아스가 매우 비싼가격이라고 했지만, 힘들게 칸이 마을 윗동네까지 가서 구해온것이기도 하고 이 기분에 뭔들 못 쏘겠는가고....

한 마리는 우리가 먹게끔 후라이드 치킨으로 해달라고 하고, 한 마리는 그들에게 주었다.

 

여기 아스꼴리서 자란 닭들은 이 드넓은 곳을 뛰어 다녀서 그런 지 다리가 무척 길다.

그리고 어느 부위를 먹어도 퍽퍽한 곳이 하나도 없고 쫄깃하고 담백한게 얼마나 맛있는 지....

아!!

정말 평생 잊을 수 없는 맛을 이곳 K2여정에서 얼마나 많이 맛보았는가~

 

 

 

저녁을 먹고 포터와 스텝들에게 줄 팁을 계산했다

K2여정의 끝이기도 하고, 이 여정을 끝으로 알쏭이 떠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8월 3일 콩코르디아 도착후 내려간 포터들 이후 주욱 함께한 포터들의 팁으로 총 17명에 24스테이지...

하루 일당 900루피씩 계산한 임금의 10% 그걸 우리 일행 4명이서 나누어 준다.

(말은 2명의 포터로 계산되고, 사다르의 임금은 다른 포터들의 임금의 두배다)

 

그리고 우리 스텝들의 팁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을 했다.

가이드는 하루 일당이 1500루피, 쿡은 1000루피, 보조 쿡은 900루피다.

네팔과 비교해볼때 가이드와 쿡의 일당이 너무 적어서 놀랄 정도다.

이렇게 계산을 하고 보니, 무심코 포터들에게 팁으로 계산을 해주었을때와는 달리 스텝들에게 줄 팁으로 고맙다고 내놓기도 민망한 액수였다.

일단은 규정대로 팁을 계산해서 주고, 모두들 각자 주방으로 가서 그들에게 규정보다 훨씬 더 큰액수의 팁을 더 주었다.

 

**************************

 

드립커피를 마시며 10시까지 벅찬 감동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달빛이 유난히 밝아 밖으로 나와보니, 마침 보름달이 마악 뜬다.

거봉들땜에 가려졌다가 그 거봉 옆구리에서 보름달이 쏘옥 고개를 내미는데...그 순간이 얼마나 기가 막히고 또 웃기는 지....

달이든 해든 거봉 위로 당연히 떠오를거라고 생각하지 세상에 달이 거봉 옆구리에서 솟아날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암튼 그 모습이 얼마나 또 환상적이었겠는가!!

달빛에 오늘 종일토록 떠있던 새털구름은 여전히 그 모습을 잃지 않고 우릴 묶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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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에 들어와 침낭속에 누웠는데도 벅찬 감정때문인 지 잠이 오지 않는다.

그냥 텅 빈 마음으로 하염없이 누워있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

 

"이제는 더 이상 배터리를 아끼지 않아도 되잖아~"

 

그동안 찍은 사진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참으로 오랫만에 사진도 보고 음악도 들으며 맘껏 호사를 누렸다.

어느듯 새벽 2시다.

내일도 4시반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에잇 까짓껏 뭐~

내일은 추트론에 가서 온천할건데 뭐...

차타고 가면서 졸아도 되고...

밤새도 괜찮아~

 

 

 

 

Brian Crain[A Change Of Seasons] - 06. Water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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