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권유로 무등산 등반에 나선다.
무척 오랜만에 함께 하는 산행이라 가자는 대로 그냥 따라가고 싶다.
1187번을 타고 산장으로 가서, 꼬막재 가는 길로 들어선다. 무등산을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 모양이다. 어, 이거 만만찮은 코스인데... 한참 가니 규봉암이 나온다. 발 아래 펼쳐진 화순 들녘을 내려다 보니 선계가 따로 없다. 산신령님 안부만 여쭙고 다시 나와 지공대사님 공부터인 지공너덜에 자리 잡아 점심을 먹는다.
햇빛은 너덜에 부서지고 /녹색바람을 타고/ 나비는 향기를 뿌리며 다닌다.
자연을 반찬삼아 먹는 점심이 이리 꿀맛이랴. 심기일전하여 다시 걸으면 장불재에 이른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석대가 상서로운 하늘빛을 반사하고 있다.
그 너머 무등산 꼭대기에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이 삼각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높이로야 천왕봉이 제일이지만 높낮이의 문제가 아니고 역할의 문제이기에 차등이 없다. 천•지•인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세상(세 相, 世上)을 이루고 있는 곳, 그래서 무등(無等)이다. 우리나라 어느 산에 삼왕봉을 한 곳에 이름 지어 모셔놓은 곳이 있던가. 원래 환인천황께서 天山에 내려오셔 터를 잡으시고, 환웅천왕 때 동으로 동으로 이동하여 白頭山 신단수(神檀樹) 아래에 神市를 펼치셔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곳. 그 삶의 정신이 천왕, 지왕, 인왕 즉 천•지•인 삼신일체 사상이었다.
환웅과 단군들은 신단수 아래 단(壇)을 쌓고 삼신께 제사 드려 왔으니 만약 무등산이 그 곳 중 하나라면 어디엔가 천제단이 있을 법도 하다. 그래 당산나무 보리밥집이 있었지. 단(박달나무檀), 수(나무樹) 즉 단나무가 어의 변천을 하여 당나무가 되고, 당나무가 있는 산이니 당산이며, 제사를 관장하는 제사장을 단군,당골 또는 무당이라고도 하였으니 무등산은 하늘에 제사지는 당(단壇)이 있는 산, 무당산에서 유래하지는 않았을까?
시시때때 무등산을 좋아하여 등반하는 아내가 어디선가 천제단 푯말을 보았다는 기억을 끄집어낸다. 아름드리 당산나무에서 가까운 곳에 초라하지만 천제단이 숨어 있었다. 어느 분들에 의해 숨죽여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해 뜨는 나라 조선의 얼이 아직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쿵쾅쿵쾅 가슴이 뛴다.
시성 타고르의 '동방의 등불'이 꿈틀거리며 불타 오른다.
「 일즉이 아세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든 등촉의 하나인 조선
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등불이 되리라 」
마음에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처 들리는 곳,
지식은 자유스럽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은 곳.
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끊임없이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벌리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 벌판에 길 잃지 않은 곳,
무한히 퍼져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이동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당으로
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첫댓글 天山에서 머지않는 곳(방글라데시)에 태어나 맑은 영혼의 세계을 노래해 온 타고르가, 당시 암울한 조선의 현실을 보고도 우리민족의 뿌리를 알았기에 이런 희망의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까? 그 희망의 흔적을 나는 무등산에서 발견했지요.
이름은 이르러야할 목표이고 또한 그 형상을 이컬음이니, 무등은 그런 형상을 지닌 기운 덩어리이므로 그렇게 이름지어 놓고 보고 부르고 다가서고 있지요.그 아래 그러한 정신을 닮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 그냥 광주가 아니라 빛고을 光州이지요.
만약 인간이 새처럼 날아보고 싶은 환상이 없었다면 하늘을 마음대로 날 수 있었을까? 언제부턴가 이름불러온 무등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갖가지 추론을 해오고 있는데 그 추론에서 가설를 만들고 그러한 가설로 부터 정설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시인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선구자들아닙니까? 우리가 오늘 시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 속에 잠들어 있는 영혼의 세포를 일깨워내려는 몸부림아닐까 하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어 허공의 세계를 넘나들어 보았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마나님과 동반하여 우리의 무등산을 예찬하시고 타고르의 우리 조국 예찬론까지,그리고 언제 봐도 가슴이 뛰는 무등의 사진들과 당산나무의 위용까지 전해주시는 취산님 감사합니다. 언제 한번 하하의 산사람들과 함께 하시지요. 우린 다음주에 6.6킬로의 소태길에 도전합니다.남자도 쉽지않다는 코스인데요 어때요? 생각있으시면 소태역 4번 출구에서 만나요.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어하시는 취산님.무등산 사랑에 깊은감동입니다.저도 무등산 산행을 여러번 했지만 가보지 않은 곳을 가게되면 항상 늘 가슴이 뛰고 새로운 느낌을 받곤 하지요.그럴때마다 무등산에 대한 정을 흠뻑 마음속에 적셔 봅니다.인간이 새처럼 날 수 없기 때문에 땅을 밟고 사는게 아닐까요? 우리들의 무등, 우리의 빛고을 광주 모두모두 사랑합니다.이런마음을 느끼게 해 주신 취산님의 글 고맙습니다.
취산님의 무등산 사랑이 대단하십니다.빛고을 광주의 무등산(1.187m)은 정상 천왕봉과 서석대.입석대.규봉이라 불리는 주상절리 암석으로 이루어진 산이다.원래는 육산이나 서석대,입석대,규봉의 기암괴석은 천하절경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너덜지대가 발달하여 천왕봉 지공너덜과 증심사 동쪽 덕산너덜이 산악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무등산에 대한 전설같은 내용이 어머니의 산이여서인지 친근감이 더 합니다.광주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무등산 사랑에 젖어 봐야 겠네요.의미있는 글 감사드려요.
처음 뵙는 분이라 부족한 글을 읽어 주심에 고마움의 예 드립니다. 위로 받고싶을 때 어머니의 품안에 오르면 평화로워짐을 느낍니다만 혹 광주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아품을 위로해 드릴 방법을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이제 좀 철이드나봅니다. 많은 이야기 들려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