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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의 사상을 정리하고 소개한 내용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물론 그러한 추측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실상 두 사람을 비롯한 고전 원문을 제시하고 그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여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내용의 대부분은 글쓰기와 관련된 것이며, 일종의 고전에 대한 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원전의 내용들이 번역되어 제시되어 있지만, 저자 나름의 구도를 전제로 배치되어 있어 해당 원문의 문맥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상사에서 조선 후기의 가장 뛰어난 지식인으로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을 꼽을 수 있다. <열하일기>와 <목민심서>로 대표되는 이들의 대표 저작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모범이 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신단의 일행으로 따라간 중국 여행의 기록을 종횡무진 다양한 소재를 엮어, 그야말로 풍부한 내용과 표현으로 엮어낸 책이 박지원의 <열하일기>이다. 학문을 좋아했던 정조와 더불어 관료로서의 삶을 살다가, 그의 죽음 이후 장장 18년 동안의 유배 생활을 견디면서 정리한 목민관의 자세에 대해 논한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그 내용은 물론 형식에 있어서도 글쓰기의 진수를 간직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정약용의 ‘박람강기’는 그의 왕성한 독서력에서 기인하며, 박지원의 분방한 필치가 담긴 기록들은 오늘날에도 글쓰기의 모범 사례로 꼽힐 수 있을 정도이다. 따라서 <다산처럼 읽고 연암처럼 서라>는 책의 제목이 매우 적실하게 다가왔다. 기본적으로 저자는 이 두 사람의 사상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다양한 기록을 통해 글쓰기의 자세에 대해서 정리하고 있다. 몇 가지의 주제를 소제목으로 정하고, 이와 관련된 내용을 사자성어로 내세워 그 의미를 서술하고 있다. 즉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의 글을 중심으로, 해당 글의 문맥들을 설명하면서 그것을 글쓰기에 대한 논의로 연결시켜 서술하고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저자의 ‘서문’을 제문 형식으로 기록하였으며, 글의 문체도 저자 특유의 표현들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원문의 번역이나 문장을 서술하는데 있어, 저자만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서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 존재할 것이다. 책의 목차를 크게 ‘논’과 ‘해’로 나누었는데, 동일한 소제목을 붙여 ‘논’은 주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는 내용으로 그리고 ‘해’는 고전에 등장한 용어들에 대한 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각각은 또한 ‘마음 갖기’, ‘사물 보기’, ‘책 읽기’, ‘생각하기’, ‘내 글쓰기’ 등으로 구분하였다. 이들의 하위 항목들은 사자성어로 제목을 붙이고, 그와 관련된 고전 원문의 제시와 저자의 설명이 제시된다.
저자는 제목에 정약용과 박지원을 내세웠지만,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그 두 사람의 사상을 온전하게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전략 하에서, 이 두 사람을 비롯한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글이 활용될 뿐이기 때문이다. 전반부의 ‘논(論)’에서는 글쓰기의 단계에 따라 고전 원문의 번역이 제시되고, 그 내용들을 글쓰기와 연결시켜 논하고 있어 나름의 정합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목차로 제시된 후반부의 ‘해(解)’는 ‘논’ 부분에서 굵은 글씨로 기록된 내용에 대한 주석 혹은 참고가 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도 일반적인 주석이 아니라, 저자 나름의 독특한 관점이 적지 않아 적어도 나로서는 공감하기 쉽지 않았음을 고백하고자 한다. 또한 주로 고전 원문을 인용하면서 저자의 생각을 풀어놓고 있는 ‘논’에 관한 내용들도, 저자만의 독특한 문체와 내용으로 전개되어 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저자의 의견을 논술한다는 ‘논’은 고전 원문들을 주로 글쓰기와 관련된 것으로 연관시켜 37가지의 항목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항목에서는 각자 ‘자신만의 글쓰기 방식을 마련하라’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앞서 논했던 36가지의 내용들은 왜 그리 힘주어 강조한 것일까? 저자가 주장하는 것이 결국 ‘다산은 다산의 글쓰기 방식이 있으며, 연암 역시 자신만의 글쓰기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독자들 역시 다양한 독서를 하되, 자신만의 글쓰기 방식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과 체제 역시 저자만의 글쓰기 방식이 발현된 것일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그렇다면 책의 부제로 이 책이 고전 원문을 통한 글쓰기에 대해 소개한 것이라는 사실을 적시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나 역시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글쓰기의 왕도는 없다는 것, 결국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을 익혀야 된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서점에 꽂혀있는 수많은 글쓰기 관련 책을 열심히 익히더라도 글을 잘 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누군가 매력적인 방식을 글쓰기 ‘기술’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따라하면 자신의 글이 아니라 그저 누군가의 아류가 될 뿐이라는 사실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글쓰기의 원천은 독서에 있으며, 그리고 직접 써보면서 자신만의 방식을 체득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즉 짧은 기간 안에 글쓰기의 ‘기술’을 익힐 수 있을지언정, 그 내용을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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