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 생각: 수선화 이옥순 어머님 영전에 부쳐- 진정 가신 건가요?◈
황망합니다
추석을 맞아 남편을 추념하는 이름 석 자 제단에 붙여놓고 안 보여 어디 계신가 했더니
토요일 큰 며느리 전화 목소리로 중환자실에 있다고 통보하십니까
주일예배 설교 중에 수선화님 좋아하는 가을꽃 같이 보기를 그토록 염원했더니
늦은 밤 큰아들 울먹이는 목소리로 “어머니 가셨어요!”를 듣게 하십니까
황망합니다
뭐가 그리도 급해 손 한 번 안 잡아주고,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 하나 없이 그렇게 가십니까
야속합니다, 섭섭합니다, 미워 죽겠습니다
지난주 내 손을 잡고 사뿐사뿐 걸으시며 당신이 하시던 말
내가 왜 이리도 어눌해졌는지 몰라, 바보가 된 것 같다던 넋두리가 아직도 생생한 데
21년 그 긴 세월 웃고 울며 매달리던 믿음의 동역자가 어찌 그리 가십니까
안 됩니다, 안 돼
물러주소, 휭하니 갔다가 횅하니 오소
나만이 아니라 들꽃 식구 모두가 기다리니 잠깐만 하늘 구경하고 얼릉 와 주소
그래도 그곳이 좋걸랑 사나흘만 더 계시소
우리 모두 수선화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고 있을 것이니 속히 오소
“내가 좀 잔정이 없단 말이요. 그러나 속마음 의리는 있으니 목사님, 그리 걱정 말아요.”당신의 말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잔정 없다는 당신은 힘든 일 생겼을 때 항상 바위처럼 계셨으니
나 지금 말하지만, 이따금 그 바위 뒤에서 웅크리고 있었다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눈물이 납니다
잔정이 없는 양반, 가실 때도 그렇게 가시는 건 반칙이 아니던가요?
그래도 잊지 않을랍니다, 지긋이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던 당신의 모습을
들꽃 여기저기에 새겨진 당신의 흔적 모두를 사랑합니다
수선화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