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 남면 오봉저수지 앞에 레스또랑&카페 ‘달반물반’이 있다.
주인장이 달 밝은 밤에 오봉저수지를 산책했다. 거울같이 잔잔한 수면에 환한 보름달이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을 보고 새로 오픈할 레스또랑&카페 이름을 ‘달반물반’으로 정했단다. 달과 물과 반은 그윽한 말이다. 너무 빛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으며 다소곳이 안으로 스미는 느낌이다. 시인인 남편이 보고는 자신이 생각한 상호보다 더 좋다고 감탄을 한다. 대신 단수로 시조를 지어서 주인장에게 바치겠단다.
주인장은 부항면 칠불사 보살님이시다. 김천에서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요리의 장인이시다. 몇 년 전부터 서울에 다도와 요리 강의를 다니신다.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이 공동 출자해서 충정로 맛집 ‘물뛴다’라는 식당을 창업하고 보살님이 대표 이사를 맡으셨다. ‘달반물반’을 개업하기 전에는 혁신도시에서 ‘뜨란본가’라는 한정식을 운영해서 꽤 돈을 벌었다.
칠불사는 명상 도량이지만, 맛난 음식으로 더 소문난 절집이다. 전통 된장, 고추장에 이어서 냉면과 한과를 만들어서 사업을 한다. 산골 작은 절집이니 신도들 보시로 운영될 수 없어서 사업을 해야한단다. 칠불사에서 법회를 보고 난 다음에 나오는 공양은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재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는 말은 칠불사에 해당된다. 보살님이 해주시는 음식은 오묘하다. 일단 비쥬얼이 칼러풀하고 정갈하고 예쁘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신선하고 좋은 국산 원재료를 사용하니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주요리 외에 사용하는 부재료는 수삼, 생강, 치자, 강황, 연겨자, 도토리, 쑥, 단호박 등이다. 손이 어찌나 빠른지 음식을 뚝딱 빠르고 맛있게 내놓으신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진심으로 감동한다.
남편과 아들은 달반물반 돈가스와 오색수제비를 좋아한다. 한정식도 근사하지만, 가격이 높아서 부담스러웠는데 돈가스와 수제비를 하고부터는 단골이 되었다. 오색수제비는 도토리, 강황, 쑥 등을 넣어서 만든 웰빙 음식이다. 밑반찬으로 단호박 볶음이나 고추 부각, 연 줄기 무침, 파래 무침, 김치 등이 나온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주요리가 나오기 전에 이미 접시를 싹 다 비운다. 후식으로 유과와 작은 백자 종기에 단술이 나온다. 단술은 탱글한 찹쌀이 오도독 씹히면서 달달하고 향긋하다. 향긋한 것은 수삼을 넣었단다. 우리가 갈 때마다 보살님은 보통의 양보다 더 주셔서 늘 남은 것을 집에 싸 온다.
설날 즈음해서는 한과와 유과를 만든다. 무엇보다 한과가 일품이다. 한과는 귤, 파래, 백년초, 쌀, 밀, 기장, 들깨, 흑임자, 땅콩, 호박씨, 해바라기씨, 생강, 치자등으로 배합하여 만들어서 색색으로 예쁘다. 맛을 보면 입안에 달라붙지 않고 봄바람처럼 상쾌하고 보드럽게 부서진다. 한 번 먹으면 마법에 걸린 것처럼 자꾸만 손이 간다. 보살님 음식 빛깔은 오방색이다. 오방색은 다양성의 공존이며, 화합과 연대이자 평화와 창조의 색이다. 조화로운 세계를 상징하기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음식은 재료와 불과 시간의 예술이다.”
요리해 본 사람은 안다. 요리라는 게 변수가 많아서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근사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좋은 음식은 기운을 북돋우며, 간이 적당해야 하고, 식감도 좋아야 하고, 보기에도 좋아야 하며, 입에 넣었을 때, 부드럽고 상큼해야 한다. 또 격렬하지 않고 은은한 맛의 여운이 길게 이어져야 한다. 맛은 그래서 아름다움과 통한다. 또 道와도 통한다. 잘 만든 음식은 유학에서 말하는 中庸을 생각하게 한다.
공자님을 聖之時者라고 했다. 때에 따라 中庸을 실천하시는 성인이란 뜻이다. 中은 편벽되지 않고 치우치지 않고 과불급이 없는 것이요, 庸은 평상이다. 음식이 중용에 도달하려면 피나는 노력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칠불사 보살님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오랜 시간 기울인 노고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달반물반 1층은 레스또랑이며, 2층은 카페이다. 바로 앞에는 오봉저수지가 있어서 경관이 수려하다. 오봉저수지는 김천시 남면 오봉리에 위치한다.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한 농업용 저수지로 1979년 1월 1일 착공하여 1989년 1월 1일 준공하였다. 구미, 대구, 김천 방면으로 통하는 교통이 편리한 그곳에 있어 관광객이 연간 1만 명 이상 찾아오고 수상 스키 동호인들도 많이 찾아온다. 못 둘레에는 산책하기 좋도록 나무 데크와 소공원과 쉼터, 정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