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두고兩頭鼓 외 2편
유현주
어우르던 장구가 더운 숨을 토한다
생사의 경계선을 이랑인 듯 넘어와
울음을 되새김하여 소리로 환생한 소
옹차던 속 들어낸 두 자 반 오동나무에
조임줄로 다시 묶여 코 뚫림을 당할 땐
북면을 힘껏 조이며 공명통을 안는다
사포를 쇠 빗 삼아 슬어주는 조롱목
완강하던 고집이 세마치로 조율되고
긴장한 소릿결들이 평온하게 풀릴 즈음
옻 밥을 먹은 소가 밭갈이를 나선다
열채로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리자
덩더꿍, 변죽을 울리며 타령을 끌고 간다
상족암을 지나다가
책들이 차곡차곡 가로로 쌓여있다
수억 년 바람이 적어놓은 연대기
함부로 열지 못하고 냄새만 맡아본다
빛과 어둠이 엇갈려 기록되고
여름과 겨울이 순서대로 꽂혀있다
바다의 깊이까지도 재놓았을 서책들
사람이 보면 안 될 천기가 들었을까
한 장도 허락 않는 육중한 말씀들을
공룡이 읽고 갔는지 발자국 선명하다
밥이 돌이 될 때
갓 지어 따뜻하게 올려드린 하얀 밥을
어머닌 돌을 씹듯 입 안에 굴리신다
부서진 맷돌 사이로 에도는 가는 목숨
산비탈 자갈밭을 저렇게 일궜던가
손바닥 피나도록 고르던 돌멩이가
자식들 밥상에 올라 살과 피가 되었거늘
쌀을 갈아 죽을 쒀도 모래가 되고 말아
한 생의 끄트머리 위로만 서걱대고
진실로 바위와 같던 당신이 부서진다
- 유현주 시조집 『밥이 돌이 될 때』 2023. 책만드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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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양두고 / 상족암을 지나다가 / 밥이 돌이 될 때 / 유현주
김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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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1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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