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기사 코너에 그래프와 사진도 있습니다.
<기획시리즈>-유기동물의 현실, 삐삐 이야기1
국내에 매년 8만여 마리의 애완동물이 버려지고 있다. <춘천사람들>은 생명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망각에서 비롯된 이 사회 문제의 실태와 관리 현황, 개선방안을 가상의 유기동물 ‘삐삐’의 시선을 빌어 3회에 걸쳐 다루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애완동물 유기 실태
2. 유기동물 관리의 문제점
3. 개선방안
도내 한해 3500마리나 버려져
춘천에서만 한달에 50여건 유기동물 신고 접수
쓰레기 더미 헤집기…몰려다니며 행인들 위협도
나는 퇴계동에 사는 4살 고양이다. 주인은 내가 2살 때 삐삐라고 써진 목줄을 선물해줬다. 오늘은 따사로운 봄 날, “오전엔 맑다가 소나기가 올 예정입니다” 란 소리가 들려온다. 주인은 텔레비전을 끄고 밖에 나갈 준비를 한다. 주인이 상자를 챙겨 나랑 산책을 나가려나보다. 산책이라니! 신난다! 주인은 나를 상자 안에 넣었다.
어두컴컴한 상자 안에 조그만 구멍으로 비추는 햇살이 눈부시다. 물이 흐르는 소리,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도 들려온다. “과연 어디로 가고 있을까?” 갑자기 주인이 멈췄다. 상자도 움직이지 않는다. 나를 바닥에 내려놨다. 점점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린다. 내가 마실 우유를 사러 가나보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주인이 오지 않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답답하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머리를 디밀어 박스의 뚜껑을 열고 밖을 보니 공지천이다. 마침 인적이 없고 주인도 보이지 않는다. “주인이 도대체 어디로 간거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매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삐삐 같은 유기동물은 평균 8만여 마리며 계속 증가 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지난해 3500여 마리의 유기 동물이 발생했으며, 춘천 시청에 들어오는 유기동물 신고도 한 달에 50회 정도에 달한다. 동물보호법 8조 4항에는 “소유자등은 동물을 유기(遺棄)하여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이렇게 많은 유기동물이 생겨나면서 피해사례도 발생한다. 밤마다 길고양이들이 쓰레기를 헤집고 다니고, 버림받은 개들은 사람을 위협한다.
“주인은 날 두고 어딜 갔을까?” 공원을 한참 돌아다녔지만 주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방금 덩치가 큰 개들이 나처럼 주인 없이 밖에서 오래 헤매고 다닌 듯 더러워진 몸통을 흔들며 행인들을 위협하는 걸 봤다. 금방이라도 사람을 물 기세였다. 무섭게 짖는 개들을 보고 너무 무서워 나무 위로 도망쳤다.
비가 내린다. 나는 미끄러운 나뭇가지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떨어지면 아프겠지?” 발을 잘못 디디면 떨어질 거 같다. “도와줘”라고 계속 외치자 지나가던 사람이 나를 발견했다. 그런데 높아서 그 사람의 손이 안 닿는다. 그 사람이 갑자기 어딘가 전화를 한다. 아, 나도 이제 버틸 힘이 얼마 없다. 얼마나 또 흘렀을까,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오더니 그 중 한명이 내 옆으로 올라와 날 따듯하게 안아줬다. 지금 나는 푹신한 상자 안에 있다. “난 이제 어디로 가는 걸까?”
지난달, 공지천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나무위에 올라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 돼, 119 구조대원과 동물전문가의 도움으로 구조 됐다. 이처럼 경찰서, 119 등을 통해 들어오는 피해 접수도 있다. 119 담당자는 “유기동물 신고가 들어오면 구조를 한 후 동물보호센터로 넘긴다”며 “겨울철 추위를 피해 자동차 본넷 속에 들어갔다가 다친 고양이를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근화동 춘천 중학교 앞 씨엔철강 앞에서는 애견 2마리와 유기견 3~4마리가 몰려다니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사례도 있었다. 동네 주민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나무나 돌을 들고 지나가기도 했고, 주민들을 위협하던 이 동물들 중 주인이 있는 개 2마리는 민원이 들어가 해당 지역에서 기르지 못하게 됐다.
춘천시에서는 축산과,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동물을 관리한다. 시 축산과로 유기동물 신고가 들어오면 동물보호센터에서 포획하고, 보호소로 유기동물이 옮겨지는 것이다. 유기동물은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계속 보호소에 머물게 된다. 현재 춘천동물보호센터에는 53마리의 개와 고양이들을 보호중이다. 고양이의 경우 보호소에 들어오면 중성화수술을 거쳐 다시 방사되는데, 올해 40여 마리가 방사 완료됐다. 전국적으로도 유기동물의 발생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공공기관이 아닌 개인이 보호하는 유기동물도 증가하고 있다. 축산과 담당자는 “현재 보호소의 유기동물 수용이 포화상태는 아니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유기동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기획취재팀 김인규·채효원·최정은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