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고구마밭 풀을 맨다.
아니 풀밭에서 자라고 있는 고구마를 보는 것 같다.
그렇게 보면 세상사가 거의 이런 모습이 아닐까.
본래의 모습은 찾기 힘들고 온통 다른 무엇으로 뒤덮여 살다가 문득 발견하는 '진짜' 인 그 무엇!
요즘 떠나지 않는 단어가 있다.
내가 겪고 있는 이 세상이 '가짜' 라는 진실.
장자가 꿈에서 본 나비 이야기를 떠오르게 하는 사실 아닌 사실.
문득 문득 '가짜'의 진실을 엿보고 싶다.
어제 늦도록 마을 어른들을 만나신 바람별이 이른 귀가를 하신다.
푸석한 얼굴에 다시금 일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에 마음이 찡~
천, 지, 인 친구들은 아침산책을 마치고 들어오고 있다.
동생들을 맞이하러 나가는 시간에 이들의 고운 리코더 선율이 울려진다.
농번기가 시작되었나 보다.
마을 어르신들의 부지런한 걸음들을 곳곳에서 만난다.
풍성한 가을을 만들어 주는 소리없는 발걸음들이다.
천,지 친구들은 도서관에서 두더지와 논어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인 친구들은 보리밥과 우리말 공부를 한다.
각 가족방 마다 공부의 열기가 느껴진다.
요즘 배움터에선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피아노 연주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다.
피아노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수업시간이란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만큼 아이들이 자주 피아노를 놀이처럼 연주한다는 것이고 실력도 제법이다.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은 원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누구나에게 있는 내면의 음악이 자신들의 방에 피아노가 있다는 이유로 절로 놀이가 되어 흘러나오는 것일까.
이웃에 살면서 늘 얻어듣는 나에겐 자주 이런 질문이 생긴다.
이제는 연주만 들어도 누구의 연주인지 맞출 정도로 귀도사가 되어간다.
징~
오후 수업이 진행된다.
잎새아이들의 바둑 시간.
왕산이 만드신 멋진 바둑판이 칠판에 떡~허니 달려 있다.
꽃잎 아이들의 마술과 서커스 시간.
누군가는 오늘 학교 오기 싫었는데 이 수업때문에 왔다는 속없는 이야기도 한다.
선배 선생님의 입장에 아이들은 벌써 반짝이는 눈빛으로 마술을 시작한다.
열매아이들의 영어 시간.
필기체를 쓰기위해 만든 영어 공책을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게다가 멋스런 필기체를 한줄 한줄 쓰고나서는 얼마나 어깨에 힘을 주는지...
천, 지,인 친구들은 개학 후 첫 수업인 연극 수업이다.
천, 지가 같이 하던 수업을 학년별로 나누어 하니 분위기가 훨씬 좋으시다는 연극선생님 말씀이다.
9학년들은 에세이 수업이다.
인도가기전에 마무리 하려니 마음이 조금 바빠진다.
에세이 수업의 재미중 하나가 시간이 갈수록 주제가 본질적인 것으로 향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주제를 바꾸겠다는 아이들이 속출한다.
그리고 그들이 제시하는 주제는 훨씬 더 '나'에게 집중되어져 있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고백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아마도 아이들의 성장이며 어른인 내가 부러워하는 내면의 '힘'인 듯 하다.
배움지기들의 그림공부 시간.
왕산은 벌레에 물린 은서를 데리고 병원에 가시고
보리밥은 천, 지 아이들과 수업하시고
민들레, 연두, 다하지, 신난다가 모여 리코더 연습을 하고 미술공부를 시작한다.
발도르프 학교의 미술수업이라는 교재를 가지고 첫 공부를 한다.
투명한 색채인 수채화는 영혼의 요소를 표현하기에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다.
괴테는 색에 '감각적-도덕적 본성이 있음'을 지각했다.
사실 뭔말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몇년째 읽고 듣다 보니 대략 느낌으론 아~, 여전히 말로는 설명이 안된다.
그래도 자꾸 들으니 좋다.
내가 하는 행위를 느낌으로 조금 알 수 있게되니 말이다.
생.공 스콜레 연극 시간.
배움지기들과 몇명의 친구들이 연극선생님을 모시고 공부한다.
2학기 마무리 연극을 위한 공부가 오늘부터 시작되었다.
작은 연극을 계속 만들어 해보면서 각 가족별 연극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될 듯 하다.
연극의 3요소를 아시는지^^
하루가 쏜살같이 흘러갔다.
'숨'을 잘 쉬어야 하는 나날들이다.
순간순간 깨어 있어야 가능한 나날들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게 애쓰시는 손길들에게 특히 '빛'을 보내드리며
오늘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