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 생각: 그 여인 20m 전! ◈
일이 있어서 예수 병원에 들렀다가 나오는 길, 주차장관 연결된 통로에서 70대의 여인이 20여 미터 전방에서 전도지를 나눠주는 걸 보았다. 휴대용 휴지를 전도지에 싸서 건네며 “예수님 믿으세요. 그러면 구원 받고 행복해집니다...”를 나즈막이 전하는 여인, 그러나 많은 사람이 모른 체하고 지나가고, 아니 오히려 피해서 가는 사람들이 더욱 많은 걸 뒤에서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이른 아침에 병원에 온 사람들이니 여러 사정으로 인해 어쩌면 가장 기쁜 날일 수도 있을 테고, 충격적인 날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인의 말과 행동은 위안이거나 조롱으로 들릴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인 10미터, 5미터까지 나는 갈등했다. 하지만 나는 뭐에 취한 듯 여인이 “예수님 믿으시고 구원받으세요”라며 내민 전도지를 받아들며 “네, 수고하세요”라고 답했다. 머릿속 생각은 온데간데없고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자신을 보며 어쩔 수 없는 예수쟁이라는 생각으로 전도지를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고 말았다.
뒤따라오는 아내에게 전도지를 건네니 아내의 손에도 들려있는 전도지...
영업 신고차 향하는 군청까지의 길에서도 자꾸만 전도지에 눈이 갔다. 어쩌면 전도지에 그려진 양떼 옆에서 목자로 분한 예수님의 사진을 보며 잘되게 해달라고 드리는 무언의 기도였는지 모른다.
근 두 달간의 서류 작업에 진이 다 빠진 기분이다. 결코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 게다가 서류를 접수하고 대기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은 세상 어느 때보다 더디고 갑갑하다. 한여름에 목까지 올라오는 폴라를 입은 것 같은 느낌으로 힘들어할 때, 담당 주무관이 영업신고서 두 장을 디밀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로 환하게 웃는다.
아마 주무관은 수없는 사람에게서 지난한 과정에 의한 피곤함을 보았을 것이고, 그 과정이 얼마나 소모적인지도 알고 있을 것이기에 환한 미소만이 전부라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난 다시 세무서로 가야만 하는 발걸음...
점심시간이 코앞이니 잡은 핸들과 엑셀러레이터에 힘을 들여 도착한 봉동읍 간이 세무서 안에는 여직원 혼자서 일을 보고 있었다. 또 서류를 작성하고 대기하는 시간, 게다가 폐업 신고를 하러 온 두 여인의 대화가 신경을 쓰이게 한다.
마침내 직원이 건네준 종이딱지 하나, 사업자 등록증! 도대체 이것이 뭐라고...
교회로 돌아와 차를 멈추니 톡이와 걸침이가 쏜살같이 달려와 ‘김연아 턴 트리플 악셀’을 시전한다. 그래~ 나는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웃다가 아내 얼굴을 쳐다보는데, 아내는 내 목에 붙어있는 반창고를 걱정스레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