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외 2편
김진길
낯선 듯 친근한 듯
참 어색한 만남이다.
거울은 직설이고
표면은 차가워서
시시로 군불을 때야
온도을 잃지 않는다.
바닥에 대하여
허리를 펴고 서서 걸레질을 하다가
마루든 방바닥이든 무릎 꿇고 닦던 시절
그 공손, 그 겸손의 행방 걸레에게 묻는다.
걸레는 걸레라서 뒤집어도 걸레이고
사람은 사람이라서 뒤집으면 괴물이라
족해도 족하겠냐고 걸레 그가 되묻는다.
바닥이 바닥을 디뎌야 비로소 직립인데
제 분수를 금세 잊고 바닥부터 등진다는 말
손바닥, 발바닥을 놓고 그 내면을 읽는다.
거미의 협상술
별이 든 유리창에 실금이 무수하다. 창틀 서로 깍지 끼고 태풍 몇을 건넜는데 그 여름 젖은 몸살이 지문으로 떴는 갑다.
조명의 각에 맞춰 스크래치 선명하고 상처는 상처끼리 어깨를 결속한 채 겹겹이 두른 의지를 허공으로 펄럭인다.
농성이 깊을수록 도지는 어질머리, 북풍보다 한발 앞 서 지상에 닿으려면 음각된 저 투명 창을 쩍! 갈라야 한다.
어쩐다 속보로 당도한 협상 소식, 견고하던 스크럼이 고공에서 흔들린다. 은밀히 패스트로프를 난간에 내리는 거미.
- 김진길 시조집 『거미의 협상술』 2023. 고요아침
첫댓글 김덕남 선생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