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도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영진이도 양성이다. 아내와 이삭이는 음성.
크로아티아에 온 첫해 2009년
조류 독감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었다.
아이들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지고, 주변국인 우크라이나에서 많은 사람이 조류독감으로 죽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 해는 크로아티아 정착해여서 말도 못하고, 보험도 없고(몰랐고), 병원도 몰랐고, 의사도 어떻게 만나야 할지 몰랐던...
그런 때였다.
조류독감에 걸리면 어떡하나? 조마조마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은이에게서 증세가 나타났다.
모든 것이 어렵고 힘든 시절,, 병원도 갈 줄을 모르니,
지금 증세가 조류독감인지, 감기인지 분별도 안 되었다.
해열제를 사서 먹여도 열이 떨어지지 않고 심해지기만 한다.
조류독감이라면 타미플루를 3일 이내에 복용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정작 내 손에는 타미플루가 없다.
무작정 열이 떨어지길 간절히 바라며, 이틀하고도 반나절을 보냈다.
근데도 여전히 차도가 없다. 영은이는 계속 열이 오른다.
마침 그때 한인예배에 참석하던 삼성전자 직원 한분이.
타미플루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던터라..
밤 10시가 넘어서 조급하고 급박한 마음에 전화를 했다.
"홍성씨,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죄송하지만 타미플루를 좀 얻을 수 있을까요?
제 큰 딸애가 열이 3일동안 떨어지지 않아, 조류독감일지 몰라 이렇게 연락드렸습니다."
그는 늦은 시간임에 불구하고 집까지 찾아와 타미플루 한 통을 주고갔다.
얼마나 고맙고 감사하든지..
약은 성인 용량으로 조제된 캡슐형이었다.
난 캡슐을 분해해서 아이들 용량으로 덜어내고 다시 합체를 했다.
영은이는 약을 먹고 난 후 열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할렐루야!!.
하루가 지난 후 한숨을 돌리는가 했더니, 그때 이삭이 영진이도 같은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약은 부족하고 없는데.. 난감했다.
당시 난 처방전이 없이는 타미플루를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국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타미플루 구입하고 싶다고 하니, 약사가 대뜸 "몇개 필요하냐?"고 도리어 묻는게 아닌가?
그렇게 조류 독감에서 피해갔던 적이 있었다.
오래전 일이지만 그때 기억은 어제처럼 생생하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가 우리를 엄습한다.
이제 아이도 다 컸고, 세월을 따라 이곳 생활이 완전히 적응이 된지라...
예전처럼 긴장과 급박함의 염려는 많이 줄었다.
코로나 양성을 보고 난 후 2009년 그 날이 문득 생각이 났다.
당시는 무척 두려움의 시간었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추억이고 은혜다.
지금의 현재도 미래에 추억과 은혜가 될 것이다.